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한미약품이 올해 상반기에 총 543억원을 기술 수출료로 벌어들였다. 한미약품은 작년 체결한 기술 수출 계약을 토대로 앞으로 약 2000억원이 추가로 회계 장부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계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29일 한미약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액 4909억원 중 신약 수출에 따른 기술료 수익은 54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분기에 330억원, 2분기에 213억원이 각각 유입됐다. 전체 매출의 10% 이상을 기술료로 얻은 셈이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543억원을 송금받은 것이 아니라 회계 장부에 반영한 것 뿐이다. 한미약품이 올해 수익으로 인식한 543억원은 지난해 기술 수출 계약을 통해 받은 계약금의 일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6건의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스펙트럼과의 항암제 수출 계약을 제외하면 5건의 수출 계약으로 계약금 2억1200만달러와 4억유로를 확보했다. 수출한 신약이 모두 상품화 단계에 도달하면 추가로 24억2000만달러와 39억유로를 받는 조건이다.
편의상 작년 말 환율(1달러 1178원, 1유로 1286원)을 적용해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계약금은 7641억원, 단계별 기술 수출료(마일스톤)는 7조8662억원으로 계산된다.
사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이미 계약금을 모두 송금받았다. 또 일부 제품의 임상단계 진전에 따른 마일스톤도 171억원 입금됐다. 그러나 지난해 회계 장부에는 전체 입금된 계약금 중 4918억원만 반영했다. 가장 큰 계약이었던 사노피아벤티스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따른 계약금을 배분 인식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미약품 측은 "일반적으로 인정된 회계 기준과 글로벌 업계 관행을 고려해 수익을 배분 인식한다"라고 설명했다. 특정 시기에 대규모 금액을 수익으로 인식하면 추후 기저효과가 발생해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가져다줄 수 있다는 우려도 반영됐다.
한미약품이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 4억유로(약 5144억원)는 2014년 회사 전체 매출(별도 기준) 5820억원의 9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계약금을 모두 받았지만 한꺼번에 장부에 반영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규모다.
한미약품이 올해 1ㆍ2분기에 기술료로 인식한 543억원 모두 사노피로부터 받은 계약금의 일부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노피가 보낸 계약금 중 2556억원을 수익으로 반영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추가로 인식될 금액은 약 2000억원 가량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은행 잔고에 들어있는 돈이지만 한미약품이 추가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하거나 마일스톤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더라도 장부상으로 2000억원은 추가 수익으로 확보됐다는 얘기다. 언제 얼마를 반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다만 한미약품이 받은 기술료를 모두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 한미약품은 특허사용료 명분으로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에 약 30% 가량을 지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