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초기단계의 암과 3기 이후의 진행된 암 조직 사이의 유전적 차이가 존재할까? 기존에는 다양한 변이와 변형이 쌓여서 암이 진행되는 것이라면 초기와 말기 암 간의 유전적 차이가 존재할 것으로 생각됐다. 하지만 최근 연구결과는 둘 사이의 유전적 변이의 양적, 질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정밀의료센터장인 정연준 교수는 지난 19일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열린 ‘K-genome symposium 2018’에서 ‘조직과 단일세포 기반의 암 진행과정 분석(Analysis of cancer progression based on tissue and single cell)’ 연구를 소개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연구된 내용의 대부분은 이미 진행된 암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암의 발병 기전 및 발생 경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전구/ 초기(Pre/Early) 단계의 암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암이 어떻게 유전적으로 발생, 진행되는지를 추론하기 위해 조직을 이용해 초기의 암조직과 3기 이후의 진행된 암 조직간의 유전적 변이 발생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는 “초기와 말기 암 조직간의 유전적 변이 빈도와 내용에서 차이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놀랍게도 양 자간 유전적 변이 양상의 양적, 질적 차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초기 단계의 암 조직이라고 변이가 적게 일어났거나 많이 진행된 암 조직이라고 변형, 변이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초기 암과 말기 암 간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 더 앞으로 거슬러 올라가 암이 되기 이전의 선종(adenoma)과 진행된 암 조직 간의 차이를 비교했다. 이러한 경우는 환자군 모집이 어려워 선종이 발견된 진행 암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각각의 샘플을 채취하고 비교 검사를 진행했다.
그는 “선종 조직과 암 조직간 염색체 변화 등에서 큰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양성의 선종이 암으로 변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위암 환자에게서 발견된 선종의 경우 악성조직과의 변이 발생에서의 양적, 질적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연구 결과 암을 진단하기 위해 필요한 세포 수보다 만 배는 더 적게 존재하는 단계에서도 악성 변이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선종이라고 하지만 중요한 유전자들의 유사도 등을 비교했을 때, 암과 75% 정도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선종과 악성조직 간의 뿌리는 같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선종, 초기암부터 적극적인 치료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 것이다.
정 교수는 조직을 이용한 실험의 경우, 종양이질성(Heterogenecity)를 감안한 조직샘플의 평균치이기 때문에 좀 더 정확하게 세포 단위에서 종양세포의 궤적을 이해하기 위해 단일세포 분석(single cell analysis)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마우스 동물모델도 제작했다.
그는 "마우스의 흑색종 세포를 이용하는 모델을 구축했는데 처음 배양한 세포(F0)과 10번을 계대배양(F10)한 세포를 비교해보니 F10 세포가 더 공격적으로 전이 및 침투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러한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 3000개 가량의 세포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실험 수행 결과, F0세포와 F10세포 사이에서 280개 가량의 유전자가 발현의 차이를 보였다. 정 교수는 "전이성이 강해지면서 유의미하게 발현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이 관찰됐다"며 "흥미로운 것은 계대배양을 할 때마다 그 발현이 점차 증가하거나 감소한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이행단계(transition stage)가 존재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암의 발생과 전이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 조상세포(progenitor cell) 단계부터 유전적 특성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조직과 단일세포 두 개의 방향성을 가지고 실험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