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인공지능(AI)이 항암제를 처방하는 기준이 되는 ‘병리 바이오마커(pathological biomarker)’를 재정의(redefine)하고 있다. 지금까지 바이오마커 분석 기술과 임상현장 적용은 항암제의 발전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간극 때문에 바이오마커가 중요하다거나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임상개발 단계나 의료 현장에서 바이오마커는 오히려 환자의 치료 과정을 제한하는 요소로 여겨졌다.
그런데 최근 AI가 바이오마커 분석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마치 먼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허블망원경 등장으로 인해 천문학 시대가 열린 것처럼, 암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병리학자의 눈으로 판별하던 암 조직 바이오마커를 AI가 세포 하나 단위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기술이 과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 동시에 지난 3~4년 동안 항체-약물접합체(ADC), 방사성치료제(RPT) 등 암세포를 직접 타깃하는 기술이 성숙해가면서, 임상개발과 의료 현장에서 바이오마커 이슈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옥찬영(Chan-Young Ock) 루닛(Lunit) 최고의학책임자(CMO, 상무)는 2년만에 바이오스펙테이터를 다시 만난 자리에서 “5년전 루닛에 합류했을 때 항암제 분야에서 병리학 데이터가 의미가 있겠다는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했다. 누구도 답을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생각했을 때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2~3년전만 하더라도 빅파마는 내부에 팀을 꾸려 추진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완전히 (외부 파트너십으로) 돌아섰다. 글로벌 제약사가 굉장히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상업적 성숙도(commercial readiness)이며, 현재 미국내 클리아랩(CLIA lab) 계약을 논의하고 있으며 곧 세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최근 일부 주식매도와 관련, 옥 CMO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으며, 퇴사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앞으로 루닛스코프 사업이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선을 그었다.
루닛은 그동안 글로벌 학회에서 꾸준히 항암제 반응을 예측하는 AI 바이오마커 플랫폼 ‘루닛스코프(Lunit SCOPE)’를 4가지 영역으로 발전시키며 학회 106건, 논문 27건을 발표하며 근거(evidence)를 쌓아왔다. 경쟁사와 직접 비교되는 과정(bake-off)에서 글로벌 탑 3개 그룹에 든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확실히 가는 방향이며, 이제 빅파마가 누구와 갈 것인가의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 루닛스코프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 중심의 연구분석 의뢰 건수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지난해 말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올해 7월 기준 5000건을 돌파했으며, 작년 한해 1000건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움직임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