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제약사들이 올 상반기에 전반적으로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제품 고갈, 리베이트 규제 등 최악의 영업환경에서도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매 대행, 신약 수출 기술료, 해외사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한 업체들이 위기를 타개하는 모습이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잠정 실적을 공개한 주요제약사 9곳의 매출은 3조1086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6% 늘었다. 종근당이 지난해보다 매출이 41.9% 성장했고 LG생명과학(33.6%), 유한양행(18.5%), 한독(15.2%), 녹십자(13.8%) 등도 두 자릿 수 성장세를 나타냈다. 9개 업체의 영업이익도 23.7% 증가했다.
지난 몇 년간 강력한 리베이트 규제로 영업활동이 위축된데다, 단기간에 굵직한 신제품을 발굴하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기대 이상의 성적표다.
올해 실적이 개선된 제약사들을 보면 최근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종근당은 새롭게 장착한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지난해 말 한국MSD와 공동판매 협약을 맺고 당뇨치료제 ‘자누비아’·‘ 자누메트’·‘자누메트XR’,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아토젯’ 등 신약 5개 품목의 판매에 나섰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에 따르면 이들 5개 제품은 1081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했다.
종근당이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의 원 개발사 이탈파마코로부터 공급받은 원료로 만든 '종근당글라이티린'은 105억원어치 팔렸다. 적극적인 외부 수혈 전략이 사당 최대 실적으로 이어졌다.
유한양행과 녹십자도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신약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한양행은 지난 몇 년간 베링거인겔하임, 길리어드, 화이자 등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매 비중을 늘리며 외형을 크게 확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B형간염약 ‘비리어드’(692억원), 당뇨약 ‘트라젠타’(495억원), 고혈압약 ‘트윈스타’(429억원),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74억원) 등 4개 도입신약이 16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 전체 매출의 27.9%에 달하는 규모다.
녹십자는 주력사업의 고른 성장과 함께 전문약부문의 성장이 돋보였다. 지난해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 BMS의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매출이 새롭게 가세한 효과를 봤다. 바라크루드는 단일 제품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인데, BMS는 지난해 특허만료와 함께 시장 방어를 목적으로 녹십자와 손 잡았다. 바라크루드의 상반기 원외 처방실적은 527억원을 기록했다.
LG생명과학은 자체 개발한 신제품이 돌풍을 일으켰다. LG생명과학의 '히알루론산' 성분 필러 '이브아르'는 상반기에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간판 제품으로 떠올랐다.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이브아르는 지난 2분기 매출 185억원 중 140억원을 중국에서 올리는 성과를 냈다. 이브아르는 지난해 중국에서 약 200억원어치 팔리며 가능성을 보인데 이어 올해는 수출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할 전망이다.
LG생명과학이 자체개발한 당뇨신약 '제미글로'는 상반기에만 237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2배 가량 늘었다. 판매 파트너를 사노피아벤티스에서 대웅제약으로 교체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 최근 제미글로에 또 다른 당뇨약 메트포르민을 결합한 제미메트를 출시하며 상승 곡선을 그리는 상황에서 올해 초 공동판매 제휴 업체를 대웅제약으로 바꾸면서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체결한 신약 기술 수출 계약의 효과를 올해 상반기에도 누렸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6건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7000여억원의 계약금을 확보했는데, 이 중 사노피와의 계약으로 받은 5000여억원은 배분 인식하고 있다. 아직 수익으로 반영하지 못한 약 2500억원 중 올해 상반기에만 543억원을 기술수출료로 반영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상반기 릴리와의 자가면역치료제 수출 계약으로 548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올해 상반기 추가로 유입된 기술수출료가 없어 기고효과에 따른 실적 저하 현상이 우려됐지만 기술수출료 배분 인식으로 실적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상당수 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 확보를 통해 외형 성장을 기록한 것과는 달리 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은 굵직한 신제품을 장착하지 못해 매출 상승폭은 경쟁업체보다 둔화했다.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이 캐시카우 확보를 위해 다국적제약사들의 신약 판권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