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종근당이 올해 3분기만에 연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자체개발신약과 개량신약, 복제약(제네릭), 도입신약 등이 조화를 이루며 매출 기록을 조기에 갈아치웠다. 주력제품의 활발한 세대교체로 안정적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종근당은 올해 3분기 누계 매출 6123억원을 기록, 전년동기대비 40.1% 늘었다. 영업이익은 411억원으로 전년보다 27.7% 증가했다. 3분기 누계 매출 6123억원은 지난해 1년 동안 기록한 5925억원을 훌쩍 뛰어넘은 수치다.
지난 1941년 설립 이후 연 매출 신기록을 3분기만에 세울 정도로 파죽지세다. 종전 종근당의 연 매출 신기록은 2013년 분할 이전을 포함, 지난해 기록한 5925억원이다.
올해 초 다국적제약사의 굵직한 신약의 판권을 연이어 확보하면서 급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된다.
종근당은 올해부터 MSD의 고지혈증치료제 ‘자누비아’·‘자누메트’·‘자누메트엑스알’과 ‘바이토린’, 고지혈증복합제 ‘아토젯’ 등의 판매에 나섰다.
의약품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이들 5개 제품의 원외 처방실적은 총 1636억원에 달한다. 종근당은 MSD와 5개 품목을 공동으로 유통하는 방식을 구사하고 있어 처방실적이 모두 매출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종근당의 가파른 성장세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부터 이탈리아제약사 이탈파마코로부터 원료의약품을 공급받아 완제의약품을 만들어 판매 중인 인지장애개선제 ‘종근당글리아티린’도 9월 누계 198억원의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단숨에 간판 제품으로 떠올랐다.
표면적으로는 종근당이 다국적제약사 신약 판매를 통해 외형을 확대한 것처럼 보이지만 주요 제품의 실적을 보면 자체개발 제품들도 선전을 보이며 회사 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지난 3분기 누계 주요 제품의 원외 처방실적을 보면 상위 10개 제품 중 9개 제품이 지난해보다 성장세를 기록했다.
로슈로부터 국내 판권을 넘겨받고 직접 생산ㆍ판매 중인 고혈압치료제 ‘딜라트렌’이 전년대비 소폭 감소했는데 종근당이 딜라트렌의 처방을 용량을 늘려 복용횟수를 줄인 ‘딜라트렌엑스알’로 전환하는 영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주요 제품 모두 상승세를 기록한 셈이 된다.
특히 종근당의 주력 제품들이 신약, 개량신약, 제네릭, 도입품목 등 다양한 제품이 포진했다는 점도 의미있는 변화다. 지난 상반기 기준 종근당의 매출에서 상품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7.2%로 경쟁사보다 높은 수준이 아니다. 최근 도입신약의 매출이 대거 가세했음에도 자체개발제품의 매출 비중이 훨씬 많다는 얘기다.
국산신약 20호로 허가받은 당뇨치료제 ‘듀비에’는 지난 2014년 발매 이후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9월까지 전년대비 39.5% 증가한 120억원의 원외 처방실적을 기록하며 지난해(120억원)에 이어 발매 2,3년차에 연속 매출 100억원 돌파를 확정지었다.
듀비에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치료제로 불리는 제2형 당뇨병을 치료하는 약물이다. 지난 2010년 심장병 유발 위험을 이유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아반디아'와 같은 계열이라는 약물로 발매 당시 시장성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아반디아의 임상 결과를 재분석한 결과 아반디아의 심혈관계 위험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 사용제한을 해제하면서 부작용 위험성 논란에서 벗어났고 처방실적도 지속적으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3년 내놓은 고혈압복합제 ‘텔미누보’는 올해 처방실적 200억원을 넘어서며 종근당의 간판품목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다. 텔미누보는 두 개의 고혈압약 성분(텔미살탄+S암로디핀)을 함유한 제품으로 종근당이 개발한 첫 복합신약이다. 종근당이 자체개발한 개량신약 고혈압약 ‘딜라트렌엑스알’과 항혈전제 ‘프리그렐’의 처방실적도 전년대비 각각 43.5%, 4.8% 성장하며 회사 성장에 기여했다.
올해 주요 제약사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해 수익성 하락을 겪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종근당은 도입신약 판권 확보 이외에도 활발한 연구개발(R&D)을 통해 꾸준히 신제품을 배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제약사 중 가장 많은 30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임상시험 과제도 신약, 개량신약, 바이오시밀러 등 다양하게 포진했다. 올해 초에는 일본 바이오의약품 기업 후지제약공업과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CKD-11101’를 기술수출하는 등 해외 성과도 점차적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 투자한 R&D비용은 534억원으로 전년동기(409억원)보다 30.1% 늘었다. 2013년 상반기 307억원보다 2년 만에 73.9% 증가했다.
종근당 관계자는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R&D를 통해 중장기 먹거리를 준비 중이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신제품을 적기에 내놓고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한 맞춤형 영업전략이 주효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