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윤소영 기자
독일 머크(Merck KGaA)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인공지능(AI)기반 생명공학 회사인 큐리스(Quris ai)와 인간 조직과 AI 기술을 결합해 약물 안전성을 예측하는 플랫폼에 대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밝혔다.
머크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큐리스의 안전성 예측 플랫폼을 기존의 in vitro/in vivo 안전성 평가방식과 비교하고, 플랫폼으로 전임상에서 확인이 어려웠던 후보물질에 대한 간독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또한 머크는 특정 질환군에서 5년동안 큐리스의 플랫폼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옵션 계약도 체결했다. 머크가 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큐리스는 머크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급받게 된다. 구체적인 계약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큐리스의 약물 안전성 예측 ‘BioAI 플랫폼’은 나노센서가 부착된 칩에 소형화된 인간 조직이 담긴 일명 ‘Patients-on-a-chip’을 사용한다. 여기에 다양한 조직에서의 안전성 결과를 학습한 AI를 적용해 약물의 안전성을 예측하는 방식이다.
BioAI 플랫폼은 다양한 조직에 대해 다양한 약물의 안전성 결과를 센서를 통해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이러한 결과는 AI가 다시 학습한다. 특히 큐리스는 플랫폼에 사용되는 인간 조직은 줄기세포로부터 분화된 조직을 활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조직에 대한 안전성 예측과 AI 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큐리스에 따르면 전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 약물도 89%는 임상에서 실패한다. 큐리스는 이에 대한 주요 원인을 전임상에서 사용하는 마우스모델과 실제 인간에서 오는 차이때문이라고 봤으며, 인간의 조직을 이용하는 큐리스의 플랫폼은 실제 임상과 비슷한 결과를 내 임상시험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작 벤트위치(Isaac Bentwich) 큐리스 대표는 “약물개발 과정은 개선돼야 한다. 마우스 모델에서 좋은 결과를 보여도 대부분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에서 실패한다”며 “큐리스의 임상 안전성 예측 플랫폼의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머크와 함께 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론 치카노베르(Aaron Ciechanover) 큐리스 과학자문위원단 위원장이자 노벨화학상 수상자는 “마우스모델 실험이 사람에게 미치는 효과를 잘 대변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마우스모델과 실제 사람간에서 나타나는 차이를 줄이면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수요가 크다”며 “이번 머크와의 협력은 큐리스의 AI기반 플랫폼을 평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성공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큐리스의 플랫폼은 약물개발의 속도, 안전성, 비용적인 측면에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큐리스는 2019년 설립된 회사로, 지난 1월 시드(seed funding)로 2800만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큐리스는 지난해 말 BioAI 플랫폼을 런칭했으며, 현재 이를 활용해 취약X증후군(Fragile X syndrome, FXS) 증후군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큐리스는 올해 안에 FXS 파이프라인의 임상진입을 목표로 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