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노신영 기자
국내 바이오텍 CEO들이 뽑은 글로벌 유망 모달리티(modality)는 항제-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저분자화합물 순이었다. 앞으로 글로벌시장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유망분야로 이들 모달리티를 꼽았지만, 정작 국내기업들이 글로벌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모달리티를 묻는 질문에는 저분자화합물-ADC-CGT 순으로 순서가 바뀌었다.
ADC가 글로벌시장에서 가장 유망하다고 보면서도 막상 저분자화합물 개발비중이 높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과 기술력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고 판단한 것. 다만 ADC는 국내기업이 두번째 경쟁력이 있는 분야로 답변해, '한번쯤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게 아니냐'는 심리는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나 정부지원 등 환경만 갖춰진다면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신약개발에 인공지능(AI) 기법을 활용하고 있다는 CEO는 35.2%에 달했으며, 현재의 만족여부를 떠나 앞으로 AI를 연구개발에 사용하겠다는 답변은 64.8%에 달했다. 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아직은 초기단계로 신뢰할만한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는 점에선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15일 바이오스펙테이터가 창간 7주년을 맞아 국내 바이오 기업 CEO 71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수준에서 유망한 모달리티’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유망 모달리티로는 ADC가 26.8%(19표)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ADC의 뒤를 이어 2위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로 17%(12표)를 차지했다. 3위는 저분자화합물로 14.1%(10표), 4위는 RNA로 7.0%(5표), 공동 5위에는 항체, 표적단백질분해약물(TPD), 약물전달시스템 등이 각각 5.6%(4표)로 집계됐다.
하지만 국내 바이오텍의 경쟁력과는 갭이 느껴졌다. 국내기업이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력을 보이는 모달리티에 대한 설문에서 저분자화합물이 25%(18표)로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ADC가 18%(13표)로 2위를 차지했다. 최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ADC 연구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글로벌 ADC 붐을 따라잡으려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존 ADC 전문 바이오텍 뿐만 아니라 다른 모달리티에 집중했던 바이오텍들도 ADC 관련 딜을 체결하거나, 관련 설비를 갖춤으로써 ADC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
3위는 항체로 15.5%(11표), 4위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8.5%(6표) 순이었다. 글로벌 유망 모달리티 2위에 오른 CGT(17%)는 국내에서는 10%에도 미치지 못해 해외동향과는 제법 큰 차이를 보였다. 세포유전자치료제(Cell and gene therapy, CGT)는 면역세포, 줄기세포 기반의 세포치료제와 바이러스 벡터, CRISPR/Cas9 등 유전자 편집기술 기반의 유전자치료제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글로벌시장에서는 관심이 뜨거운 분야다.
그중에서도 CAR-T 세포치료제에 대한 관심은 더욱 그렇다. 글로벌 시장에서 CAR-T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높아지는 수요에 따라 관련 치료제 개발도 활발하다. 노바티스(Novartis)의 ‘킴리아(Kymriah)’, BMS의 ‘브레얀지(Breyanzi)’, 길리어드(Gilead Science)의 ‘예스카타(Yescarta)’ 등 글로벌 빅파마들의 기존 CD-19 CAR-T 뿐만 아니라 BCMA CAR-T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얀센(Janssen)의 BCMA CAR-T 카빅티(carvykti)는 출시 첫 분기인 올해 1분기에 매출 7300만달러를 달성해 기대이상의 실적을 냈다. 현재 국내에서는 킴리아와 카빅티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상태다.
국내의 경우에는 임상에 진입한 CGT 에셋이 드물어 해외와는 아직 간극이 큰 상황이다. 오히려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SK bioscience) 등의 국내 대기업들은 CGT 치료제 연구개발 보다는 CGT CDMO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는 전반적인 CGT 연구개발이 해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졌으나, 최근 CAR-T 관련 연구개발은 속도를 내고 있다.
큐로셀(Curocell)의 CD19 CAR-T 치료제 ‘안발셀(anbal-cel)’은 재발성 또는 불응성 거대B세포림프종(LBCL) 임상2상 중간평가에서 객관적반응률(ORR) 84%, 완전관해(CR) 71%을 달성한 결과를 지난 16일 국제림프종학회(ICML)에서 발표했다. 앱클론(Abclon)의 CD19 CAR-T ‘AT101’는 재발성 또는 불응성 B세포 비호지킨림프종(NHL) 임상1상에서 전체반응률(ORR) 91.7%, 완전관해(CR) 67%를 달성한 최종결과를 이달초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서 발표했다.
최근 새로운 모달리티로 떠오른 TPD(Targeted Protein Degradation)에 대한 기대는 국내에서는 예상외로 냉담했다. 이번 설문에서 해외 유망 모달리티 5위에 올랐던 TPD가 국내 경쟁력 모달리티에서는 1.4%(1표)로 최하위에 자리했다. 지난 몇년간 TPD 관련 투자는 국내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국내 바이오텍 CEO 대부분은 TPD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수준에서 유망 연구분야를 묻는 질문에는 1위가 암질환으로 57.7%(41표)의 비율로 가장 높았다. 그 뒤로 각각 희귀질환 14.1%(10표), 자가면역∙염증질환 12.7%(9표), 퇴행성뇌질환 11.3%(8표), NASH∙비만 등 대사질환 2.8%(2표), 백신 등 감염질환 1.4%(1표) 등의 순이었다.
국내기업의 유망 연구분야를 묻는 질문에도 암 질환이 59.2%(42표)로 1위에 올랐다. 다만 2위는 해외 경향과 달리 백신 등 감염질환이 자가면역, 염증질환 분야와 동일한 5.8%(6표)로 공동 2위에 올랐다. 희귀질환은 7%(5표), 대사질환 5.6%(4표)로 그 뒤를 이었다. 소수응답으로 퇴행성뇌질환(2.8%, 2표), 바이오시밀러(1.4%, 1표) 등의 응답도 있었다.
韓CEO, AI 성과엔 아직 ‘의문’..그럼에도 AI 도입에는 ‘적극적’
인공지능(AI) 기술의 수요는 제약과 의료부문에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AI 관련딜이 꾸준히 체결되고 있다. AI 신약개발 분야에서 가장 앞서나가는 베네볼런트 AI(Benevolent AI)의 경우 AI를 통해 발굴한 pan-TRK 저해제 ‘BEN-2293’가 AI발굴 약물로는 최초로 임상2상에 진입해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BEN-2293’는 아토피 임상2상에서 환자의 가려움증, 염증 등 질환 개선효과를 보이는데 실패했다. 임상실패와 재무적 어려움까지 겹친 베네볼런트AI는 한달 뒤인 지난 5월 최대 180명의 인력을 해고하며 BEN-2293의 개발을 중단했다.
이같은 임상실패 소식에 업계 일부에서는 AI 신약개발의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AI기반 신약개발 사업이 아직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정확한 성공 또는 실패에 대한 평가를 내릴만한 사례가 충분치 않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파악한 국내의 AI신약개발 분위기도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엇갈렸다. 우선 국내에선 신약개발에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AI를 활용여부를 묻는 질문에 64.8%(46명)의 CEO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실제 AI를 연구개발에 적용하고 있는 35.2%(25명)의 CEO를 대상으로 AI 프로그램에 대한 만족도를 물은 결과, 매우 만족 8%(2명), 만족 28%(7명), 보통 28%(7명), 불만족 28%(7명), 매우 불만족 4%(1명)으로 확인됐다. 혼재된 결과였다. 그 외 소수의견으로 ‘만족여부가 케이스별로 다르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AI를 향후 연구개발에 적용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는 과반수가 넘는 64.8%(46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미 AI를 연구개발에 적용한 25개 기업의 경우 88%(22명)가, 그렇지 않은 46개 기업의 경우 절반에 해당하는 52.2%(24명)가 향후 AI를 연구개발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흥미로운 설문결과로, AI 프로그램에 불만족을 느꼈던 기업 중 75%(6/8)가 향후 AI를 연구개발에 계속 적용하겠다고 답했다. 현재의 만족여부를 떠나 앞으로 AI를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활용하려는 적극적인 자세로 보인다.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 7주년 설문 참여 기업들>
나손사이언스,네오이뮨텍,넥스아이,넥스트젠 바이오사이언스, 노벨티노빌리티, 뉴라메디,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드노보바이오테라퓨틱스, 랩지노믹스,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 루닛, 마이크로바이오틱스, 머스트바이오, 메디픽, 바이오밥에이바이오, 브렉소젠,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사이러스 테라퓨틱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스탠다임, 스파크바이오파마, CJ 바이오사이언스, 아름테라퓨틱스, 아밀로이드솔루션, 아벨로스 테라퓨틱스, 아이비흐바이오, 아이엔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알지노믹스, 알테오젠, 애스톤사이언스, 앱클론, 에이비엘바이오, 에이피트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엔게인, 엘마이토 테라퓨틱스, 오름 테라퓨틱, 오토텔릭바이오, 와이바이오로직스, 원진바이오테크놀로지, 웰마커바이오, 유바이오로직스,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인세리브로, 인투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입셀, 제노스코, 지노믹트리, 지놈앤컴퍼니, 지니너스, 지아이이노베이션, 지투지바이오, 진코어, 체크메이트 테라퓨틱스, 카나프 테라퓨틱스, 큐로셀, 큐리언트, 테라펙스, 트리오어,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티움바이오, 티카로스, 파멥신, 펨토바이오메드, 프로지니어, 피노바이오 등 71개 기업(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