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세브란스 연구진이 비침습적인 망막의 혈관 이미지를 통해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 안과 김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 그리고 싱가포르 Duke-NUS 의과대학 임형택 교수 연구진과 스타트업 메디웨일(Medi Whale), 필립메디컬센터 등 국내외 다양한 연구팀이 함께 참여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 란셋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doi:10.1016/S2589-7500(21)00043-1).
이상지질혈증의 유병률은 국내 성인 5명 중 2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지질강하 치료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피 검사를 통해 환자의 총콜레스테롤, LDL/HDL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측정하고, 이 중 한가지가 정상수치를 벗어나면 지질강하 치료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때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평가해 위험도가 높으면 강한 치료, 중간이면 중등도 치료, 위험도가 낮으면 치료를 하지 않는다.
이 중 중등도 위험 환자군을 대상으로 확실한 위험 평가가 필요할 때 심장 CT 검사를 통한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를 기반으로 향후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할지의 여부를 예측하게 된다. 관상동맥 석회화지수는 심혈관질환 발생위험을 가장 잘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를 산출하기 위한 심장CT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고, 비용이 비싸며 의료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는 환자들이 검사받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세브란스 연구진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동맥과 정맥을 직접 의사가 관찰할 수 있는 ‘망막’을 통해 비침습적이면서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는 심혈관 위험도 평가모델을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망막간의 연관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 연세대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의 디지털 망막사진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한국, 싱가포르, 영국의 5개 데이터 세트 21만6152개 망막사진에 바이오이미징 스타트업 메디웨일의 인공지능(AI)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유무를 판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후 개발한 위험평가 알고리즘의 검증을 위해 연구진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팀의 ‘심뇌혈관질환 고위험군 맞춤예방’ 자료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증결과 망막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판정받은 환자군과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확인된 환자군에서 유사하게 심혈관질환 및 사망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수 교수는 “망막사진은 안과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어서 진단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안과가 일종의 간이 건강진단 센터로서 역할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심장내과나 다른 1차 진료기관에서도 이를 확인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필수적인 검사 수단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임형택 싱가포르 Duke-NUS 의과대 교수는 “망막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은 초기 단계”라며 “실제 임상 적용에서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