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충북대 교수
이전의 연재에서 어떻게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가 현재 항암 치료의 메인스트림으로 부각되게 됐는지 알아보았다. 이제부터는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와 함께 면역항암치료의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면역세포 이식(Adoptive Cell Transfer)에 의한 항암치료의 역사가 그 발전과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최근에 CAR-T와 같은 면역세포에서의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에 의한 항암세포치료가 부각되면서 유전자 조작이 없는 전통적인 방식의 면역세포 이식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면역세포 이식의 연구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IL2와 림포카인 활성화 킬러 세포(LAK)
이전 연재분에서 알아본 것처럼 1970년대에 사이토카인인 인터루킨 2(IL2)의 첨가에 의해서 체외에서 T세포를 배양할 수 있으며, 또한 동물이나 사람에게 IL-2 를 투여하면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IL-2 등의 사이토카인의 투여에 의해서 면역기능을 비특이적으로 활성화시키면 어느 정도의 항암 활성도 나타나지만, 면역기능의 과다 활성화에 따르는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것도 살펴보았다.
1980년, 미국 NIH NCI의 스티븐 로센버그(Steven A. Rosenberg)는 체외에서 IL-2에 의헤서 활성화된 T 세포가 암세포를 죽이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렇게 암세포를 죽일 수 있도록 활성화된 T세포를 림포카인 활성화 킬러세포(LAK : 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라고 명명하였다[1]. 이렇게 얻어진 세포들은 한 종류의 면역세포가 아닌 다수의 종류의 면역세포로 구성된 면역세포의 풀이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체외에서 IL-2 에 의해서 자극되어 증식된 LAK 세포를 암 환자에게 이식함으로써 항암 활성을 보일 수 있을까? 로센버그는 약 25명의 전이성 암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로부터 추출하여 IL-2 로 활성화된 LAK세포와 IL-2 를 투여해 본 결과, 이중 11명에게서 종양 부피가 50% 이상 줄어드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을 1985년 NEJM에 보고하였다[2]. 그러나 LAK에 의한 항암치료가 실용화되기에는 여러가지 난점이 있었는데, 일단 항암 활성을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세포(3x1010 - 1011 )가 필요했고, 높은 농도의 IL-2와 함께 투여해야만 했다. 그리고 체엑체류(fluid retention)와 같은 부작용이 수반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후속 연구에서 LAK 세포의 투여가 IL-2의 단독 투여에 비해서 그닥 탁월한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결과들이 나옴으로써, LAK에 의한 항암치료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게 되었다.
종양침윤 T세포(Tumor Infiltrating Lymphocyte)
LAK의 한계점은 체외에서 IL-2 에 자극을 받은 T세포 중에서는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가 포함되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자극받은 T세포 중에서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는 극히 일부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암세포를 죽이는 것과는 관여하지 않는 세포를 주입해봐야, 이는 부작용만 유발하고 결국은 IL-2 를 인체에 주입하여 비특이적으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결과를 낳는 셈이었다. 그렇다면 암 조직에 침투하여 암 세포를 죽이는 데 관여하는 임파구만을 선별해 낼 수는 없을까?
LAK 연구의 선두주자였던 스티브 로센버그의 연구실에서는 환자 유래의 암 조직을 물리적으로 분리하여 별개의 세포로 분리하고, 여기에 IL-2를 처리하여 암 조직 내에 침투해 있는 T세포의 성장을 촉진시켰다. 이렇게 암조직으로부터 분리된 T세포는 같은 환자로부터 분리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능력를 가졌지만, 정상세포나 다른 사람 유래의 암세포는 사멸시키지 못했다. 이렇게 종양으로부터 분리된 ‘종양침윤 T세포’(TIL:Tumor infiltrating Lymphocyte)를 동물에 주입한 결과 동물실험에서 LAK 세포에 비해서 약 50-100배 정도로 암을 사멸시키는 효과가 높다는 것이 확인되었다[4].
그렇다면 이러한 생체외에서 분리되어 활성화된 TIL을 환자에게 이식함으로써 암 치료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1988년 NEJM에 20명의 전이성 흑색종 환자에서 분리한 TIL 을 자가이식한 임상시험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중 IL-2를 이전에 투여받지 않은 환자 15명중 9명에게서, 그리고 IL-2를 투여받았지만 반응이 없었던 환자 5명중 2명에게서 객관적 반응을 나타냈다[5].
그렇다면 이러한 항암 반응을 나타내는 TIL의 정체는 무엇일까? TIL은 대개 CD8+ 혹은 CD4+ T세포라는 것이 밝혀졌고, 이 결과는 T세포가 항암효과를 실제로 낼 수 있다는 반응이기도 했다. 그러나 TIL의 이식에 의한 면역항암요법은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 반응의 지속 정도가 극히 짦았고, 주입 이후 불과 며칠만에 대개의 이식된 T세포는 순환계에서 사라졌다[3].이것은 주입된 활성화된 면역세포를 불활성화시키는 면역 기전의 존재를 암시하는 것이었다.
동물 모델에서의 실험 결과 T세포를 이식하기 이전에 면역억제제를 투여하여 면역결핍을 유도한 후 면역세포를 주입함으로써 좀 더 나은 항암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렇게 기존의 면역세포를 결핍시키기 위하여 , 두 가지 면역억제제인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Cyclophosphamide)와 플루다라빈(Fludarabine)을 투여하여 임파구 숫자를 감소시키고, IL-2와 함께 T세포를 주입하는 전략이 시도되었다. 2002년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13명의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사이클로포스파마이드와 플루다라빈을 세포 이식 7인전까지 처리한 후 환자로부터 분리되어 증폭된 TIL이 주입되었다[6]. 그 결과 13명의 환자 중 6명에게서 종양 부피가 50% 이상 줄어드는 것이 관찰되었다. 또한 면역결핍을 유도하지 않은 환자와는 달리 주입된 T세포가 약 한달 이상 지속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렇게 TIL을 이용한 세포 이식의 경우 주로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주로 NCI를 중심으로 간헐적으로 임상 연구가 진행되으나 흑색종 이외의 다른 암에서의 항암 효능은 아직까지 관찰되지 않았으며, 종양 조직으로부터 TIL의 제조가 모든 환자 유래의 종양에서 가능하지 않다는 난점을 가지고 있다.
TIL이 인식하는 항원과 개인 특이적 돌연변이를 인식하는 T 세포
결국 T세포가 정상세포에는 독성을 나타내지 않지만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반응하여 암세포를 사멸하기 위해서는 해당 T세포는 암세포에 특이적인 항원을 인식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T세포가 어떤 항원을 인지하는지를 안다면, 이러한 T세포만을 선별적으로 분리하여 증폭시킴으로써, 좀 더 활성이 높은 TIL 을 분리할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흑색종에서 분리된 TIL이 인식하는 항원이 멜라노사이트(melanocyte) 특이적으로 발현되는 단백질인 MART-1과 gp100 이라는 것이 밝혀졌다[7]. 그렇다면 이러한 항원에 보다 친화력이 있는 T세포를 이용하면 좀 더 높은 항암효과를 가질까? 2009년의 연구에서는 MART-1에 보다 친화력을 가지도록 유전자 조작된(T세포의 유전자 조작에 대해서는 다음 연재에서 알아볼 것이다) T세포를 주입한 경우, 멜라노사이트가 존재하는 정상조직이 존재하는 눈이나 귀 등에서의 손상이 일어나는 부작용이 나타났다 [8]. 따라서 종양조직에서 분리된 TIL 이 주로 인지하는 항원에 친화력이 높은 T세포를 선별하는 것은 그리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결론인 셈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암 세포를 특이적으로 인식하는 T세포는 어떤 항원을 인지할까? 암종에 따라서 돌연변이의 발생 빈도는 현저하게 다른데, 흑색종이나 폐암 세포는 면역체크포인트 치료제의 마커를 알아볼때도 나온 개념인 ‘종양변이부담’ 이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이러한 암종은 돌연변이에 의해서 정상세포가 가지지 않은 변형된 단백질을 생성하고, 이러한 돌연변이 단백질을 에피토프로 인식하는 T세포가 TIL 중에서 실제로 항암활성을 부여하는 키 플레이어인 셈이다. 2013년 보고된 연구에서는 이렇게 돌연변이가 되어 TIL의 주 타겟이 되는 에피토프를 찾기 위해서 엑솜 시퀀싱을 이용하였다[9]. 여기서 발굴된 돌연변이를 포함하는 약 20개 가량의 아미노산 중에서 MHC에 결합을 잘 할것으로 예측되는 후보군을 예측후, 이를 합성하여, 항암 활성을 유도하는 TIL과 반응한다는 것을 확인하였다[10]. TIL이 인식하는 암 특이적인 돌연변이 항원을 찾기 위한 또 다른 시도로, 엑솜 시퀀싱으로 발견된 돌연변이를 포함하는 합성 유전자를 항원전시세포(Antigen-presenting cell, APC)를 발현시킨 후, 이와 반응하는 T세포를 선별하는 것이다.
이렇게 개인에 특이적인 돌연변이 정보를 통해서 여기에 반응하는 T세포를 선별하고, 치료에 적용한 사례가 2014년 보고되었다[11]. 담관암 환자의 암 조직으로부터 엑솜 시퀀싱을 수행하여 26개의 아미노산을 변화시키는 돌연변이 목록을 확보하고, 이들 서열을 포함하는 미니유전자를 제작하여 APC에서 발현한 후, 여기에 반응하는 TIL을 확보하여 조사하였다. 그 결과 해당 환자 암 조직에서 유래된 TIL은 ERBB2IP라는 단백질에서의 돌연변이를 인식하는 것이 확인되었으며, 이 돌연변이 단백질을 인식하는 CD4+ T세포를 분리한 후, 이를 증폭하여 이식한 결과, 암 억제를 유도하는 것을 보였다. 이는 실제로 암 조직에서 특이적으로 변화된 돌연변이를 인식하는 T세포가 TIL의 항암 활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를 확인함으로써 암 치료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환자의 암 조직은 각각 다른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을 것이므로, 환자 특이적인 돌연변이를 찾고, 이를 인식하는 T세포를 분리하여 증폭하는 과정을 환자마다 각각 거쳐야 하는데, 과연 이러한 한 사람을 대상으로 보여준 ‘개념 증명’ 수준의 환자 맞춤형 T세포의 분리가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가, 이러한 치료가 성공적으로 임상 현장에 도입될 수 있는지를 결정할 것이다.
이번의 연재에서는 유전자 조작을 수반하지 않은 T세포의 이식에 의한 항암치료의 발전과정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다음 연재에서는 CAR-T로 대표되는 인위적인 유전자 조작에 의해서 암 항원 등을 특이적으로 인식하도록 조작된 T 세포의 도입에 의한 세포치료의 발전 과정에 대해서 알아봄으로써 면역항암요법의 대미를 장식하고자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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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senberg, S. A., Lotze, M. T., Muul, L. M., Leitman, S., Chang, A. E., Ettinghausen, S. E., ... & Seipp, C. A. (1985). Observations on the systemic administration of autologous lymphokine-activated killer cells and recombinant interleukin-2 to patients with metastatic cancer.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313(23), 1485-1492.
3. Rosenberg, S. A., & Restifo, N. P. (2015). Adoptive cell transfer as personalized immunotherapy for human cancer. Science, 348(6230), 62-68.
4. Rosenberg, S. A., Spiess, P., & Lafreniere, R. (1986). A new approach to the adoptive immunotherapy of cancer with tumor-infiltrating lymphocytes. Science, 233(4770), 1318-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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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 Y. C., Yao, X., Crystal, J. S., Li, Y. F., El-Gamil, M., Gross, C., ... & Rosenberg, S. A. (2014). Efficient identification of mutated cancer antigens recognized by T cells associated with durable tumor regressions. Clinical Cancer Research, 20(13), 3401-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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