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삼성이 2012년 돌연 중단했던 항체의약품 '리툭산(Rituxan)'의 바이오시밀러 임상을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아스트라제네카가 합작해 세운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Archigen Biotech Limited)의 첫 작품이다. 삼성이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아닌 또다른 계열회사를 통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2일 미 식품의약국(FDA)과 업계에 따르면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는 지난 6월 'SAIT101'과 리툭산을 류마티스 관절염 적응증에서 효능을 비교하는 임상 1상 승인을 FDA에 요청했다. 유럽 의약품청(EMA)에는 임상 승인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AIT101은 2012년 삼성전자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위해 글로벌 임상(1/3상)에 돌입했다 약 8개월만에 중단한 프로젝트다.
당시 중단 배경으로 두 가지 분석이 유력하게 대두됐는데 첫번째는 2012년 초 미국 바이오시밀러 지침이 나오면서 삼성이 미국와 유럽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임상 재설계를 하려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바이오젠과 손잡고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위한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는데 바이오젠이 리툭산의 원개발사라는 점이 임상 중단에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삼성은 4년만에 개발을 재개하면서 FDA에 먼저 임상을 신청했고 바이오젠과 무관한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를 내세웠다. 대부분의 특허가 만료돼 올해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임박한 유럽 시장보다는 로슈가 2018년까지 특허권을 주장함에 따라 제품 개발 기간을 확보할 수 있는 세계 최대 미국 시장을 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는 2014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가 지분 50%씩을 투자해 설립한 합작회사로 이번 허가 신청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로서의 존재감을 처음으로 드러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보고서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사업은 '바이오시밀러 개발 및 상업화'로 명확화한 반면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는 '바이오의약품 관련 사업'으로 모호하게 표현돼 있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지분율 91.2%)와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50%)라는 두개의 바이오시밀러 개발 회사를 두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글로벌 제약사는 경쟁과 협력이 반복되기 때문에 다양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신약과 복제약을 개발한다"면서 "삼성이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의약품 개발 회사를 두고도 아키젠 바이오텍 리미티드를 설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리툭산(성분명 Rituximab)은 비호지킨스 림프종과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 류머티스 관절염을 비롯한 자가면역성 질환에 사용되는 바이오 의약품이다. 유럽과 한국 등에서는 맙테라(Mabthera)라는 이름으로 출시됐는데.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9조원의 매출을 올린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리툭산은 베링거인겔하임, 테바 등 다국적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도전했다가 프로젝트를 중단했을 만큼 개발이 까다로운 제품으로 평가된다. 현재 셀트리온이 트룩시마라는 이름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임상 3상을 마치고 올해 유럽 EMA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국내에서도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최근 열린 2016년 유럽 류마티스 학회(eular 2016)에서 오리지널과 유효성과 안전성은 물론 약효 지속시간, 질병 개선도 등에서도 동등성을 입증하는 2년 장기 연구 데이터를 공개했다. 오리지널에서 트룩시마를 바꿔 써도 동일하다는 교체 처방 데이터도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