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일 기자
혈액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의 글로벌 블러드 테라퓨틱스(GBT, Global Blood Therapeutics)는 겸형적혈구증(SCD, Sickle cell disease) 치료제 ‘복셀로터(Voxelotor)’ 임상3상(GBT_HOPE, NCT03036813)에서 종결점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24회 유럽혈액학회(EHA, European Hematology Association)에 참석한 GBT는 겸형적혈구증 환자 대상 임상3상에서 복셀로터 투여가 환자의 헤모글로빈 수치를 개선했다고 지난 14일(현지시간) 밝혔다. 같은 날, GBT는 복셀로터 임상3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NEJM,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게재했다(DOI: 10.1056/NEJMoa1903212).
겸형적혈구증 환자 대상 GBT_HOPE 연구에 참여한 274명은 1500mg 복셀로터 투여그룹, 900mg 복셀로터 투여그룹, 위약그룹으로 나뉘었다. 각 그룹은 약을 하루 1회 경구 투여했다. 임상 결과, 헤모글로빈이 1g/dL이상 증가한 환자 비율은 ITT(Intention-to-treat) 분석에서 1500mg 투여그룹 51.1%, 900mg 투여그룹 32.6%, 위약그룹 6.5%로 나타났다. 기준점 대비 헤모글로빈 변화량은 1500mg 투여그룹 +1.1g/dL, 900mg 투여그룹 +0.6g/dL, 위약그룹 –0.1g/dL로 확인했다. 복셀로터 투여그룹에서 산소 관련 조직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GBT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복셀로터 투여로 헤모글로빈 수치의 개선은 확인했지만, 투여그룹과 위약그룹 간의 혈관 막힘 위험도(VOCs, Vaso-occlusive Crises)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헤모글로빈의 6번 글루탐산(Glutamic acid, 극성)이 발린(Valine, 무극성)으로 바뀐 겸형적혈구증 환자는 산소를 운반하지 못하는 낫 모양의 찌그러진 적혈구를 가지고 있다. 겸형적혈구증 환자는 헤모글로빈의 변형으로 용혈현상이 나타나며, 적혈구 간의 중합반응으로 모세혈관이 막혀 혈류가 원활하지 않다. 불충분한 산소 운반과 비정상 혈행으로 빈혈, 피로감, 통증, 혈관 손상이 생기며, 뇌졸중, 심근경색, 신부전, 간 질환 등이 나타난다. GBT에 따르면 겸형적혈구증 환자는 정상인보다 수명이 20~30년 짧다.
산소와 결합한 낫 모양 적혈구는 중합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GBT는 이 점에 주목해 헤모글로빈의 산소친화도를 높이는 2,3-DPG(2,3-diphosphoglycerate)와 유사한 작용을 하는 저분자 화합물 복셀로터를 개발했다.
낫 모양 적혈구의 비정상 헤모글로빈에 결합한 복셀로터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친화도를 증가시킨다. 복셀로터와 결합해 산소 친화도가 증가한 헤모글로빈은 산소 운반기능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적혈구의 용혈현상, 중합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셀로터의 헤모글로빈 정상화 효과에 주목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복셀로터를 혁신치료제(Breakthrough Therapy), 패스트트랙(Fast Track), 희귀의약품(Orphan Drug), 희귀소아질환(Rare Pediatric Disease) 의약품으로 지정했다.
GBT는 복셀로터의 가속승인을 위해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 New Drug Approval)를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