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지놈앤컴퍼니가 미국 대학과 바이오텍이 보유한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원천특허를 무력화하는데 성공했다. 국내 신약개발 바이오텍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특허전략 수립 과정에서 현지 원천특허 무효화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고, 승소까지 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이번 승소로 마이크로바이옴과 면역관문억제제의 병용투여 연구 확산의 계기가 마련됐으며 지놈앤컴퍼니 역시 새로운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게 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지난 14일 지놈앤컴퍼니가 시카고대(University of Chicago)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U.S. Patent 9,855,302 B2) 무효소송 1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PTAB는 "비피도박테리아(Bifidobacterium)군을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 CPI)와 병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법에 관한 시카고대의 특허는 명백하게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 특허는 2016년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인 Evelo Bioscience가 전세계 독점적 라이선스를 확보해 항암 마이크로바이옴(EDP1503)으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Evelo는 미국 머크와 계약을 맺고 3가지 적응증(MSS Colorectal Cancer Triple-negative Breast, Anti-PD-1 Relapsed)에 대해 EDP1503과 면역관문억제제 키트루다를 병용하는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항암 마이크로바이옴 개발기업으로 최근 첫 파이프라인인 GEN-001과 면역관문억제제 바벤시오(화이자/독일 머크 개발)를 병용하는 임상 1/1b상의 미국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이 현재 초기단계인 만큼 명확한 특허전략을 수립하는데 공을 들여왔는데 이 과정에서 선두기업인 Evelo의 EDP1503 원천특허의 권리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함을 확인했다. Bifidobacterium군(속, Genus)에 다양한 종, 아종이 있음에도 이를 하나의 특허로 보호하는 것은 후발업체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지놈앤컴퍼니는 산업계 내부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특허 전략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미국 현지 'Nelson Mullins Riley & Scarborough'를 통해 특허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소했다. 대리인측은 "이번 사건은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항암제의 유효성을 다루는 첫번째 사건"이라면서 "시카고대의 특허는 전체 Bifidobacterium군의 진입을 차단했기 때문에 PTAB는 무효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카고대와 Evelo측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다.
지놈앤컴퍼니는 현재 Bifidobacterium군에 해당하는 항암후보균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승소로 현재 주력 파이프라인인 GEN001에 추가해 제2의 항암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같은 속에 속하더라도 종, 아종이 다를 경우 전혀 다른 효과를 낼 수 있는데 군 단위로 특허를 인정하는 것은 다양한 후발업체의 진입을 원천 차단하게 돼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이번 특허 소송 결과는 다양한 종, 아종의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을 가능하게 해 산업 전체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