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윤소영 기자
다케다(Takeda)가 거대세포바이러스(Cytomegalovirus, CMV) 감염 치료제 후보물질 ‘마리바비어(maribavir, TAK-620)’에 대해 긍정적인 임상 결과를 냈다. 이에 기존 치료제로 해결할 수 없었던 불응성 CMV 감염에 대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케다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이식환자를 대상으로 한 CMV 감염 치료제 후보물질 마리바비어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다케다는 임상 3상에서 마리바비어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했으며 임상 결과 1차 및 2차 종결점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CMV는 β 헤르페스바이러스(β herpesvirus)로 많은 성인들에게서 검출되는 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평소에는 잠복해 있다가 조혈모세포 혹은 고형장기 이식 후의 상황과 같이 면역억제제를 받은 환자에서 감염활동을 일으킨다. 조혈모세포 이식 환자들에서는 최고 75%, 고형장기 이식 환자들에서는 최고 30%가 CMV에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마리바비어는 CMV의 UL97 단백질을 저해해 CMV의 DNA가 바이러스의 캡시드(capsid)를 떠나지 못하게 하면서 바이러스의 활성을 막는다. 다케다는 마리바비어는 경구용이기때문에 복용이 편리하며 고용량에서도 독성이 관찰되지 않은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이번 임상은 352명의 재발 혹은 불응성의 CMV 감염이 있는 이식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NCT02931539). 환자들은 마리바비어를 투약받거나 의사의 재량에 따라 현재 사용되고 있는 항-CMV 약물인 간시클로버(ganciclovir), 발간시클로빌(valganciclovir), 포스카넷(foscarnet), 시도포비어(cidofovir)를 투약받았다. 마리바비어를 투약받는 환자들은 하루에 2번씩 400mg의 마리바비어를 복용했다.
임상의 1차 종결점은 치료 8주째 기존의 약물 대비 마리바비어 치료군에서 CMV DNA 제거가 나타난 환자들의 비율이었고 다케다는 1차 종결점 기준을 만족했다고 발표했다.
다케다는 또한 2차 종결점도 충족했다고 밝혔는데, 2차 종결점은 8주간의 치료 후에도 CMV DNA 제거 및 증상 완화가 16주까지 유지되는지 보는 것이었다. 새로운 안전성 이슈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며 세부 데이터는 곧 학회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케다는 작년 임상 2상을 통해 마리바비어가 로슈(Roche)의 '발간시클로빌'보다 더 좋은 효능을 가지고 있음을 입증했다. 임상은 CMV 활성을 보인 조혈모세포 이식 혹은 장기 이식을 받은 159명의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임상 결과 마리바비어군에서 CMV DNA 제거를 보인 환자의 비율은 62%, 발간시클로빌군에서는 56%로 나타나며 발간시클로빌보다 좋은 효능을 보여줬다.
하지만 마리바비어는 안전성 및 내약성 측면에서는 발간시클로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마리바비어를 복용한 환자 중 67%는 치료와 관련한 부작용이 1가지 이상 나타났지만 발간시클로빌 복용군에서는 22%만이 치료관련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그럼에도 다케다는 마리바비어가 발간시클로빌을 포함한 기존 항-CMV 치료제 불응성 환자들에게는 좋은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마리바비어의 안전성 문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의 가장 큰 허들로 보고 있다.
Obi Umeh 다케다 부사장이자 마리바비어 글로벌 프로그램 책임자는 “현재 존재하는 항-CMV 치료제가 듣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는 이식 환자들은 CMV에 대한 큰 위험을 가지고 있다”며 “마리바비어로 이식 후 환자들의 CMV 감염에 새로운 치료법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리바비어는 원래 바이로파마(Viropharma)가 개발한 약으로, 2009년 임상 3상에서 위약대비 효능을 입증하지 못해 1차 종결점을 충족하지 못한 적이 있다. 2013년 바이로파마는 샤이어(Shire)에 인수되었고, 샤이어는 마리바비어의 용량을 높여서 임상을 다시 진행했다. 그 후 샤이어는 2018년 다케다에 인수되었고, 마리바비어는 다케다의 약으로 임상이 진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