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SK케미칼의 간판 천연물신약 ‘조인스’가 천신만고 끝에 복제약(제네릭)의 위협에서 벗어났다. 적극적인 특허 전략으로 제네릭 제품의 발매 시기를 지연시키는데 성공하며 약가인하에 따른 손실을 모면했다. 무려 90여개의 제네릭과 개량신약의 발매로 속절없이 시장을 내준 천연물신약 ‘스티렌’과 대조를 보인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오는 10월1일부터 조인스의 제네릭 41개 품목이 건강보험 의약품 급여목록에서 삭제된다. 제네릭 제품들은 당초 10월1일을 발매일로 정하고 급여목록에 지난 2010년 미리 등재됐다. 그러나 출시 계획을 보류하면서 급여목록에서도 사라졌다.
SK케미칼의 적극적인 특허 전략이 효과를 봤다. 지난 1997년 골관절염치료제로 허가받은 조인스는 위령선·괄루근·하고초 등 생약 성분으로 구성된 천연물신약이다. 지난 2011년부터 5년간 총 1668억원의 처방실적을 올리며 SK케미칼의 의약품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당초 제네릭 업체들은 올해 10월1일 제네릭 발매 계획을 세웠다. 지난 1998년 등록된 '복방 생약제로부터 유효활성 성분의 추출ㆍ정제방법과 그 추출물을 함유한 생약 조성물' 특허가 9월30일 만료되기 때문이다. 국내제약사 41곳이 6년 전에 제네릭 허가를 받으면서 올해 10월1일에 발매하겠다고 공표한 이유다.
하지만 SK케미칼은 제네릭으로부터 조인스 시장을 방어하기 위해 후속 특허를 등록하는 전략을 적극 구사했다. 지난 2005년 4월 등록된 '관절 보호용 생약조성물' 특허를 등록했고 올해 4월에는 '쿠커비타신 B의 함량이 감소된 관절염 치료 및 관절 보호용 생약조성물' 특허를 추가로 등록받았다. 이들 2개 특허의 존속기간 만료일은 각각 2021년 5월18일, 2030년 7월14일이다.
제네릭 업체들이 새롭게 추가된 특허를 회피하지 않으면 제네릭을 발매하면 특허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제네릭 제품들은 10월1일에 발매하는 조건으로 보험급여 목록에 등재돼 조인스의 약가도 10월1일 30% 인하(402원→324원)가 미리 예고된 상태다. 오리지널 의약품은 제네릭의 발매일을 기준으로 보험약가 30% 내려가고 1년 뒤에는 특허 만료 전의 53.55% 수준으로 한번 더 인하된다.
SK케미칼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후속특허가 등록돼 있다는 자료를 제시하며 약가인하 시기 조정을 요청했다.
심사평가원 관계자는 “10월1일자로 과거 등재된 조인스 제네릭의 직권조정시기가 도래하는데 오리지널사(SK케미칼) 직권조정 재평가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심평원은 제네릭 업체들에 제네릭 판매 예정시기를 문의했고 광동제약, 한독, 휴온스, 신풍제약 등 41개사 모두 10월1일에 발매하지 않는다고 회신하자 보험급여목록에서도 제네릭 제품을 삭제했다.
보건당국은 지난해 말 ‘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개정을 통해 즉시 판매 가능 약제만 보험등재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처럼 특허 등의 문제로 당장 판매 계획이 없음에도 미리 등재목록에 가등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번에 조인스 제네릭이 보험급여 목록에서 삭제된 근거다. 보험급여에 등재된 이후 판매 계획이 변경됐다고 보험급여가 취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네릭 업체들은 조인스의 후속특허를 회피할 원료의약품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원가가 높다는 점도 판매를 주저한 이유로 지목된다. 조인스의 경우 보건당국의 ‘벤조피렌’ 저감화 대상으로 지정돼 내년 말까지 일정 기준 이하로 벤조피렌 검출량을 줄인 원료를 사용해야 한다.
앞서 SK케미칼은 지난 8월 조인스 제네릭을 보유한 제약사들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 '조인스' 제네릭의 발매 계획이 있는지 직접 문의할 정도로 제네릭 발매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SK케미칼 측은 "특허권이 만료된 후의 판매를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특허권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동안 이뤄지는 시판 준비 행위들은 독립적으로 특허권 침해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제네릭 발매시 특허소송을 제기할 것을 미리 엄포하기도 했다.
결국 SK케미칼의 적극적인 특허 전략의 결과로 조인스는 제네릭 발매에 따른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됐다. SK케미칼이 조인스 제네릭 발매 저지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는 제네릭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은 급감할 수 밖에 없다. 약가인하에 따른 막대한 매출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이미 동아에스티의 간판 천연물신약 ‘스티렌’이 제네릭으로부터 시장을 방어하지 못해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겪고 있다. 스티렌의 조성물특허는 2015년 7월 발매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1월 종근당, 제일약품, 대원제약, 유영제약, 안국약품, 지엘팜텍 등 6개사가 스티렌과 같은 원료를 사용하면서도 제조방법을 바꾼 제품을 발매하며 사실상 스티렌의 특허만료일을 2년 앞당겼다. 동아에스티는 이들 업체와 특허소송을 벌였지만 고배를 들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난해 스티렌의 특허만료와 함께 80여개 업체가 제네릭을 내놓으며 스티렌의 전방위로 제네릭 제품의 견제를 받게 됐다. 보험약가도 특허 만료 전의 절반 가량으로 감소했다.
결국 스티렌의 처방실적은 지난 2012년 810억원에서 지난해 375억원으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약가제도에서 제네릭이 발매되면 오리지널 의약품의 보험약가는 종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치명적인 손실이 불가피하다”면서 “오리지널사 입장에서는 특허 전략에 따라 막대한 손실을 줄일 수 있어 가동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