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윤소영 기자
바이러스의 가짜 RNA 역할로 세포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주는 새로운 백신 면역증강제(adjuvant)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면역증강제는 쉽고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동물 백신 개발을 위한 기술이전까지 완료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26일 의약바이오연구본부의 한수봉, 김미현 박사 연구팀이 새로운 백신 면역증강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한국화학연구원에 따르면 연구팀은 개발한 화합물을 동물 바이러스의 백신에 적용하기 위해 중앙백신연구소에 지난 2월 기술이전 했으며, 상업화를 위한 공동연구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동물용 백신 면역증강제로서의 약효와 안전성 검증이 끝나면 인체 백신 적용을 위한 기업 탐색 및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면역증강제는 가짜 RNA 화합물로, 면역체계가 이를 실제 바이러스 RNA로 인식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바이러스 백신은 바이러스의 일부를 체내로 주입시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인데, 바이러스의 RNA가 주입되면 세포내에서 바이러스의 증식을 일으킬 수 있어 바이러스 RNA는 백신에 사용되지 못한다. 하지만 바이러스 RNA가 없는 백신은 외부 항원을 인식하는 세포의 수용체(톨유사수용체 7, 8번)에 의한 면역체계를 잘 작동시키지 못해 백신의 효율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연구팀의 가짜 RNA 화합물로 만들어진 면역증강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화합물을 백신에 섞어서 몸에 투입하면, 세포의 톨유사수용체가 이를 실제 바이러스 RNA로 착각하고 몸의 면역체계를 가동해 인터페론과 싸이토카인 등 선천·후천 면역 물질을 분비시켜 항체를 더 잘 만들도록 돕는다.
또한 연구팀은 고분자화합물인 바이러스 RNA의 생산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분자화합물로 바이러스 RNA 대체 물질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인플루엔자와 구제역 백신의 면역증강제로 높은 면역 효과를 유도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한수봉 박사는 “이번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통해 우선적으로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동물 바이러스의 백신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것이고 이 결과를 토대로 궁극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인체 백신으로 사용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동연구를 수행한 이종수 충남대학교 교수는 “본 연구에 의해 개발된 저분자 화합물 백신 어쥬번트는 기존의 톨유사수용체(Toll-Like Receptor) 7 혹은 8 하나의 활성만을 보여주는 어쥬번트들과는 달리 톨유사수용체 7과 8 모두에 우수한 활성을 나타내는 새로운 구조를 갖고 있어 향후 다양한 백신으로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