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서윤석 기자
후속 투자없이 회사운영이 가능한 기간이 1년미만이라고 설문에 답한 바이오기업 CEO가 전체의 27.5%에 달했다. 이중 '6개월 이내'라고 답한 CEO가 무려 10.1%에 달해 자금난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작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아진 것으로 보여 바닥을 지나고있는 게 아니냐는 기대를 갖게한다. 지난해에는 1년 미만이라고 응답한 CEO는 전체의 35.2%, 6개월 미만은 12.7%에 달했다.
15일 바이오스펙테이터(BioSpectator)가 창간 8주년을 맞아 국내 바이오기업 CEO 7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른 결과이다. 특히 바이오스펙테이터가 설문을 진행한 기업은 업계 내에서 과학적으로나 혹은 사업개발, 투자/재무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우량한 기업들이 대부분이어서 실제로 업계가 느끼는 자금난의 정도는 훨씬 더 심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CEO 44.9%는 후속 투자없이 ‘1년이상 2년미만’ 운영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추가투자없이 2년 미만 운영가능한 경우는 72.4%로, 지난해 76%보다는 줄었다. 하지만 외부 자금투자가 필수적이며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기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특성상,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은 눈앞의 생존에 급급해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투자-연구개발 성과의 순환고리가 훼손될까 염려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금을 받는다면 최고 밸류에이션 대비 30%이상 낮출 수 있다고 답한 CEO는 33.4%에 달했다. 절반이상도 가능하다는 답변도 17.5%로 작지 않았다. ‘10%~30%미만’이라고 응답한 CEO가 49.2%로 가장 많았고, 10%미만은 17.5%이었다. 설문에 응답한 CEO의 대부분이 일단 생존한 후 다음을 모색하겠다는 것으로 최근 몇년간 이어진 투자경색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이같이 밸류에이션 낮추겠다는 상황에서도 실제로 투자유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비상장 바이오기업 투자에 대한 VC 등 투자자들의 관심이 자취를 감췄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존 VC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밸류에이션을 낮추고 싶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업들의 어려운 내부 사정도 반영하고 있는 답변으로 해석된다.
연구개발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투자규모를 묻는 질문에는 CEO 39.7%가 ‘100억원 이상~300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100억원 미만’이라고 응답한 CEO는 21.9%로, 300억원 미만이 필요한 경우가 전체 설문의 61.6%에 달했다. 뒤를 이어 ‘300억원 이상~500억원 미만’이라고 답한 CEO는 19.2%, ‘500억원 이상’이라고 답한 CEO는 19.2%로 나타났다.
지난해 진행한 설문과 비교해 300억원 미만이 필요한 경우가 74.6%에서 61.6%로 줄어든 반면 ‘500억원 이상’ 응답한 비율은 3%에서 19%로 크게 늘어났다.
바이오 기업들의 자금난이 더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CEO 83.6%는 투자분위기가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응답해 상황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중 76.7%는 내년 중에 투자분위기가 풀릴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2026년 이후부터 풀릴 것이라는 보수적인 답변도 13.3%에 달했다. 지난해 설문에서 동일한 질문에 CEO 80.6%는 올해중 투자분위기가 풀릴 것으로 봤으나, 기대와는 다르게 투자침체가 더 장기화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투자가 풀릴 것으로 보는 CEO가 36.7%, 내년 하반기는 40%로 나타났다. 올해 하반기부터 풀릴 것으로 보는 답변은 낙관적인 답변은 10%에 그쳤다.
국내 비상장 바이오기업의 코스닥시장 기업공개(IPO) 분위기가 풀리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답한CEO는 86.3%로 지난해 67.6%보다 증가했다. ‘예’라고 응답한 CEO는 12.3%에 불과했다. 기업공개는 비상장 바이오기업 투자의 주요 엑싯(exit) 수단이지만, 어려운 투자환경과 함께 상장의 허들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거래소가 기업들의 매출이나 매출추정치에 대해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오상헬스케어, 아이엠비디엑스, 디앤디파마텍과 상장을 앞둔 씨어스테크놀로지,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한 아이빔테크놀로지, 엑셀세라퓨틱스, 에이치이엠파마 중 신약개발 기업은 디앤디파마텍 한 곳뿐이었다.
상장 분위기가 최근 풀리고 있다고 응답한 CEO들은 그 이유로 ‘거래소의 심사허들 완화(77.8%)’, ‘매출(기술이전 등) 성과(11.1%)’, ‘글로벌 경제상황 영향(11.1%)’ 등을 골랐다.
바이오스펙테이터 창간 8주년 설문 참여 기업들
GC녹십자, JW중외제약, 나손사이언스, 네오이뮨텍, 넥셀, 넥스트젠 바이오사이언스, 뉴라메디, 뉴클릭스바이오, 대웅제약, 듀셀바이오테라퓨틱스, 루닛, 리가켐바이오, 머스트바이오, 메디치바이오, 메디픽, 바오밥에이바이오, 부스트이뮨, 브렉소젠, 사이러스 테라퓨틱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상트네어 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 씨어스테크놀로지, 아름테라퓨틱스, 아밀로이드솔루션, 아벨로스 테라퓨틱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아이진, 아피셀테라퓨틱스, 알지노믹스, 알테오젠, 앱클론, 앱티스, 업테라, 에스티팜, 에이비엘바이오, 에임드바이오, 엘마이토 테라퓨틱스, 오름 테라퓨틱, 와이바이오로직스, 유바이오로직스, 유빅스테라퓨틱스, 유한양행, 이뮨앱스, 이피디바이오테라퓨틱스, 인세리브로, 인투셀, 일리미스테라퓨틱스, 일리아스바이오로직스, 입셀, 제노스코, 지노믹트리, 지놈앤컴퍼니, 지아이이노베이션, 지투지바이오, 진코어, 카나프 테라퓨틱스, 큐로셀, 큐롬바이오사이언스, 큐리언트, 테라베스트, 테라펙스, 토모큐브, 티씨노바이오사이언스, 티움바이오, 티카로스,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페프로민바이오, 펠레메드, 프로젠, 피노바이오, 한미약품, 한올바이오파마 등 73개 기업(가나다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