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지난 2012년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특허가 만료되자 시장 판도는 요동쳤다. 연간 400억원대에 불과한 시장에서 국내제약사 50여개사가 복제약(제네릭) 시장에 뛰어들며 치열한 시장 경쟁을 펼쳤다. 특히 한미약품의 ‘팔팔’은 오리지널의 매출을 뛰어넘는 파란을 일으키며 ‘제네릭 신화’를 썼다. 당시 또 다른 제네릭 시장의 강자 종근당은 비아그라 시장에 가담하지 않고 멀찌감치 지켜만봤다.
그러던 종근당이 뒤늦게 비아그라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나섰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종근당은 지난달 30일 비아그라 주 성분인 ‘실데나필’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생동성시험) 계획서를 승인받았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개발의 필수 절차로 오리지널 의약품과의 약물 흡수 속도 및 흡수량을 비교하는 임상시험이다.
비아그라 제네릭 업체들은 2012년 비아그라 특허 만료를 대비해 지난 2011년 6월부터 제네릭 개발을 위한 생동성시험에 착수했다. 그러나 종근당은 이때 제네릭 개발을 시도하지 않고 5년 뒤에 시장 진입 채비에 나선 셈이다.
특정 제약사의 뒤늦은 제네릭 시장 진입은 주목할만한 소식은 아니다. 종근당의 경우 기존 제네릭 시장에서 주로 선두 주자로 진입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의약품 조사업체 유비스트의 자료에 따르면 종근당이 판매 중인 의약품 중 가장 많은 처방실적을 올린 제품은 고지혈증약 ‘리피토’의 제네릭 ‘리피로우’(223억원)다.
사실 종근당이 그동안 비아그라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배경에는 속 쓰린 사연이 있다. 종근당은 지난 2007년 바이엘과 업무 제휴 계약을 맺고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를 ‘야일라’라는 제품명으로 바꿔 판매하기 시작했다. 똑같은 제품을 포장만 바꿔 하나 더 허가받고 양사가 동시에 판매하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야일라를 판매하는 동안 유사 제품을 판매할 수 없다는 계약에 묶여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는 군침만 삼켜야 했다. 야일라의 성적표는 신통치 않았다. 야일라는 발매 당시 반짝 인기를 끌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IMS헬스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레비트라와 야일라는 89억원의 매출을 합작했지만 2013년에는 1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바이엘은 지난 2009년 레비트라 가격을 40%가량 인하하고 2011년에는 최초의 물 없이 녹여먹는 발기부전치료제 '레비트라 ODT'를 내놓으며 반등을 시도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종근당이 야일라의 부진에 속앓이를 하는 동안 한미약품의 ‘팔팔’은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에서 전체 1위에 등극하며 승승장구했다.
결국 종근당은 바이엘과의 판매 제휴를 청산하고 2014년 말 야일라의 허가도 자진 취하했다. 종근당이 야일라 판매를 접은 이유는 ‘시알리스’의 제네릭 시장 개방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9월 시알리스 특허만료와 동시에 제네릭 ‘센돔’을 내놓았다. 시알리스 시장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IMS헬스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 중 센돔은 31억원의 매출로 1위를 차지했다. 시알리스 제네릭을 내놓은 66개 업체 중에서도 발군의 영업력을 과시했다.
시알리스 제네릭 시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뒤늦게 비아그라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민 셈이다. 동일 영역의 치료제 시장에서는 시장 타깃도 동일하다. 시알리스 시장에서 견고한 영향력을 구축한 영업 노하우를 토대로 비아그라 시장을 두드리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미 52개 업체가 비아그라 제네릭 시장에서 혈투를 벌이고 있어 성패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