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올해 35회를 맞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US바이오와 함께 전세계 가장 큰 규모의 바이오 헬스케어 행사로 꼽힌다. ‘바이오텍의 슈퍼볼’이라 불리기도 한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의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어 전세계 관련 기업 연구자들이 참여한다.
류준수 녹십자 사업개발 본부장은 지난 20일 쉐라톤 팔레스서울 강남호텔에서 열린 바이오산업계 신년하례회에서 '2017 JP모건헬스케어 컨퍼런스' 현장을 직접 참관한 후기와 함께 글로벌 트렌드를 소개했다.
류 본부장은 “JP모건 컨퍼런스에는 올해 467개 기업이 참가했는데 이들 가치만 5000조를 넘는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가치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규모의 기업들이 모인 컨퍼런스”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번에 참가한 한국기업은 7개로 2% 남짓한 비율로 한국이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크게 기조연설(Keynote), 회사발표, 파트너링으로 나뉘는데, 기조연설과 회사발표에 중점을 둔다. 그는 “파트너링은 자율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50대 제약사들의 CEO, CFO가 계단에 앉아서 파트너링을 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라며 새로운 기업발굴을 위한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를 전했다.
◇JP모건에서 마주친 가장 주목할 만한 3개의 기업은?
류 본부장은 이번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느껴졌던 3개의 기업을 꼽았다.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셀진(Celgene)으로 연간 2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셀진은 강점이 있는 혈액암으로부터 시작해 그 다음 고형암, immune-oncology로 확장을 했는데, 신약개발을 질환(disease)기반으로 시작해 지금의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충한 것”이라며 “셀진이 사업개발을 위한 인력만 40~50명으로 혼자힘이 아닌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오늘의 위치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번째 기업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로 다양한 기관∙매체에서 최근 3년간 가장 혁신적인 회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류 본부장은 “버텍스의 리서치 전략은 벨리데이트 타깃(validated target)를 개발한다”고 전했다. 즉, 후보약물을 선정할 때 철저히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한 것들을 선정한다는 뜻이다.
또한 그는 “특정 질병에 대해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분류해, 각각의 환자군에 맞는 제품을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에 대해 4개의 환자군을 나눈다고 하면, 그에 따른 바이오마커를 발굴해 다른 제품들을 개발한다는 것. 이러한 전략은 시장에 시판될 때 상당한 강점을 갖는다. 한 질병에 대해 버텍스의 제품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것과 나중에 생산, 허가 등에서 더 용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꼽은 기업은 IBM Watson으로 길병원에 도입돼 ‘암을 진단하는 인공지능’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류 본부장은 “환자가 왔을 때 이상적인 처방뿐만 아니라 이미징을 통한 진찰을 하고 딥러닝이 가능하기에 앞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라며 “얼마전 IBM Watson 슈퍼컴퓨터가 신경퇴행성 병인 루게릭병과 연관된 5개 유전자를 찾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는 앞으로 인공지능의 역할이 환자의 병을 진찰하고 처방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임상의가 보지 못했던 현상을 관찰할 수 있으며 질병의 원인이 되는 타깃 분자를 찾는 역할까지 가능하다는 것.
◇현재 제약바이오 업계의 트렌드와 국내 바이오텍에 시사점은?
JP모건 헬스케어를 통해 본 올해는 트렌드는 어땠을까? 류 본부장은 “올해 가장 뜨거웠던 주제는 역시 immune-oncology로 발표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다른 두가지 키워드로 크리스퍼 기술을 포함한 ‘유전자치료제’와 정밀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를 언급했다.
그는 “이외에도 새정부가 시작되면서, 미국 시장내에서 지나치게 고가인 항암치료제를 포함한 약가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도 큰 이슈였다”라며 “개인적으로는 디지털 헬스케어도 아직까지는 주류는 아니지만 앞으로 상당한 주목을 받을 거라 예상한다. 새로운 혁신은 다른 분야의 기술이 들어오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디지털 헬스케어는 질병을 다루는데 생화학적 메커니즘이 아닌 전기자극을 사용해 불면증, 우울증을 치료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류 본부장은 마지막으로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통해 국내 바이오텍이 생각해봐야 할 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로슈와 같은 큰회사의 선택과 집중 전략, 그리고 다케다의 M&A를 통한 규모확대 두가지 예를 고민해봐야 한다”라며 “초기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전략적으로 파이프라인 구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올해엔 중국기업의 활약이 눈에 띄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국내시장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동북아 파트너십으로 연결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