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최근 유전병 치료를 위해 PNA(peptide nucleic acid)를 유전자 교정에 이용한 미국 예일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PNA를 나노 입자에 삽입해 빈혈 동물 모델의 조혈모세포 유전자를 교정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은 것은 PNA 유전자교정이 현재까지 가장 획기적인 유전자교정 방법인 CRISPR에 비해 '더 단순한' 방법이라는 점이다. 또한 PNA의 활용분야를 진단뿐 아니라 신약으로까지 확장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파나진은 국내의 대표적 PNA 연구기업이다. 높은 품질의 PNA 를 대용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 전세계에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PNA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자 하는 모든 곳은 파나진에서 소재를 공급받는다. 앞서 얘기한 예일대 연구팀은 물론 국내외 PNA 연구 회사들은 모두 파나진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넨텍,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베링거인겔하임 등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에서 한미약품 올리패스 등 전세계 30개국, 200여 기관에 PNA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연구용 단계에서 제품용으로 넘어가면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PNA 소재 매출은 23억원이며, 올해에는 10%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파나진의 핵심 경쟁력은 소재 생산기술이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기술력을 통해 개발한 분자진단 플랫폼이다. 현재 암 치료제 동반진단, 감염질환 진단키트 등의 제품과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진단부문 매출이 PNA 소재 매출보다 클 뿐만 아니라 성장성도 높은 상황. 김성기 파나진 대표는 “PNA 독점 판매권을 가진 파나진은 소재 자체의 독점 판매와 더불어 PNA 기반의 분자진단 기술 및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 유전자 치료제 신약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된 PNA 제조기술로 전세계 독점 판매
PNA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유전체 DNA, RNA의 뼈대 구조를 펩타이드로 치환한 형태를 가진 유기 합성 인공물질로 1991년 코펜하겐의 4명의 연구자에 의해 개발됐다. 전기적으로 중성의 뼈대를 가지는 이 작은 크기의 합성물은 DNA, RNA와 같은 핵산 구조물과 강한 결합력을 가지고 있으며 체내 핵산분해효소에 영향 받지 않아 높은 안정성을 띤다. 인공 합성물로 2차 변형이 용이해 구조적 변이는 물론 작용기를 부착해 친수성 등의 성질을 조절, 변화 시키는 것도 쉽게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이 같은 성질로 인해 유전자 질병 진단과 치료 측면에서 아주 효율적이고 활용성이 높은 물질로 여겨져 많은 연구자들이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고품질 PNA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 제한돼 대규모 임상이나 실험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파나진의 김성기 대표는 고순도의 PNA 대량 제조 특허 기술을 개발했고 원 발명자들에게 기술을 인정받아 2006년부터 세계 독점 판매권을 소유하고 있다.
박상용 CFO는 “주문자가 원하는 성질을 의뢰하면 다양한 변형을 통해 맞춤 제작도 가능하다. 최근 진단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해 PNA를 연구, 사용하는 기관이 세계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소재에 관한 매출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진 분자진단 제품의 높은 시장점유율
표적 항암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동반진단 시장도 확대되고 있다. 파나진은 PNA의 높은 안정성과 강한 결합 능력을 이용해서 암 조직에서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진단 키트를 개발, 보유 중이다.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검출하기 위해서 주로 중합효소연쇄반응법(polymerase chain reaction; PCR)이 사용되는데, 이는 쉽게 말해 표적 핵산을 대량 복제, 증폭함으로써 표적 존재 유무를 판단하는 진단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PCR 방법은 돌연변이를 검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적은 수의 염기가 변이된 미세한 돌연변이를 제대로 검출하지 못하거나, 정상형과 변이형이 섞인 상황에서 선택적 증폭 능력이 낮아 검사의 민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기존의 PCR 기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 파나진의 PNA 클램프(PNA Clamp) 기술이다. 정상적인 유전자 염기서열에 결합을 하는 PNA 클램핑을 디자인하면 강력한 이중구조를 형성한다. 연쇄 중합반응이 일어날 때, 상보적 염기서열의 불일치로 인해 녹는점이 낮아진 돌연변이형 유전자만이 단일구조화 돼 계속적으로 증폭이 일어남으로써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상유전자 대비 미량 존재하는 돌연변이 염기서열도 쉽게 검출이 가능하다.
파나진의 제품 개발 관계자는 “PNA clamp 기술을 이용한 우리 제품은 1% 내외의 미량으로 존재하는 돌연변이 염기서열도 검출이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실시간 PCR (real-time PCR) 기기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시장 접근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파나진은 EGFR의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출하는 ‘PNAClamp EGFR MD kit’를 판매하고 있다.
상피세포성장인자(EGF)의 수용체인 EGFR은 암세포에서 돌연변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이 관찰됐고,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EGFR의 돌연변이 표현형에 맞춰 개발한 치료제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표적항암제이다. 파나진의 진단 제품은 높은 민감도와 감수성으로 조직 내 1% 내외로 존재하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검출할 수 있다. 제품을 사용해서 얻은 실험 데이터를 분석하는 알고리즘까지 제공한다. 개발 관계자는 “타세바, 타그리소, 이레사 등 폐암 표적항암제를 처방하기 전, 우리 제품으로 검사해 나온 데이터를 처방 판단의 객관적 자료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파나진에서는 EGFR 뿐 아니라 대장암, 폐암의 바이오 마커로 사용되는 KRAS, 대장암 및 흑색종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NRAS, 갑상선암 등에서 발견되는 BRAF 유전자 돌연변이 등을 검출하는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암 진단 제품 이외에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의 원인 바이러스로 알려진 인유두종바이러스(HPV)의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PANA RealTyper HPV kit를 개발해 지난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품목허가를 받았다.
파나진이 독자 개발한 ‘PANA RealTyper’ 라는 기술을 이용하는 이 제품은 고위험군 20종과 저위험군 2종을 포함 총 40가지의 인유두종바이러스 타입을 검출할 수 있으며 상기 22종의 경우 유전형까지 판별이 가능하다.
PNA를 자유롭게 변형해 물리화학적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PNA 프로브가 가지는 핵산과의 결합력(녹는점으로 대표된다)을 서로 상이하게 조정하고 프로브 말단에 부착하는 형광물질의 파장을 각각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한번의 반응으로도 다양한 표적 염기서열을 검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파장이 서로 다른 4가지의 형광물질을 사용하고 3가지의 다른 영역대의 녹는점을 가지는 PNA 프로브를 이용하면, 한번 반응으로 12개의 표적 염기서열을 동시 검출할 수 있다.
◇국내 최초 액체생검 진단제품 허가 신청
조직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이용해 돌연변이를 검출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생검(biopsy)을 통해 암 조직을 채취해야 한다. 그런데 심부 조직의 경우, 환자에게 상당한 통증이 수반되고 감염 등 부작용의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조직의 부분 별로 돌연변이의 발생 양상이 달라 검사 결과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파나진은 액체생검(Liquid biopsy)을 통해 유전자 돌연변이 검출이 가능한 PANAMutyper 기술을 개발했다. PNAClamp 기술과 PANA RealTyper 기술의 장점을 융합해서 10가지 이상의 표적을 고민감도로 동시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PNA 클램핑에 의해서 표적 돌연변이 염기서열만이 증폭하도록 유도하며 각각 다른 형광 인자와 녹는점으로 설정된 프로브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검출이 가능하다. 이 검사 기술은 환자의 체내에 아주 극소 미량(0.1~0.01%)으로 존재하는 돌연변이를 다중 검출할 수 있으며 돌연변이의 내용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채취가 용이한 혈액 등의 체액을 통해 검사하므로 주기적인 검사가 가능하고 돌연변이를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파나진은 국내 최초로 2ml 가량의 체액을 통해 폐암 환자의 바이오 마커인 EGFR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최대 47가지 검출할 수 있는 ‘PANAMutyper R EGFR kit’의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지난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이다.
제품 개발 관계자는 “암 조직의 경우, 같은 조직 안에서도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균질성에 있어서는 취약 부분이 존재한다. 하지만 혈액은 뛰어난 균질성을 가지고 있고, 채취가 쉬워 환자에게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단순히 치료제를 선택하기 위한 진단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뿐 아니라 치료 과정 속에서도 돌연변이나 내성 발생에 관해 지속적인 관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앞으로 갑상선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을 적응증으로 이 기술을 적용한 진단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PNA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제 신약 개발
파나진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PNA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용 CFO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PNA를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숙련된 연구원들이 축적한 노하우를 가지고 다양한 PNA의 변형이 가능하다"면서 "또 수 만종의 PNA 라이브러리를 통한 효율적인 스크리닝으로 신약 개발의 시행 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나진은 질환을 특정하지 않고 희귀병, 난치암 등에서 PNA 유전자 교정 치료를 통해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적응증을 찾기 위해 초기 스크리닝 단계를 거치고 있다.
김성기 대표는 "PNA를 이용한 플랫폼 기술을 통해 진단과 신약 부분에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의 확장이 가능하다"면서 "환자의 치료효과가 정밀의료와 맞춤의료를 통해 한 단계, 혈액 기반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관찰을 통해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