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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GPCR, '신약 재창출' 전략 통해 개발기간 획기적 단축

기사입력 : 2016-12-12 09:51|수정 : 2016-12-1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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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화이자 '잴코리 스피드' 전략 활용..빠른 임상 2상 돌입 가능

'GPCR-이형중합체(GPCR-heterodimer)'와 '신약 재창출(Drug Repositioning)'.

새로운 표적, 새로운 전략으로 항암제 개발에 도전하는 국내 바이오텍이 주목받고 있다. 지피씨알 테라퓨틱스(GPCR therapeutics)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LG생명과학 연구원과 바이오벤처 뉴젝스 대표 등을 지낸 신동승 대표와 허원기 서울대 교수(Chief Scientific Officer)가 주축이 돼 2013년 설립한 GPCR은 지난해 충북창조경제바이오펀드 1호 투자기업으로 선정됐고 올해 100억원이 넘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GPCR은 이름 그대로 세포 외부의 자극을 세포 내 신호전달경로로 연결해주는 세포 표면 수용체인 'G 단백질 연결 수용체(G protein coupled receptor, GPCR)'을 타깃으로 한다. 전세계 개발 중인 신약의 30%가 표적으로 삼을 만큼 흔한 타깃이지만 GPCR은 'GPCR-이형중합체'라는 새로운 표적을 통해 기존 바이오텍과 차별화했다.

또한 신약 재창출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 도입했다.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을 활용해 새로운 적응증의 신약을 개발하는 모델이다.

신동승 대표는 최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 본사에 진행된 바이오스펙테이터와의 인터뷰에서 "GPCR-이형중합체에 대한 연구 성과와 신약 재창출 전략을 활용하면 신약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면서 "첫번째 파이프라인의 경우 빠른 임상 2상진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회사는 현재 GPCR의 특성을 바탕으로 맞춤 항암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삼성서울병원 난치암사업단과 공동 연구 계약도 체결했다.

◇ 세포의 ‘수신기’ 역할을 하는 GPCR

GPCR은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접힌 하나의 폴리-펩타이드 물질이다. 세포막을 7번 통과하는 구조이며 그로 인해 생긴 고리(loop)부분이 세포 안팎으로 노출돼 있다. 세포 바깥쪽 고리는 신호 물질이 수용기에 결합할 수 있는 주머니의 부분을 형성한다.

GPCR과 가까운 세포 안쪽에는 여러가지 기전을 통해 생체 반응을 조절하거나 호르몬, 신경전달물질 등의 신호전달계에 관여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G 단백질이 존재한다. GPCR은 G 단백질을 통해 세포내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시킴으로써 발생, 대사, 생리, 면역, 신경전달, 소화 등을 조절하거나 빛, 냄새, 맛 등을 감지한다.

대부분의 G 단백질은 세 개의 유닛(α, β, γ)로 구성돼 있으며 α 부분에 GTP(구아노신 5’-3인산) 혹은 GDP(구아노신 5’-2인산)가 결합한다. G 단백질의 비활성화 상태에서는 GDP가 결합하고 활성화 상태가 되면 GTP가 결합한다. G 단백질에 결합한 GTP는 가수분해효소에 의해서 다시 GDP로 전환된다.

▲G 단백질 연결 수용체(G protein coupled receptor; GPCR) 활성 기전

▲G 단백질 연결 수용체(G protein coupled receptor; GPCR) 활성 기전

세포 밖의 신호물질이 GPCR의 세포막 바깥 고리에 결합하면 활성화가 일어나면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던 비활성화 G 단백질과 결합하게 된다. 이 때 G 단백질의 α-유닛 부분에 결합하고 있던 GDP는 GTP로 교체된다. GTP가 결합된 G 단백질은 α-유닛과 β·γ-이합체(dimer) 2개의 조각으로 나눠지고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신호(signal)이 2차 신호물질들을 활성화 시킨다. 두 조각으로 분리됐던 G 단백질은 가수분해효소에 의해 GTP가 GDP로 바뀌면 다시 하나의 덩어리를 형성한다. 이렇게 활성화된 2차 신호물질(second messenger)은 감각 수용에서부터 신경신호전달, 호르몬 반응을 비롯한 많은 체내 기능을 조절한다.

◇ GPCR 특징 이용한 우회-효과(indirect-effect) 신약 개발

신 대표와 서울대학교 허원기 생명과학부 교수는 그동안 단일체(monomer)로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던 GPCR이 사실은 단일체, 동형 중합체(monodimer), 이형중합체(heterodimer)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으며 그 중 서로 다른 단일체가 결합한 이형중합체의 형태와 기능에 초점을 맞춰 연구를 진행했다.

질환의 치료를 위해 관련된 GPCR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들이 가진 오프 타깃 부작용과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중합체(dimer)를 형성하고 있는 다른 GPCR을 조절함으로써 간접적인 방법으로 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신약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예를 들면 천식을 치료하기 위해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직접적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를 사용하면 부정맥, 심혈관 경색이라는 오프 타깃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와 중합체를 형성하고 있는 수용체를 타깃으로 하는 약물을 통해 베타-아드레날린 수용체를 간접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치료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형중합체(heterodimer)형태의 GPCR

▲이형중합체(heterodimer)형태의 GPCR

GPCR의 주요 연구과제는 암 세포의 성장과 전이에 긴밀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GPCR 이형중합체를 이용한 맞춤 항암제 개발이다.

신 대표는 “암세포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형중합체를 새롭게 발견했으며 그에 맞는 약물들을 찾기 위해 스크리닝을 진행해서 선별하는 중이다. 오프 타깃을 최소화하면서 독성 작용이 적은 항암제 개발이 가능할 것” 이라고 말했다.

◇신약 재창출 전략 통한 신속한 개발 진행

GPCR의 핵심 전략은 '신약 재창출'이다.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 단계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을 활용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가 화이자의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다.

화이자는 2005년 ALK 억제제 PF2341066을 발굴하고 임상 1상을 진행했는데 종료 시점인 2007년 폐암에서 EML4-ALK 융합유전자를 발견했다. 화이자는 이후 신약 재창출을 통해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맞춤항암제로 임상을 진행해 2010년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2011년 승인까지 받았다.

신약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임상 1상까지 진행하는 데 평균 7년의 시간이 걸리지만 화이자는 신약 재창출을 통해 이 시간을 절약한 것이다.

신 대표는 "개발이 완료된 약물을 이용하면 안전성과 독성에 대한 1차 확인이 완료됐기 때문에 1상을 생략할 수 있다"면서 "화이자의 경우에 착안해서 우리도 이미 개발된 약물을 분석하고 새롭게 조정함으로써 개발 시간을 단축하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현재 기존에 개발이 이뤄진 약물들에 대한 스크리닝을 진행해 여러 후보 약물을 찾아낸 상태이며 빠른 시일 내 임상 2상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또한 전략적인 개발 진행과 더불어 정밀의료에 필수적인 동반진단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신 대표는 “우리는 아주 새로운 것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그 가치와 용도를 새롭게 조정하고 정밀의료와 결합해 뛰어난 안전성과 효능을 가진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GPCR이 신약 재창출 전략을 먼저 들고 나온 것은 초기 바이오텍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그는 "초기에는 신약재창출 전략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지만 안착되면 새로운 항암제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1년 아닌 10년 행복한 회사로 만들고 싶다

GPCR은 출퇴근 시간이 따로 없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일을 한다. 허울뿐인 규칙이 되지 않기 위해 10시 이전의 모든 미팅은 금지다.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신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들이다.

매주 월요일 오전에는 경영현황을 공유한다. 신 대표는 "임원만 알고 있는 정보에 대한 직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3~4년까지는 임원들 위주로 회사가 성장하겠지만 그 이후부터는 직원들 힘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신 대표의 사무실 컴퓨터 바탕화면 이미지는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의 캐릭터 '조이'다. 애니메이션에는 사람의 감정을 형상화한 5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조이(Joy)'는 말 그대로 '기쁨', '즐거움'을 나타내는 캐릭터다.

그는 "회사를 상징하는 핵심 캐릭터로 조이를 생각했다"면서 "1년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는 쉽지만 5, 10년 행복한 회사는 쉽지 않다. 현재의 행복을 길게 유지하려면 회사가 건강하고 힘이 있어야 하며 비전과 보람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사이드아웃은 '슬픔의 재발견', '슬픔을 통한 기쁨의 재발견' 등의 메시지를 준다. 우회상장부터 법정관리, 상장폐지까지 다 겪어봤다는 신 대표의 험난했던 바이오텍 도전기가 결국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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