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가속승인(accelerate approval)을 받은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6건의 적응증에 대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항암제 자문위원회 회의결과, 적응증 유지권고는 4건, 철회권고는 2건으로 최종 결정됐다.
가속승인 후 확증임상(confirmatory study)에 실패한 면역항암제 적응증의 유지와 철회 여부를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기에, '무더기 철회'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외로 '유지'에 우세한 결과가 도출됐다.
로슈(Roche)의 '티쎈트릭(Tecentriq, atezolizumab)'은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mTNBC)과 방광암에서 모두 유지 권고를 받았고, 미국 머크(MSD)의 ‘키트루다(Keytruda, pembrolizumab)’는 방광암과 간세포암(HCC)에서 유지 권고를 받았으나, 위암에서는 철회 권고를 받았다. BMS(Bristol Myers Squibb)의 ‘옵디보(Opdivo, nivolumab)’는 유일하게 간세포암을 대상으로 평가받았으나 철회 권고를 받았다.
미국 FDA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현지시간)까지 개최했던 항암제 자문위원회(Oncologic Drugs Advisory Committee, ODAC) 회의에서 가속승인을 받은 PD-1 계열 면역항암제에 대해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면역항암제의 최종 결정은 FDA가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게 되지만, 결정 전 자문위 회의 결과를 참고하며 일반적으로는 자문위의 권고를 따른다.
ODAC는 이번 회의에서 유방암, 방광암, 위암, 간세포암을 대상으로 총 6건의 가속승인 중 4건에 대해 확실한 후속 임상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적응증 유지를 권고했다. 특히 티쎈트릭과 키트루다의 방광암 적응증 유지 권고처럼, 치료 옵션이 희귀해 약물 승인 철회로 인한 환자들의 ‘언멧니즈(unmet needs)’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이번 3일간 열린 자문위 회의를 살펴보면, 지난달 27일에 진행된 회의에서 ODAC는 티쎈트릭의 전이성 삼중음성유방암(mTNBC) 적응증을 유지하는데 7대2로 찬성했다.
28일 가장 치열한 공방이 예상됐던 티쎈트릭의 방광암 적응증은 ODAC 투표 결과 10대1로 적응증 유지에 찬성하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ODAC는 특히 시스플라틴을 사용할 수 없는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티쎈트릭이 중요한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티쎈트릭의 후속임상에서 전체생존기간(OS) 결과가 정확히 도출될 때까지 승인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키트루다의 방광암 적응증 유지 찬반 역시 5대3으로 유지 찬성의견이 우세했다. ODAC는 티쎈트릭과 유사하게, 머크가 제출한 키트루다의 후속임상에 대해 키트루다 외 치료 옵션이 없는 일부 하위그룹의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적인 임상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승인을 대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9일 진행한 키트루다의 간세포암(HCC) 2차 치료제 적응증 논의에 대해 ODAC는 8대0 만장일치로 적응증 유지에 동의했다.
그러나 키트루다의 위암 3차 치료제 적응증에 대해서는 2대6으로 철회 의견을 내세웠다. ODAC는 결과적으로 머크가 발표한 2건의 후속 추적임상(follow-up) 결과가 키트루다의 초기 임상 결과만큼의 효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3차 치료제로의 이점 또한 적다고 판단했다.
옵디보의 간세포암(HCC) 2차 치료제 적응증 역시 투표 결과 4대5로, 적응증을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약간 우세했다. 의학적 ‘언멧니즈(unmet needs)’를 해소시켜 줄 수 있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능성 등의 임상적 이점이 확실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
한편, 이번 FDA의 ODAC 회의가 열리기 전 일부 빅파마들은 가속승인을 받은 면역항암제들에 대해 재빨리 ‘자진철회’ 결정을 내렸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의 면역항암제 '임핀지(Imfinzi, durvalumab)'는 지난 2월 성인 방광암 적응증을 자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머크는 지난 3월 키트루다의 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철회하겠다고 밝혔으며, 로슈도 같은 달 티쎈트릭의 방광암 적응증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FDA가 당시 시판 후 요구조건(확증임상)을 충족하지 못한 가속승인 약물을 대상으로 ‘재평가’를 진행하면서 신약 승인에 대한 엄격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이후로도 추가적인 적응증 철회 발표가 이어 질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회의에서 ODAC는 대부분 빅파마의 손을 들어준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