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천승현 기자
베링거인겔하임의 한미약품 신약 권리 반환으로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성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상업화 단계 도달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수출 규모로 발표, 계약 파기가 마치 막대한 손실을 야기하는 듯한 착시현상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받은 계약금 규모만 따져봐도 글로벌 톱 수준이라는 평가다.
지난달 30일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의 신약 권리 반환을 발표한 이후 기존 기술수출 성과의 과대 평가 논란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기술이전 계약의 세부 내용은 상업화 단계 도달시 7억3000만달러(약 8000억원)를 받는 조건이었다. 계약금은 5000만달러(약 550억원)이다. 기술 수출 규모는 7억3000만달러로 발표됐는데, 계약 해지로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계약금과 마일스톤 일부를 포함한 6500만달러(약 715억원)만 받게 됐다. 한미약품이 권리 반환 내용을 담은 정정 공시를 내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에 대해 우려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미약품 기술 수출 규모가 기록적이라는 이유로 계약금 규모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사실 계약금 자체로만 따져봐도 글로벌 시장에서도 ‘톱’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제넨텍과 체결한 항암제 기술수출을 포함해 지난해부터 성사시킨 기술 수출 계약 규모는 총 8조5000억원(33억3000만달러+39억유로) 가량이다. 계약금으로만 8000억원(2억9200만달러+4억유로) 이상을 확보했다.
글로벌 의약품 시장 분석기관 퍼스트워드파마(Firstword Pharma)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5년 의약품 기술 계약 순위(Biggest drug-licensing deals 2015)를 보면 계약금 규모 순서로 기술 계약 순위를 매겼는데, 한미약품이 계약금 규모 상위 32건 중 3건을 배출했다.
사노피와의 당뇨치료제 기술 이전 계약금 4억3400만달러가 전체 4위에 올랐고, 얀센과의 계약으로 받은 계약금 1억500만달러는 14위에 랭크됐다. 일라이릴리로부터 받은 계약금 5000만달러는 전체 21위에 올랐다.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 체결한 계약금 5000만달러 계약도 21위에 해당하지만 이 통계에서는 누락된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체결한 기술 수출 계약을 통해 받은 계약금도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권에 해당하는 규모라는 의미다.
지난해 계약금 순위 1위는 주노테라퓨틱스가 셀젠에 넘긴 CAR-T 면역항암제가 차지했다. 계약금 규모만 10억달러에 달했다.
한미약품의 지난해 기술 수출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항암제를 제외한 기술 이전 계약 중 한미약품 계약이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글로벌 기술 이전 계약 상위 6개 중 한미약품의 사노피 계약을 제외한 나머지 5개는 모두 항암제 신약 물질이었다. 퍼스트워드파마도 이 통계를 소개하면서 ‘항암제가 승리를 지속했다(cancer continues to carry the day)’라는 표현을 썼다.
이 매체는 한미약품을 소개하면서 ‘지난해 3개의 계약만으로 6억달러(약 6600억원)를 챙긴 가장 성공적인 거래자(dealmaker)’라고 칭찬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많은 투자자들이나 비전문가들은 전체 계약 규모를 확보된 금액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계약 파기시 초래될 혼란을 방지하고 냉정하게 수출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계약금 규모에 초점을 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