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최근 임상에서 T세포가 가진 놀라운 항암효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글로벌 기업이 면역세포를 항암치료제로 이용하는 연구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T세포는 비(非) 자기를 너무 강하게 인식하기 때문에, 환자에서 추출한 T세포를 사용해야 한다는 점에서 비용, 생산 면에 한계가 있습니다. 사이토카인 신드롬(cytokine syndrome)과 같은 부작용 또한 큽니다."
황유경 녹십자랩셀 연구소장의 설명은 이어졌다. “이에 반해 NK세포(Natural killer cell)는 오히려 타인에게서 제공받은 동종(allogenic) NK세포가 더 효과적인 작동세포(effector cell)로 작용할 수 있는데, NK세포에 발현하는 면역수용체인 KIR는 자기세포를 인식해 활성이 저해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녹십자랩셀은 말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1상에서 동종 NK세포를 환자한테 투여할 때 거부반응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절반의 환자에서 임상적 효과를 관찰했습니다”
황 연구소장은 지난 1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7’에서 동종 NK세포 치료제의 잠재력을 소개하고, 향후 NK세포 연구∙개발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NK세포는 면역체계에서 가장 최일선에서 적과 싸우는 세포로, 환자에게 주입하는 동종 NK세포는 암세포를 죽이는 ‘외부 지원군’으로 작용한다. 녹십자랩셀은 건강한 사람의 NK세포를 독자적 배양방식으로 증식∙활성화해 환자에게 투여한다.
황 연구소장은 “최근 NK세포가 다양한 질환과 연관돼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고 있다”며 “특히 임상에서 NK세포에 발현하는 KIR와 환자의 세포가 가진 고유면역분자인 HLA가 불일치할 경우 더 우수한 항종양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고됐다”고 설명했다. 타인에게서 온 NK세포가 항암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의미로, 우려했던 이식거부현상도 적다는 설명이다.
녹십자랩셀의 동종 NK세포 치료제인 ‘MG4101’의 임상속도는 글로벌 탑 수준이다. 그는 지난해 미국 암연구협회(AACR)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Cancer Immunology Research)에 게재된 국내 임상1상 결과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임상1상에서 안전성 및 효능 확인…”올해 급성골수성 백혈병 임상2a상 돌입”
황 연구소장은 “세계 최초로 건강한 비혈연 공여자(unrelated healthy donor)의 NK세포를 이용해 진행한 임상1상”이라며 “안전성 검증에 초점을 맞춘 프로토콜임에도 불구하고, 절반에 해당하는 47.1% 환자에서 질병진행이 멈춘 상태인 안정병변(SD, stable disease)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임상1상은 기존의 항암제 표준치료에 실패한 18명의 말기 악성림프종 및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행됐다. 용량은 최대 3 × 10의 7승 세포/Kg까지 투여했으며, 단일 투여와 3회 투여그룹으로 나눴다.
주목할 점은 실제 환자 핏속에서 활성화분자를 발현하는 T세포와 면역활성인자들이 증가했으며, 반대로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을 억제하는 조절 T세포(Tregs, regulatory T cells), MDSCS를 포함한 면역억제인자가 감소했다는 것. 황 연구소장은 "NK세포가 종양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인자란 것을 의미한다”며 “앞선 연구와 같이 KIR의 유전형, 표현형을 분석해본 결과 환자의 면역분자와 불일치율이 높을수록 더 큰 항종양효과를 관찰했다”고 덧붙였다.
MG4101은 현재 78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5개 기관에서 임상2상을 진행 중이다.
황 연구소장은 올해 추가적으로 급성골수성 백혈병(AML, Acute myeloid leukemia) 환자를 대상으로한 임상2a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지 않은 환자를 대상으로 MG4101을 단독투여할 것”이라며 “그외 조혈모세포 제공자와 NK세포 제공자가 다른 경우에서도 치료효과를 확인해 볼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MG4101 플랫폼 기술은 매우 우수한 NK세포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로 현재 글로벌 기준에 맞는 임상 프로토콜을 구상 중이다”라고 추가적으로 말했다.
◇차세대 NK세포 치료제의 2가지 전략..."다양한 글로벌 연구협력 진행中"
이날 녹십자랩셀은 구체적인 차세대 NK세포 파이프라인을 공개했다. 황 연구소장은 “차세대 NK세포의 트렌드는 NK세포와 항체를 병용투여하거나 CAR(chimeric antigen receptor)를 삽입한 CAR-NK를 제작하는 것”이라며 “이에 항체를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과 범용적 NK(Universal-NK)세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항체 병용투여에 이어, CAR-NK세포도 조만간 비임상에 돌입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황 연구소장은 “동물에서 MG4101을 단독으로 투여했을 땐 생존율이 60% 가량 높아졌다면, 리툭시맙과 병용투여할 경우 생존율이 90%까지 높아지는 놀라운 시너지 효과를 관찰했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임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암을 공격하는 세포독성 T세포(Cytotoxic T cell)이 활성화되는 걸 확인하는 게 숙제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NK세포는 항체와 친화적인 특징을 갖고 있어 T세포에 비해 상대적으로 엔지니어링이 쉽다”며 “때문에 차세대 NK세포 치료제 개발의 핵심은 충분한 양의 NK세포를 공급하는 데 있으며, 그런 면에서 녹십자랩셀은 상당한 차별성을 가진다”고 말했다. 순도높은 NK세포를 생산하고 보관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과정으로 현재까지 NK세포 연구가 부진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녹십자랩셀의 동종 NK세포는 생물의약품을 대량생산하는 50L 이상 규모의 바이오리엑터에서까지 배양이 가능하다. 한번 배양하는데 1~3주가 걸린다는 설명으로 동종(allogenic)의 NK세포를 제공하는 기증자로부터 1000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98% 이상으로 매우 높은 순도를 가진 균질한 NK세포를 제공한다. 또한, 안정성이 높아 동결하더라도 생물학적 효능이 떨어지지 않으며, 2년까지 보관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녹십자랩셀은 차세대 NK세포 치료제 개발을 위해 다양한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 황 연구소장은 “항체 개발 및 발굴과 이를 렌티바이러스(lenti virus)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NK세포를 전달하는 기술은 협력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며 “자체적으로는 NK세포 특이적 신호분자를 확보하고 있고 대량생산기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월드 베스트(world best)라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황 연구소장은 “CAR-NK세포도 타인의 NK세포를 이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각광받는 CAR-T세포 치료제와 비교해 상업적인 장점을 가지며 안전성도 뛰어나다”며 “NK세포 치료제 연구∙개발은 녹십자의 미래사업으로 전문 R&D 센터를 구축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