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노바티스(Novartis)의 보체인자B(complement factor B, CFB) 저해제 ‘입타코판(iptacopan)’이 발작성야간혈색소뇨증(PNH) 임상3상에서 헤모글로빈(Hb) 수치를 개선시키며 1차 및 2차종결점을 충족했다.
PNH는 희귀 만성 혈액질환으로 조혈모세포(hematopoietic stem cell, HSC)의 돌연변이로 인해 비정상적인 적혈구들이 생성되어 체내 면역시스템인 보체(complement)에 의해 파괴되는 질환이다.
입타코판의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알렉시온(Alexion pharmaceuticals)의 ‘솔리리스(Soliris, eculizumab)’와 ‘울토미리스(Ultomiris, ravulizumab)’는 용혈현상(hemolysis)을 일으키는 보체5(C5)의 저해제다. 반면 입타코판은 C5 경로의 상위단계(upstream)인 보체 시스템의 대체경로(alternative complement pathway)에 작용하는 보체인자B(CFB)의 저해제다.
노바티스의 설명에 따르면 솔리리스, 울토미리스와 같이 C5를 억제하는 치료제의 경우, C5의 전단계 보체인 보체3(C3)로 인한 혈관외 용혈(extravascular hemolysis, EVH)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그러나 입타코판은 보체 활성화 경로의 상위단계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C3의 활성도 막아 EVH 발생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솔라리스의 경우 2주에 1회 정맥투여(IV)하는 약물이며, 울토미리스는 8주에 1회 정맥투여할 수 있도록 투약 편의성을 개선시킨 약물이다. 반면 입타코판은 정맥투여 방법 대신 경구투여를 채택해 치료제의 접근성을 높였다.
노바티스가 지난 4월 26일(현지시간) 치료경험이 없는 PNH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CFB 저해제 입타코판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3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임상결과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유럽 혈액골수이식학회(European Society for Blood and Marrow Transplantation, EBMT)에서도 발표됐다.
노바티스는 C5 저해제를 포함해 다른 치료요법을 받은 경험이 없는 PNH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1일 2회 입타코판 200mg을 48주동안 경구투여 한 뒤, 입타코판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했다(APPOINT-PNH, NCT04820530).
환자들은 면역계가 적혈구를 공격하면서 발생하는 용혈현상 및 빈혈증상(anemia)에 의해 평균 헤모글로빈(Hb) 수치가 10g/dL 이하, 용혈현상의 바이오마커인 젖산탈수소효소(LDH) 수치가 정상 상한치(upper limit of normal, ULN)의 1.5배 이상으로 측정됐다.
임상의 1차종결점은 치료제 투여 24주차에 수혈(blood transfusion)없이 Hb 수치가 기준(baseline)으로부터 2g/dL 이상 상승한 환자비율, 2차종결점은 수혈없이 12g/dL 이상의 Hb 수치를 달성한 환자비율로 평가했다.
임상결과 92.2%의 환자에게서 Hb 수치가 2g/dL 이상 상승한 것으로 확인해 1차종결점을 달성했다(95% Cl: 82.5~100). 또한 62.7%의 환자가 수혈없이 12g/dL 이상의 Hb 수치를 달성해 2차종결점을 달성했다(95% Cl: 47.5~77.5). LDH 수치는 24주차에 기준선에서 83.55% 감소했으며, 빠른경우 치료제 투여 7일차부터 LDH 수치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95% Cl: -84.90~-82.08).
또한 노바티스는 입타코판 투여 전 환자의 70%가 6개월 내 수혈받은 경험이 있었으나, 이번 임상에서 97.6%의 환자가 24주동안 수혈 독립성(transfusion independence)을 달성해 유의미한 개선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안전성 평가결과 치료제에 의한 돌발성 용혈증(breakthrough hemolysis) 또는 주요 혈관계 이상반응(major adverse vascular events, MAVEs)은 24주동안 보고되지 않았다. 가장 흔하게 보고된 이상반응(AE)은 감염(40.0%), 두통(27.5%), 설사(7.5%) 등으로, 심각한(serious) 수준의 AE는 세균성 폐렴, 코로나19 감염, 백내장(cataract) 및 제2형 당뇨병(type II diabetes mellitus) 등으로 총 4건이 보고됐다. 치료를 중단하거나 사망한 환자는 없었다.
노바티스는 이번 임상3상 결과와 C5 저해제 경쟁약물과의 치료효능을 비교한 두번째 임상3상(NCT04558918, APPLY-PNH) 데이터를 토대로 올해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입타코판의 신약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APPLY-PNH 임상3상은 지난해 10월에 탑라인(top-line) 결과가 공개됐다. 노바티스는 임상에서 솔리리스 또는 울토미리스로 사전치료를 받았으나 빈혈(residual anemia)이 지속되는 9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입타코판을 투여해 Hb 수치를 유의미하게 증가시켰으며, 이를 통해 입타코판의 우월성(superiority)을 확인했다.
데이비드 소겔(David Soergel) 노바티스 글로벌 심혈관, 신장 및 대사질환 개발책임자는 “우리는 PNH 임상에서 입타코판의 치료효능을 확인하는 두 임상결과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올해 상반기에 PNH에 대한 입타코판의 첫번째 신약허가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바티스는 희귀 신장질환인 IgA신증(IgA nephropathy) 환자 450명을 대상으로 입타코판의 효능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NCT04578834). 또한 C3사구체신염(C3 Glomerulopathy, C3G) 환자를 대상으로 입타코판의 임상2상 및 3상을 진행중이다(NCT03955445, NCT04817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