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올해부터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된 LG생명과학이 지난해 창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G생명과학은 지난해 영업이익 472억원으로 전년대비 87.3% 늘었고 매출액은 5323억원으로 전년보다 18.2% 증가했다. 이날 LG화학이 실적을 발표하면서 LG생명과학의 실적도 공개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02년 (주)LG (옛 LGCI)의 생명과학사업부문이 분할돼 설립됐고 올해부터 LG화학으로 흡수 합병되면서 14년 독립경영을 청산했다. LG화학에서는 생명과학사업부가 기존의 LG생명과학의 사업을 담당한다.
LG생명과학의 지난해 영업이익과 매출액 모두 창립 이후 신기록이다. 매출액은 2015년 4354억원을 훌쩍 뛰어넘어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은 종전 신기록인 2009년 296억원보다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LG생명과학의 새로운 수익원(캐시카우)으로 자리잡은 당뇨신약 ‘제미글로’와 필러 ‘이브아르’의 선전이 돋보였다.
제미글로는 지난해 복합제를 포함해 약 5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대비 2배 가량 성장하면서 국산신약 최초로 연 매출 500억원 고지를 선점했다.
지난 2012년 국산신약 19호로 허가받은 제미글로는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DPP-4)를 저해하는 작용기전으로 갖는 약이다.
지난해에는 대웅제약의 영업력이 가세하면서 제미글로의 매출 성장세가 가팔라졌다. LG생명과학은 다국적제약사 사노피와 공동으로 제미글로를 판매했지만 지난해부터 대웅제약과 손잡았다. 대웅제약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첫 DPP-4 억제제 ‘자누비아’를 판매해온 영업 노하우를 제미글로 판매에 접목하면서 시너지를 냈다.
히알루론산 필러 ‘이브아르’의 지난해 매출은 약 580억원으로 전년대비 57% 증가하며 효자 제품으로 자리매김했다.
LG생명과학은 중국 미용 성형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제적으로 허가를 추진, 지난 2013년 국내 업체 중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중국에서 이브아르의 허가등록을 완료했다. 이후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브아르의 전체 매출 중 50% 이상에서 중국에서 발생한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말 중국 후아동 닝보 메디슨(Huadong Ningbo Medicine)과 641억원 규모의 이브아르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LG생명과학은 올해 LG화학 흡수 합병 이후 중장기 성장동력 마련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생명과학사업부를 총괄 지휘한다.
정호영 LG화학 사장은 지난해 9월 LG생명과학 합병 추진 컨퍼런스콜에서 “LG생명과학의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현재 1000억원 수준에서 3000억~5000억원 규모로 늘려 동시에 10~20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LG생명과학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세포보호제 ‘네크록스(NecroX)'와 같이 잠재력이 높은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투자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네크록스는 과도한 활성 산소를 제거해줌으로써 세포 괴사를 방지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인자의 발현을 억제하는 저분자 화합물이다. 다양한 세포치료제로의 활용이 가능한 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24일 궤양성대장염 치료 신약 ‘LC51-0255’의 임상1상시험 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받으면서 본격적인 신약개발 행보를 시작했다. 이 물질은 LG화학 생명과학사업부가 처음으로 개발에 시도하는 신약 물질이다.
시설투자도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LG생명과학은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내 16만5000㎡ 부지의 오송공장에 총 2000억원을 투자해 경구용 의약품, 바이오의약품 공장과 물류창고, 내용고형제 및 항체 임상샘플용 벌크 등의 생산체제를 구축했고 최근 충북도 및 청주시와 미래 바이오사업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2020년까지 총 1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투자키로 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지난 1일부터 합병이 완료됐으며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신약 파이프라인 개편 로드맵은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