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얀센(Janssen) 등과 코로나19 백신 생산계약을 체결한 CDMO 회사 이머전트(Emergent BioSolutions)가 결국 백신 원료 생산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 이머전트의 백신 생산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국내∙외 얀센 백신의 수급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지난 1일 이머전트의 볼티모어 공장에서 생산된 얀센 백신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성분이 혼합된 것으로 밝혀져 1500만회분의 얀센 백신이 폐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2일 백신 혼합 사고가 일어난 이머전트의 볼티모어 공장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해당 시설의 모든 기록, 직원 교육, 시설 운영, 의약품 생산 및 테스트, 제품 품질보장 시스템을 포함한 전반적인 프로세스를 검토했다.
FDA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머전트의 볼티모어 공장 생산시설의 프로세스가 FDA의 요구사항 및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조사보고서(FDA Form 483)를 공개하고, 해당 문제점이 개선될 때 까지 이머전트의 백신 원료 생산 중단을 요청했다.
조사결과 이머전트의 볼티모어 공장과 생산시설은 관리 및 위생상태가 부실했고, 직원의 제품생산∙품질관리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음이 드러났다.
FDA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구체적으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사고(교차오염 등)에 대한 철저한 조사 미흡 ▲백신 생산 공장의 청결 문제 ▲백신 생산시설 관리에 적합하지 않은 백신 공장 크기, 디자인 및 위치 ▲교차오염 방지 관리절차 및 해당 사항에 대한 문서작성 미흡 ▲오염 방지를 위한 폐기 용기 취급 부주의 ▲생산된 약물의 품질, 순도 대조 등 품질확인을 위한 서면절차 미흡 ▲cGMP에 대한 직원 교육 미흡 ▲청결 관리 장비 부적합 ▲의약품 오염 위험 장비 세척 및 유지관리 미흡 등 총 9가지 사항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머전트는 백신 원료의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얀센 및 FDA와 협력할 예정이며, FDA의 요청에 따라 백신 원료 생산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얀센은 백신의 긴급사용승인(EUA)을 받기 위해 볼티모어 공장의 백신생산 과정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얀샌은 원료 생산중단에 따른 부족한 백신 물량은 네덜란드 라이덴(Leiden) 소재 공장 외 10개 생산시설을 통해 다른 회사 또는 국가의 백신 생산에 참여해 보충할 계획이다.
FDA는 이번 얀센의 백신 원료 생산중단 조치가 얀센 코로나19 백신의 희귀 혈전증 논란과는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 FDA와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얀센 코로나19 백신의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희귀 혈전증’ 부작용으로 인해 백신 접종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며, 접종된 얀센 백신 680만회분 중 보고된 희귀 혈전증 6건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 20일 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이 희귀 혈전증의 발병과 연관성이 있음을 인정하며, 해당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얀센 백신의 제품 정보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얀센 코로나19 백신의 희귀 혈전증 논란은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백스제브리아(Vaxzevria)’의 논란과도 유사한 양상이다. EMA는 지난 7일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서도 희귀 혈전증 발병 연관성을 인정하며 해당 부작용에 대한 약물 라벨 업데이트를 요청했다. 그러나 EMA는 혈전증이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부작용이며, 백신을 통한 코로나19 예방효과의 이점이 더 크기 때문에(risk-benefit) 접종을 권장한다는 기존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