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신창민 기자
미국 최대의 의료 전문기관으로 평가받는 미국의사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가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을 촉구하는 협회의 공식 입장을 공표하며, 보험사와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AMA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물을 포함해 근거가 있는(evidence-based) 비만 치료제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을 지지한다는 AMA 정책(policy)에 찬성했다고 발표했다. AMA는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셔널하버에서 열린 AMA 중간회의(AMA Interim Meeting 2023)에서 이같은 결의안에 가결했다.
AMA의 정책(policy)은 미국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결정하고, 이를 대내외에 공표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최대의 전문기관으로 미국의 보건의료정책 결정에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AMA의 이번 발표에 따라, 업계는 향후 비만 치료제의 보험적용에 있어 보험사(insurer)와 정부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나 비만 치료제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들끓고 있는 와중에, 최근 노보노디스크(Novo Nordisk)가 심혈관질환을 가진 비만환자를 대상으로한 ‘위고비(Wegovy)’의 임상3상에서, 심혈관질환 위험과 심부전 증상을 개선하는 데이터까지 도출함에 따라 보험적용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로는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면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험 적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공보험인 메디케어(Medicare)는 당뇨병 치료제로 시판되고 있는 GLP-1 계열 약물인 ‘오젬픽(Ozempic)’과 ‘마운자로(Mounjaro)’에 국한해 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사보험사들도 당뇨병 치료용도 외에는 커버리지를 꺼리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연간 1만2000달러(1500만원)가 넘는 치료제 비용으로 인해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보험사가 보험료를 올리게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선 인구의 40% 이상이 비만을 겪고 있어, 보험과 세금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비만 치료제의 보험 적용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AMA는 보험을 지지하는 입장을 공표한 것이다.
이번 발표에서 AMA는 비만 치료를 위한 차세대 체중감량 의약품이 생겨나고 있지만, 보험 적용이라는 장벽(barrier)이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 상황에 대응하고자 이번 협회정책을 결의했다는 게 AMA의 설명이다.
AMA는 지난 2013년 비만을 질병으로 간주하는 결의안을 가결했으며, 비만이 다양한 병태생리학적(pathophysiological) 측면을 가지고 있고 비만을 치료 및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중재요법(intervention)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AMA는 이번 발표에서 비만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환자가 심각한 건강상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MA는 체중관련 조절 뿐 아니라 잠재적인 합병증을 치료하는데 환자 개인과 헬스케어 시스템에 상당한 비용을 초래하게 할 수 있다며, 다양하고 적절한 치료법을 통해 비만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결정이 보험사의 장벽을 없애 환자와 의사가 최선의 치료과정을 결정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바비 무카말라(Bobby Mukkamala) AMA 이사(Trustee)는 “비만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체중감량 의약품 등의 증거 기반 치료제를 제공하는 것은 건강과 관련된 합병증을 줄이는데 중요하다”며 “환자의 건강과 복지에 AMA가 전념하고 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보험사가 GLP-1 의약품을 포함해 FDA 승인을 받고 이용 가능한 체중감량 약물을 보장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