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혁 GPCR 사업개발책임자(CBO)
1987년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겠다며 회사 하나가 설립된다. 이름부터가 Novavax(노바백스)! 최근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는 핫한 회사이지만 이 회사가 창업이후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신약개발이 얼마나 고난한 여정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 글은 하나의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 34년간 뒤안길을 돌아온 그 회사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신약개발 회사가 그렇듯 이 회사도 설립초기에 계획했던 백신을 개발하지 못했다. 백신 개발 실패후 돈을 벌기 위해 그나마 어찌어찌 판매를 시작한 갱년기 여성의 홍조현상 치료제는 경쟁 심화 및 에스트로겐의 발암 가능성 우려로 접고 만다. 결국 백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주로 정부과제를 통해 연구를 지속하던 회사는 팬데믹 플루 백신의 가능성으로 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시에 지나지않았다.
Novavax라는 이름에 걸맞게 HIV, 사스, 에볼라, 메르스 등 개발을 하지 않은 백신이 없을 지경이고, 초기 결과는 언제나 괜찮았지만 끝까지 잘 진행된 것이 없었다. 후기 임상에서 실패하거나 아니면 유행이 종식되면서 필요성이 사라지거나 하는 상황이 거듭됐다.
20년 넘게 변변한 제품 하나 내놓지못한 회사의 CEO는 금요일마다 볼링장에서 피자와 맥주 내기를 하며 의기소침해지기 쉬운 직원들을 격려해보았지만 떠나는 사람은 늘어나기만 했다.
잠시 볕이 들 뻔한 날도 있었다. 2014년 스웨덴의 백신 보조제 (adjuvant) 회사를 인수한 후에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최초의 RSV 백신이 되는 것은 물론 최대 매출을 기록하는 백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2015년에는 주가가 곱절로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임상 실패(?)로 1주일만에 주가가 83% 하락했다. RSV 환자가 충분히 많지 않았고, 흔하지 않은 진단기기에 의존해야 했기에 임상 진도를 내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제품은 효과적인데, 임상은 실패...' 일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결국 미 대통령 선거 다음날 전 임직원의 3분의1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좌절을 딛고 추가적으로 진행한 RSV 임상도 2019년에 또 실패했다. 이로 인해 120명의 생산 및 QC 인력을 다시 감원했다. 주가는 폭락하여 36센트를 찍는 등 동전주가 되자 1달러 미만의 주가가 지속되면 상장폐지되는 나스닥 규정을 피하기 위해 20주를 1주로 액면병합했다. 이러고 나니 CEO가 conference에서 발표할 때에도 고작 3명만 들어와서 앉아있는 등 시장에서 완전히 외면당한 회사가 되었다.
이렇게 33년간 하나의 백신도 상용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2020년이 되었다. 독감 백신과 RSV 백신의 개발이 진행중이긴 했으나 돈이 모자라서 회사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풍전등화와 같은 시기였다. 직원들이 술집에 모여서 이직 논의를 하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웠다. 그러다보니 공매도 상위 종목이 된 지도 오래였고, 2020년은 더욱 강한 공매도의 공세 속에 맞이하게 됐다.
비록 주식시장에서는 '미운 오리새끼' 같은 주식이었지만 백신 관련 전문가들의 신뢰가 지속된 것을 보면 기술력은 탄탄했던 것 같다.
COVID-19 소식을 접한 것은 2020년 1월. 사스 등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개발 경험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 경영진은 독감백신 개발을 보류하고 COVID-19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상하이로부터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주문하였는데, 항공 운항 중단으로 운송이 불가능해졌다. 다행히 며칠 후 동 회사의 미국 소재 지사로부터 확보한 염기서열로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3월 트럼프 대통령의 COVID-19 Task Force 회의에 Novavax의 CEO가 참석했다. 녹취록에 의하면 CEO는 다음과 같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한다. “솔직히, 우리는 돈이 필요합니다(Frankly, we need money).”
이렇게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Operation Warp Speed'로부터 16억 달러를, 다른 곳으로부터도 추가적인 개발비를 확보했다. 그래서 6개월 만에 600명을 채용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했지만 거대한 경쟁자들보다 한참 늦은 10월에야 후기 임상을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21년 1월 28일. 노바백스는 임상 3상 중간결과를 발표했다(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3상 중간 "예방효율 89.3%"). 변이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가 임상에 대거 포함된 것을 감안할 때 경쟁제품들보다 뛰어난 유효성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에 운송이 쉽고 실온에서 24시간 보관이 가능한 점 등 전문가들에게 최고의 COVID-19 백신으로 꼽히며 기대를 한몸에 받게 된다.
그제서야 '백조'를 알아본 주식시장도 뜨겁게 반응했다. 2020년초 주당 4달러였던 주가가 지난달에 300달러를 찍기도 했으며 2021년 3월 5일 현재 150달러 내외로 1년새 30-40배 상승한 것이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는 거대 바이오텍 회사가 된 것은 물론, 2021년에 예상되는 매출액만 5조원 이상이다.
34년 만에 제대로 된 첫 제품을 내놓는 Novavax. 이제는 그동안 묻어두었던 임상 프로젝트들을 마음껏 추진하며 '화려한 백조'로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참고기사>
Novavax closes in on Covid triumph after 33 years of failure (Financial Times)
Novavax Nears Covid-19 Vaccine Game Changer—After Years of Failure (The Wall Street Journ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