임호균 지놈오피니언 CTO
◇ 심혈관 질환 연구의 시작
현대사회가 발전하고 평균 수명이 늘면서 질병에 걸릴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암과 심혈관질환은 대부분 서구화된 사회에서 높은 사망원인 중 하나로 집계된다. 2017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암과 심혈관질환이 사망원인 1, 2위다. 심혈관질환 위험요소에 대한 연구 시초는 1940년대 시작된 대단위 임상연구인 프레밍햄 심장 연구(Framingham Heart Study)에서 기인한다[1]. 이후 후속 연구들에 의해 흡연, 고혈압, 콜레스테롤, 당뇨병 등이 위험요소로 밝혀졌다. 근래에 들어 저밀도 콜레스테롤(LDL)이 관련된 사실도 알려지면서 지방대사를 조절하는 약물들이 개발됐다. 2017년 190억달러(약 21조 5700억원) 매출을 기록한 콜레스테롤 약물인 스타틴(Statin)이 대표적인 예다. 심혈관 질환은 의료, 제약업은 물론 개인들도 관심 많은 질병 중 하나다[2].
지난 50년간 연구로 알려진 위험요인에도 불구, 외적으로 이상이 없어 보이는데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이 계속해서 발생한다. 따라서 사전에 사망 위험군을 발굴해 이러한 질환들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 해결책을 찾는 것이 심혈관 질환 연구자와 의료진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유전자 변이로 선천적으로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갖는 사람들이 후천적 요인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사람들 보다 위험도가 높다. 클론성조혈증관련 결과는 심혈관 질환에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위험요인일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로 심혈관 질환의 치료와 관리, 더 나아가 예방학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 클론성조혈증, 심혈관질환 사망률 2배↑
2014년 클론성 조혈세포 연구는 처음 발표됐다. 하버드대 다나파버 암연구소 이버트(Benjamin L. Ebert) 박사 그룹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NEJM)' 저널에 1만7000명의 임상결과를 이용한 클론성 조혈세포 연구에서 유전변이로 인한 혈구세포의 클론성 증식이 심혈관질환 발생과 연관관계가 있음을 발표했다. 이 세포를 임상적 구분하기 위해 클론성 조혈증(CHIP)으로 명명했다[3,4].
이후 2017년 동일 연구진을 비롯한 심장전문 연구진은 클론성조혈증과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률 증가 연관성을 규명하는 연구결과를 'NEJM'에 발표했다[5]. 연구진은 심혈관질환군과 정상군에서 유전체를 분석하여 질환군에서 높게 관찰되는 클론성조혈증 유전자 목록을 재확인했다. 메타분석을 통해 클론성 조혈증 보유군이 대조군에 비해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율이 2배 가량 높고, 특히 50대 미만을 대상으로 했을 때 사망율이 4배 이상 증가한다는 결과를 보였다. 이는 클론성 조혈세포가 이제까지 알려진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당뇨병 등 기왕에 알려진 프레밍햄 위험요소 이외에 추가적인 바이오마커로서 의미가 있음을 나타낸다.
◇ '심혈관질환-클론성조혈증' 인과관계 밝혀져..
연구진은 코호트 연구에서 밝힌 클론성 조혈세포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증가 연관성이 직접적인 원인임을 보이기 위해 모델 동물 실험을 진행했다. LDL 수용체 유전자를 없애고 고지방 사료를 주어 동맥경화 증상이 빠르게 나타나는 마우스를 이용했다. 실험결과 대조군에 비해 클론성 조혈세포 보유만을 달리했을때 클론성 조혈세포를 이식한 마우스에서 죽상동맥경화증이 정량적으로 더 빨리 발생함을 보였다[5,6]. 즉, 클론성 조혈세포가 심혈관질환 발생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클론성 조혈세포 증식증의 존재가 바이오마커로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맥경화, 심근경색 발생원인인 동맥경화반 생성에 대식세포(Macrophage)가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세포수준에서 심혈관질환 발생에 클론성조혈세포에서 유래된 대식세포의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동물 모델에서 분리한 대식세포의 유전자 발현차이를 대조군과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동맥경화반 생성을 촉진시키는 사이토카인 관련 유전자(CXC, Pf4, IL1β, IL6)들이 클론성조혈세포 유래 대식세포에서 과발현됨을 확인했다.
비슷한 시기,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인터루킨-1베타(IL-1β) 항체인 '카나키누맙(canakinumab)'는 혈전을 일으키는 염증반응을 억제해 심혈관계 질환을 치료한 CANTOS 임상결과를 'New Engl J Med'에 발표했다[7]. 1만명의 심혈관질환 위험군을 대상으로 카나키누맙을 3개월에 한번 처방했을때 심근경색 발생을 줄이고 전체적인 실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율을 줄이는 효과를 보였다. 이는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지 않고 대조군에 비해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에 염증이 중요하다는 염증가설을 검증함과 동시에 클론성조혈증 연구결과를 서로 보완해 주는 것으로 클론성 조혈세포 연구에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키게 됐다.
◇클론성 조혈세포의 미래
현재 클론성 조혈세포 유무를 판단하는 방법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GS)을 이용하는 방법 뿐이다. 의료현장, 검진센터에서 활용하기 위한 분석법의 표준화와 이후 진단결과를 임상에서 활용 할 수 있도록 클론성 조혈세포를 사멸시키거나 성장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중요 변이들이 저빈도로 초기에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정확하게 검출하는 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하다.
지금까지 확인된 여러 클론성 조혈세포 변이 중 가장 많이 관찰된 변이들이 심혈관계질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소와 병원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단위 임상실험에서 생산되는 유전체 데이터는 물론 유전변이를 갖는 단일세포 수준에서의 데이터 생산과 분석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 국내에서는 지놈오피니언이 서울대병원 의료진과 국내 만성 심혈관질환자를 대상으로 클론성 조혈세포 보유 유무에 따른 질환에 대한 영향과 클론성 조혈세포 증식증에 관련된 세포 계통별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참고자료
1. Mahmood Levy and Vasan Wang, "The Framingham Heart Study and the epidemiology of cardiovascular disease: a historical perspective", Lancet 2013; 383 (9921): 999–1008.
2. https://www.prnewswire.com/news-releases/global-cholesterol-lowering-drugs-market-2017-2027-642668753.html
3. Siddhartha Jaiswal et al, "Age-related clonal hematopoiesis associated with adverse outcomes", N Engl J Med. 2014 Dec 25;371(26):2488-98
4. Giulio Genovese et al., “Clonal Hematopoiesis and Blood-Cancer Risk Inferred from Blood DNA Sequence”, N Engl J Med 2014; 371:2477-2487
5. Siddhartha Jaiswal et al, “Clonal hematopoiesis and risk of atherosclerotic cardiovascular disease”, N Engl J Med 2017; 377:111-121
6. Jose J. Fuster et al, “Clonal hematopoiesis associated with TET2 deficiency accelerates atherosclerosis development in mice”, Science 2017; 355:842-847
7. Paul M Ridker et al, “Antiinflammatory Therapy with Canakinumab for Atherosclerotic Disease”, N Engl J Med 2017; 377:1119-1131
8. 그림 원본은 세레비어의료아트에서 제공된 것을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