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혜 객원연구원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조그마한 인연으로 국내 바이오산업의 나이테가 기록되고 있는 『바이오스펙테이터 연감 2022』를 받았다. ‘서평’을 써보려니 어렵게 느껴져서 검색해보니 ‘그 책에 대해 평가를 하는데 자신의 감상, 느낌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래서 책을 받고 느꼈던 감정들을 순서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첫째로 놀랐던 점은 책 두께였다. 기존에 바이오스펙테이터의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 그리고 『진단이라는 신약』과 같은 책 사이즈에 익숙해졌던 나는 이들 책의 몇 배에 달하는 두께에 깜짝 놀랐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길래 이렇게 두껍지?’라는 생각과 함께 호기심이 발동했다.
둘째, 책 전체를 후루룩 훑어보았는데 최근 들어 유행하고 있는 MBTI에서 J(계획형)인 나한테는 기업의 크기의 분류, 그리고 기업별로 동일한 포맷으로 깔끔히 정리된 내용이 마음의 편안함(?)을 제공하였다. 기업별로, 기업 내에서도 분류가 정갈하게 되어 보기 편했다.
셋째, 책 머리말에 쓰여진 내용이 많은 부분 공감이 갔지만, 그 중에서도 ‘(관련 데이터를 요구하면) 경쟁자가 베끼면 안된다 또는 특허등록 절차가 남아있다는 등의 이유로 연구와 개발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경우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이는 미성숙함에 대한 고백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내용이 참 와닿았다.
내가 일했던 한 실험실에서는 한 주동안 진행한 실험 데이터를 정리해서 실험실원들과 매주 미팅을 진행한 적이 있다. 미팅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는 서로 데이터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어려운 부분을 해결하는 배움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 중에 같은 연차의 선배 A와 B가 있었다. A의 경우 데이터를 감추며 내용의 공유를 거부하고 자기만 이해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겉핥기식의 발표를 진행하곤 했다. 특히 구성원으로부터 질문받는 것을 상당히 꺼렸다. 반면 B의 경우는 누구라도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그리고 쉽게 설명하였고, 모든 질문에 열린 마음(?)으로 답해주는 선배였다. 당연히 아웃풋은 B의 승리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 B의 가장 큰 강점은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이 가장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감에서 누구에게나 당당히 공개할 수 있고, 또 그것이 그 사람의 고유성을 만들어내서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만큼 자기 자신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 있기 때문에 상대에게 설명할 때도 쉽고 명쾌하게 설명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연감 머리말에 쓰여진 그 글은, 평소에 데이터 공개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상당히 고려하는 나에게 약간의 위로 같은 느낌을 받는 문장이었다.
선배 A는 미팅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실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않아서 함께 일하기 어려운 구성원이었다. 단순히 후배로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을 하며 주체적으로 사고하기가 어려웠다. 이러한 이유의 근본적 원인은 데이터 공유의 부족이라 생각한다. 그런 공유를 거부하고자 하는 원인은 자신의 결과에 대한 ‘미성숙의 고백’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에서 비롯해 보았을 때 이 책에 담긴 정보들을 얻어내고 기록해내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어려움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과 소통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또 가장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넷째, 개인적으로 요즘 사람들이 가져야 할 소양 중 하나는 ‘데이터 가공’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움직이는 하나하나가 모두 새로운 지식이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다 밝혀졌어"라는 말을 자주 할 정도로 너무 많은 정보가 공개돼있고, 또 그런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쉽고 편리함의 단점은 가벼움인 것 같다. 정보를 쉽게 얻는만큼 쉽게 소비돼서 처음의 정보가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같은 내용이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쉽게 잊혀지기도 한다.
그래서 지금 같은 시기에는 수많은 정보 사이에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분류해서 정확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받았을 때 이같은 덕목으로 데이터가 정리되어 있다고 느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산업은 아직은 다른 나라들을 따라하고, 배워가며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도 있지만, 가야할 길이 멀고 또 불안정하기도 하다. 그래서 정보들을 정리하며 정확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이뤄가는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안정적이고 정제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 기록된 ‘마일스톤’ 파트는 눈여겨볼 부분으로 생각된다.
『바이오스펙테이터 연감 2022』은 현시점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을 바로볼 수 있는 상당히 잘 가공된 데이터를 얻게 된 것 같아 만족도가 높은 책이다. 이 정도 두께의 책을 내기까지 바이오스텍테이터 편집팀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그 깊은 노고가 담겼을 것을 생각하니 책을 받아볼 수 있어 참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