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대연 부산대 교수
전 세계가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있는 동안, 사회 각 분야는 모두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계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번거로워 적용하지 않았던 온라인 회의・강의가 대세가 되었고, 배달하지 않던 모든 식당이 배달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람 간의 접촉이 없어지고 마스크가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수품이 되었다. 이러한 사회 전분야의 변화는 실험동물분야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실험동물의 관리, 운송, 폐기물처리 그리고 동물실험 과정에 대한 관리 등에서 새로운 기술과 시스템이 요구됐고, 실험동물관리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상황에 대한 대처훈련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게 직면한 문제는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필요한 국산 실험동물모델의 부재였다. 현재까지 알려진 코로나19의 원인 바이러스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2(SARS-CoV-2)는 인간의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hACE2)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내로 침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SARS-CoV-2가 침투할 수 있는 hACE2 단백질을 갖는 동물모델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모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국내 연구소나 대학은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유일하게 hACE2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마우스모델을 가지고 있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자 치료제 효능평가 등을 위한 감염동물모델 개발을 시작한데 비해 선진국 글로벌 동물판매회사들은 코로나19 발생 후 즉각적으로 자신들이 보유한 SARS-CoV 감염모델동물의 공급을 개시하면서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우리는 국가가 보유한 실험동물자원이 국민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될 수 있다는 점과 국가 인프라로서 육성 필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실험동물을 포함한 생물자원의 중요성은 이미 1990년대 초반 생물다양성협약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선진국을 중심으로 생명연구자원의 확보관리 및 활용을 위한 국제사회 의무와 노력을 강화하기 위한 시도가 급속하게 진전됐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실험동물분야는 매우 열악하다. 한국실험동물학회는 1985년도에 창립되어 우리나라의 실험동물 발전에 시발점이 되었지만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GLP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 암흑기를 거쳐왔으며, 200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동물실험에 대한 인식개선과 시설투자가 시작됐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제정이 실험동물분야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가 됐고, 동물실험 수행기관과 동물판매기관의 등록관리가 수행되게 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해 약 371만 마리의 실험동물이 사용되고 있으며, 386개 기관에서 3만9244건의 동물실험이 수행되고 있다(2019년, 농식품부 자료). 하지만 아직도 국산 실험동물자원의 보유 및 개발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며, 대부분은 선진국의 글로벌 회사로부터 로열티를 지급하고, 종자를 들여와 생산 판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글로벌 실험동물판매회사나 선진국은 많은 수의 실험동물자원을 자체 개발하고 보존하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다양한 연구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내 의약품 개발 및 생명과학 산업의 경쟁력을 지원하고, 실험동물자원 생산국가로의 도약을 위해 국산 실험동물의 보존 및 개발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식약처가 국립보건원에서 태동하던 198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도입된 일부 실험동물을 계통 관리하며 계대생산을 지속하여 왔다. 당시에 국내 실험동물 전문판매기업이 거의 없고, 대부분 열악한 시설로 인해 품질관리가 불가능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들 생산동물은 백신 등 의약품의 국가검정 수행을 위한 인프라로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데 크게 공헌하였다. 이렇게 관리된 실험동물은 특정한 기관에서 일정기간 동안 계대생산을 지속하면 최초기원의 동물과 다른 아계통(substrains)으로 등록할 수 있는 국제가이드라인(International Laboratory Code Registry)에 따라 새로운 Lab Code로 등록되었다. 식약처는 2015년에 Korea laboratory, 즉 'Korl'이라는 코드명을 등록하여 자체 아계통을 확립했다. 현재는 총 5개 아계통(Korl:ICR, Korl:SFM, C57BL/6NKorl, BALB/cKorl, DBA/2Korl)을 국산 실험동물 품종으로 확보하고 있다.
더불어 식약처는 보유한 실험동물자원(Korl)과 현재 상용화되어 있는 동일품종을 대상으로 생리적 반응성을 비교하여 과학적 근거자료를 확보함으로써 실험동물자원 생산국가로 진입을 위한 기반마련을 위한 사업을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하여 각 실험동물이 많이 사용되는 질병연구 혹은 의약품 개발분야를 선정하고, Korl이 갖는 특성을 비교·분석하여 국내 연구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Korl에 대한 반응성 논문 20편 이상 발간하였고, 홍보자료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식약처는 의약품 등의 효능평가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인체질환과 유사한 모델동물을 개발하여 국산화하는 사업을 추진하였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형질전환동물(Transgenic mice)과 유전자적중마우스(Knockout mice)는 소유권을 대부분 글로벌 기업이나 선진국의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어 국내 연구자나 CRO기업에서는 막대한 비용을 외국에 지급하고 수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더불어 최근에는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여론으로 인해 이러한 동물들을 항공기로 운송하는 과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식약처는 현재 미래 맞춤형 모델동물개발사업 등을 통해 의약품 등의 효능평가와 독성평가에 사용되는 94종의 질환모델동물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동물은 유용성 평가 등을 거쳐 현재 국내 연구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향후 시장성 있는 자원의 민간 기술이전 등 상용화를 통해 국내 개발 질환모델동물자원의 활용가치를 높인다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미래 고령화 사회에 따른 생명과 건강에 대한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함에 따라 실험동물자원은 신약개발과 생명연구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인식되면서 그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병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 치료제나 백신을 개발하는 인프라로서 실험동물의 국산화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국산 실험동물자원의 보유는 연구자들이나 제약회사만의 염원이 아니라 국민건강을 지키기 위한 중요한 하나의 핵심으로서 모든 국민들이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또한, 이러한 정책의 추진은 일회성, 단발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관되게 장기적으로 추진함으로 선진국과의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외국의 종자를 기반으로 실험동물을 판매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나라가 해외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다양한 실험동물 국산자원을 확보하여 독립성을 확보하는 날이 빨리 도래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