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바이오기업에 투자할 때, 투자를 결정하는 요소는 무엇일까? 국내 바이오투자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탈(VC) 등 투자자들이 모여 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열렸다.
온라인으로 지난 24일 개최된 바이오플러스 인터펙스(Bioplus Interphex 2020) ‘바이오 스타트업 스타발굴’ 섹션.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좌장을 맡은 이 세션은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바이오투자그룹장, 이승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이사, 조인제 액트너랩 의장, 김희준 이그나이트 이노베이터 대표 등이 참여했다.
신 그룹장은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사이언스 △꼼꼼한 사업계획서 △투자의 타이밍 △투자자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등 4가지를 꼽았다.
신 그룹장은 그 중 핵심은 '사이언스'라고 강조했다. 그는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패는 결국은 ‘사이언스’로 귀결된다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이언스를 해나가는 모습, 이것이 핵심이자 본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바이오엔텍(BioNTech)과 국내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들었다.
독일의 바이오엔텍이 창업이후 10년간 연구개발 과정에서 투자도 많이 유치 못하고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3년전부터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졌다. 그 결과, 새로운 모달리티(modality)로 부각되고 있는 mRNA분야의 선두주자로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바이오엔텍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 회사다. 그는 “오랜 기간의 개념검증을 거친 탄탄한 사이언스 기반은 질적 고양시기에 집중 투자가 일어나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신 그룹장은 “대전의 어느 한 회사 사장실에 가면, '머리 하얀 할아버지'가 돋보기를 끼고 논문이 가득히 쌓인 방에서 끊임없이 논문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그 사장님이 바로 김용주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대표다”고 소개했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바이오 사업에서의 성패는 ‘사이언스’가 핵심이고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스타트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두번째 요소로는 탄탄한 사업계획서를 꼽았다. 신 그룹장은 "처음에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를 주목하게 된 포인트는 정교한 사업계획서였다"며 "창업 후 5년동안의 사업계획서가 상당히 정교하게 짜여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물론 사업이 항상 계획대로 되지는 않지만, 템플릿이 있다면 여기에 비춰보면서 문제가 생겼을 때 새로운 방안을 찾는 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번째로는 투자의 타이밍, 즉 지분관리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신 그룹장은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상장을 위해 계속기업의 관점으로 지배구조를 중시하기 때문에 창업자의 지분을 지켜주는 형태로 이뤄진다”며 “지분희석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CFO와 투자유치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바이오 스타트업의 가치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바이오 기업의 밸류 측정은 이익을 추정하고 불확실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임상단계에 가서야 판단이 가능하다”며 “초기단계에서는 다른 기업과 비교를 통해 이뤄지게 되는데, 여기서 비극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기술을 가진 회사와 서로 비교하면서 투자를 더 많이 받으려고 하다가 불행이 시작된다는 것.
서 그룹장은 “적기에 돈이 들어올 수 있는가의 타이밍이 투자 벨류에이션보다 훨씬 중요하고, 항상 곳간에 현금을 보유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투자자와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번째로 투자자와의 소통 필요성이다. 김의준 이그나이트 대표는 “바이오 스타트업은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면 접근하기가 어렵다”며 “창업자는 투자자와 커뮤니케이션을 밀접하게 하며 같이 호흡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성장에서는 마일스톤이 중요한데, 회사의 성장에 있어 어느 단계에 있고,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조인제 액트너랩 의장도 “시리즈A나 B 투자를 받을 때 보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은 분들이 투자를 잘받는 경향이 있다”며 “밝고 긍정적인 마인드, 혁신에 대한 에너지를 가진 CEO를 만나면 좋은 에너지를 받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투자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신정섭 그룹장은 “상장 이후에도 기업에 불리할 수 있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오픈하는 회사가 있다”며 “이런 투명한 소통능력은 무형자산이 가장 중요한 바이오텍들이 가져야할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여전히 뜨겁고,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분야중 하나가 됐다. 신 그룹장은 “우리나라 벤처캐피탈 협회자료를 보면, 바이오분야 투자는 2019년 1.1조원으로 역대 최고”라며 “2016년부터는 전체 섹터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다소 주춤했지만 4300억 규모의 투자가 진행되면서 다른 분야를 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의준 이그나이트 대표는 “외국에서 보는 시장과 한국내에서 보는 VC 시장은 완전히 다르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OECD에서 발표한 GDP대비 투자규모를 보면, 2012년부터는 아시아에서 1위 규모이고 세계에서는 이스라엘, 미국, 캐나다에 이어 4위”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이중 최근 5년간 생명과학분야에 투자된 자금이 가장 많아, 해외의 초기단계 바이오텍들이 어떻게 하면 한국의 VC에서 자금을 받을 수 있을지 고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