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심혈관질환 분야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던 미국 머크(MSD)가 이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겠다며 후기단계 약물 5개 파이프라인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과 개발목표를 제시했다.
머크는 지난 5일(현지시간) 투자자를 대상으로 열린 ‘Merck & Co., Inc. Cardiovascular Event’를 통해 심부전(Heart Failure), 폐동맥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혈전증(Thrombosis), 죽상동맥경화증(Atherosclerosis) 등 4개 적응증에 대해 총 5개 후기단계 약물의 연구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머크는 오는 2023년 중반까지 심혈관질환 전반에 걸쳐 총 8건의 신약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앞선 후기단계 심혈관질환 파이프라인 5개를 통해 향후 10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머크는 지난 2019년 샌프란시스코에 신설한 연구시설을 통해 신규 심혈관질환 치료제의 발굴 및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딘 리(Dean Y. Li) 머크연구소(Merck Research Laboratories) 회장(president)은 “심혈관질환은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원인이며, 근래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미충족요구(unmet needs)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다”라며 “머크는 심혈관질환 연구분야를 대상으로 광범위하고 유망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며 발전시킬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5개 심혈관질환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먼저 머크는 지난해 1월 빅출률 감소 심부전(Heart Failure With Reduced Ejection Fraction, HFrEF)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던 ‘버큐보(VERQUVO, Vericiguat)’의 적응증을 만성심부전으로 확장할 예정이다. 버큐보는 머크와 바이엘(Bayer)이 공동개발한 심부전 치료제로, 머크는 기존 박출률감소 심부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악화를 보이는 심부전 환자의 치료제로 버큐보의 적용범위를 넓혀 시장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두번째와 세번째는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소타터셉트(sotatercept, MK-7962)’와 ‘MK-5475’다.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 근육세포가 과증식되어 폐혈관이 두꺼워지고 좁아지는 질환이다. 소타터셉트는 폐동맥고혈압을 유발하는 BMPR-2 신호전달 억제를 재활성화 하기 위해 TGF-β 수퍼패밀리를 선택적으로 타깃하는 TGF-β 저해제다.
현재 머크는 소타터셉트의 허가, 적응증 확장, 장기 안전성 및 내약성 평가를 위해 총 4건의 임상 3상을 계획하고 있다. 그중 소타터셉트의 허가를 목적으로 진행되는 STELLAR 임상 3상(pivotal registration study)은 올해말 1차 분석결과가 확인될 예정이다(NCT04576988).
MK-5475는 흡입제형(inhaled formulation) sGC 자극제(stimulator)다. 폐고혈압은 산화 스트레스(oxidative stress)에 의한 내피기능장애(endothelial dysfunction)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sGC자극제는 sGC 활성화를 유도해 심장 및 혈관의 산화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질환을 개선하게 된다. 폐동맥고혈압이 폐혈관과 관련된 질환인 만큼 머크는 치료제의 효능을 증가시키고 전산순환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MK-5475를 흡입기를 통해 환자의 폐 혈관에 전달하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현재 MK-5475는 치료제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중에 있으며, 해당 임상의 1차 결과는 2024년 12월에 확인될 예정이다.
네번째는 혈전증 치료제 후보물질 ‘MK-2060’로 혈액응고를 매개하는 제11/11a인자(Factor XI/XIa) 활성을 이중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머크는 MJ-2060을 혈액투석을 받는 말기 신장질환(ESRD) 환자의 출혈위험을 낮추기 위한 항혈젼제로 개발하고 있으며, MK-2060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의 1차 데이터는 내년 3월 평가가 완료된다.
마지막은 죽상동맥경화증 치료제 후보물질 ‘MK-0616’이다. 죽상동맥경화증은 혈관벽에 지방, LDL-C, 면역세포 및 혈관벽세포 등이 침착되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는 질환이다. MK-0616은 경구용 PCSK9 저해제로 혈중 LDL-C 농도를 높이는 PCSK9의 활성화를 억제함으로써 질환을 개선하게 된다. 머크는 MK-0610의 유효용량 확인연구(dose finding study)를 위한 임상 2b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1차 임상결과는 2023년 2월경 분석이 완료될 예정이다(NCT05261126).
한편 머크는 지난 몇년간 심혈관질환 포트폴리오를 확립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10월 머크는 액셀러론(Acceleron Pharma)를 115억달러에 인수하며 폐동맥고혈압(PAH) 치료제 후보물질 소타터셉트를 확보했다. 지난해 1월에는 바이엘과 공동개발한 심부전 치료제 버큐보의 FDA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머크의 공격적인 투자는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keytruda)’ 및 HPV 백신 ‘가다실(Gardasil)’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두 약물의 특허가 2028년 만료되면서 발생할 매출손실을 보완할 수 있는 후기단계 신약 파이프라인이 필요한 것. 키트루다는 지난해 172억달러, 가다실은 56억73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머크 외에도 최근 수년간 심혈관질환 에셋을 확보하기 위한 빅파마의 연구 및 투자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BMS는 지난 2020년 심혈관질환 신약개발 전문기업 마이오카디아(MyoKardia)를 130억달러에 인수하며 폐쇄성비후성심근증(oHCM) 치료제 후보물질 ‘마바캄텐(mavacamten)’을 확보했다. 노바티스는 지난 2019년 메디슨즈(Medicines Company)를 97억달러에 인수하며 고지혈증 치료제 에셋 ‘인클리시란(inclisiran)’을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는 당뇨병 치료제였던 ‘포시가(Farxiga, dapagliflozin)’를 심부전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장해 지난 2020년 FDA 승인을 받았다. 포시가의 2021년도 매출은 30억달러로 전년대비 53% 증가한 매출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공동개발해 당뇨병 치료제로 시판중인 SGLT2 저해제 '자디앙(Jardiance, empagliflozin)'도 지난 2021년 8월 심부전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아 시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