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first in class', 'best in class' 후보물질을 찾아야 됩니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며 비슷한 아이디어를 따라가서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데이빗 플로레스(David Flores) 바이오센추리(BioCentury) 대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바이오텍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미국, 유럽과 같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차별성' '혁신성'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이오센추리는 20년 역사의 미국의 바이오전문지로 전세계 제약 회사 전문가, 투자자, 연구자 등에 바이오 관련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빗 대표는 최근 국내를 방문해 바이오스펙테이터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국내 바이오텍의 효과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한 타깃으로 미충족 시장(Unmet needs)을 강조했다. 희귀질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여기에 해당한다.
"하루 한번 복용하는 약을 일주일 혹은 그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 팔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펩트론 등은 약효지속성 의약품 개발 플랫폼 기술로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한국 바이오산업의 장점에 대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우수한 연구원들이 많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투자 등 분명한 한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약개발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기 마련인데, 이를 도와줄 멘토가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바이오산업 현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해 가장 주목했던 것은 정밀의료(precision medicaine)였다. 2015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정밀의료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어진 흐름인데 환자 개개인에게 모두 다른 치료법을 개발하는 맞춤의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는 "아직 의사들은 정밀의료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되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서 "언제나 사이언스가 헬스케어 산업의 움직임보다 빠르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글로벌 바이오산업에서 면역항암제(Immuno-oncology) 유전자가위(CRISPR-Cas9)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을 주목해야 한다.
면역항암제의 경우 최근 임상건수가 늘어나면서 주목받는 CAR-T 치료제의 개발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그는 "CAR-T 치료제를 환자에게 사용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안전성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면서 "이러한 역할을 하는 다양한 안전스위치(Safety switches)가 필요하며, 이외에도 생산, 고형암으로 확대, 표준화, 병원∙랩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면역관문억제제 분야에서는 PD-1, PD-L1을 넘어선 새로운 면역분자를 발굴해야 된다. 그는 특히 신호전달을 통해 암 세포들이 대식작용으로 제거되는 것을 피하게 도와주는 면역분자 'CD47'를 주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CD47은 23개 암종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전자가위 CRISPR 역시 주목해야 한다. CRISPR는 기존 유전자편집에서 훨씬 더 정확하고(pinpoint) 강력한 방법으로 사람의 여러가지 유전자까지 한번에 편집할 수 있다. 그는 "중국에서 지난해 임상에 들어가면서 많은 사람들이 CRISPR 임상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는 CRISPR를 이용한 Caribou bioscience, Editas medicine, CRISPR therapeutics, Intella Therapeutics 등이 대규모 투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가장 큰 분야다. 아직 다뤄져야 할 부분이 무궁무진하게 많고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다. 최근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환과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다. 2015년에 최근 화두인 CTL-4, PD-1과 박테리아가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연구가 발표된 바가 있다. 그는 "이미 미국에서는 마이크로바이옴을 치료제로 이용하는 바이오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있고, 애브비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도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가장 중요한 키워드 3개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Price, price and price'로 답했다. 그는 "아무도 비싼 약을 사고싶어 하지 않고, 계속 발굴되는 신약은 적절한 가격에 시장에 나와야 된다"고 강조했다. 높은 약가로 인한 의료비 및 국가 재정 부담 문제는 앞으로 피할 수 없는 이슈가 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