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항암치료에서 뜨겁게 부상한 바이러스 치료제가 빛을 보게 될까? 국내 기업 신라젠이 개발 중인 펙사벡(Pexa-Vec)의 긍정적인 임상 결과가 공개됐다.
프랑스 제약사 트랜스진(Transgene)은 4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결장암과 흑색종을 대상으로 진행한 펙사벡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트랜스진은 펙사벡의 유럽 판권을 가지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임상을 통해 펙사벡의 항암 면역 활성 능력과 타깃한 암세포 살상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번 임상은 전이성 흑색종 환자 3명과 간 전이가 발생한 결장암 환자 6명, 총 9명의 환자에게 수술 2주 전, 펙사벡을 1x10^9 농도로 단일 정맥투여(intravenous injection)하고 수술을 진행한 다음 1개월, 3개월 뒤의 환자 예후를 관찰했다.
수술로 제거한 암 조직을 조직 면역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정맥으로 전신 투여된 펙사벡이 암조직에서만 선택적으로 발현 및 증식을 한 것을 확인했다. 또한 결장암 환자의 암 조직에서 염증반응과 섬유화가 관찰됐다. 4명의 간 전이가 있는 결장암 환자 가운데 1명에게서 암조직의 부분 괴사를 확인했고 1명의 환자는 암세포가 관찰되지 않는 완전 관해(Completely necrotic) 반응을 보였다.
이후 펙사벡의 면역활성화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수술 이후 정해진 타임라인(투여 후 1일/2일/3일/5일/수술당일/1개월/3개월)에 환자의 혈액 내의 면역세포와 사이토카인을 분석했다. 연구진은 종양 특이적 항원(Tumor specific antigen)을 타깃으로 하는 T세포의 활성이 증가했을 뿐 아니라 선천면역반응에 주요한 NK 세포의 활성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면역반응을 자극하는 사이토카인이 증가하는 결과를 관찰했다.
증가된 면역반응 활성을 관찰한 연구진은 기능적인 분석을 통해 암세포와 종양조직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지 실험했는데, 펙사벡을 적용한 환자의 NK세포가 종양세포에 특이적으로 독성을 발현하는 것과 종양 특이적 타깃(결장암 SW620/ 흑색종 Mel888)에 선택적으로 강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더욱 고무적인 성과는 면역관문 리간드인 PD-L1의 발현이 증가하는 것이다. 이는 펙사벡이 항 PD-1 억제제와 병용투여 시,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검증한 것이다.
이번 임상 책임자인 Alan Anthoney 박사는 "정맥을 통한 전신투여에도 불구하고 펙사벡이 종양조직에서 세포 살상능력을 보인 것이 매우 고무적이다. 한 명의 결장암 환자에서는 완전 관해 반응도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번 임상을 통해 암과 싸우기 위한 새로운 무기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Transgene의 Maud Brandely CMO(chief medical officer)는 "펙사벡이 보여준 PD-1과 PD-L1 신호경로의 상향조절 반응은 항 PD-1 억제제와의 병용요법에 대한 강한 기대를 심어준다. 또한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면역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가 정맥투여 이후 암조직으로의 선택적 이동과 증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