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이은아 기자
“수면장애는 단순히 잠을 못 자는 불면증 이상의 고통이다. 수면장애가 장기간 지속되면 비만, 당뇨, 고혈압, 심혈관계질환, 면역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 연구팀은 청국장 유래 미생물이 생산하는 ‘폴리감마글루탐산’ 물질이 수면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를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 물질은 향후 수면 보조증진제 개발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기존의 수면제 부작용 우려를 해소시키고 수면개선 외 추가적인 건강기능 효능까지 얻을 수 있다. 가격 경쟁력도 갖춰 건강기능식품으로 개발하기에 우수하다.”
백인경 국민대학교 식품영양학 교수는 지난 11일 바이오스펙테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폴리감마글루탐산의 수면장애 개선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수면장애와 관련된 유전체 및 영양학적, 역학적 위험요인 발굴 연구를 진행하던 중 동물실험과 연구자임상시험을 통해 폴리감마글루탐산이 수면 질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이 수면증진 건강기능성 원료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백 교수는 오는 26일 오후 1시부터 서울 더 플라자 호텔 지하 1층 그랜드볼룸홀에서 열리는 ‘2017 제2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수면의 질 개선용 건강기능식품 소재’라는 주제로 발표할 예정이다.
◇ 수면제는 안전성 이슈 커,, 천연 건강보조식품 관심 증가
백 교수는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의 약 70%가 장기복용자다. 그들 중 대부분이 수면제 안전성에 대해 불안해한다. 요즘 부작용이 개선된 수면제가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내성 및 습관성 문제가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수면장애를 겪는 환자들이 초반에는 수면제를 소량 복용하지만 차츰 내성이 생겨 과다 복용하게 되는 위험성을 우려한 것이다.
내성, 습관성 등의 문제로 합성약물 수면제 사용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천연물질 수면 보조증진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천연물질은 멜라토닌이다. 동물의 뇌 송과선에서 추출한 멜라토닌은 수면유도 호르몬 제제다. 멜라토닌 과량 복용시 신경과민, 사지통증복통, 무력증, 고혈압 등 부작용 우려가 있어 국내에선 2014년 이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됐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수면 질 개선 효과로 인정된 기능성 원료는 미역과 갈조류인 감태추출물 뿐이다. 하지만 감태추출물은 다소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감태는 해양 생태계 보존을 위해 채취가 금지돼있어 강한 파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온 경우만 채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감태에는 건강에 해를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소량의 비소가 포함돼있다는 단점도 있다.
최근 보고에 따르면 긴장완화 효과로 인정된 기능성 원료인 테아닌(L-theanine)이 수면유도 효과가 있다는 논문이 보고된 바 있다. 테아닌은 녹차에서 추출되는 물질이라 역시 고가다.
백 교수는 다른 천연물질과 비교해 폴리감마글루탐산은 가격 경쟁력에서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은 청국장 유래 고초균(Bacillus subtilis)이 생산하는 대사산물로 청국장에서 끈적끈적한 점액성 물질이 바로 그것이다. 미생물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 폴리감마글루탐산, 임상서 “단기간 내 수면 질 개선 2배 효과”
폴리감마글루탐산은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개별 인정된 물질이다. 이미 칼슘 흡수 촉진제와 면역기능 개선제로 인정받아 시판되고 있다. 실험연구를 통해 비만과 이상지질혈증에서도 폴리감마글루탐산의 개선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백 교수는 “폴리감마글루탐산의 수면 증진 효과에 관한 과학적 증거는 처음 발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폴리감마글루탐산의 수면 증진 효과와 용량 규명을 확인하기 위해 동물실험과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자임상시험을 완료한 상태다.
마우스 동물모델에서 수면 뇌파검사를 통해 총 수면 상태를 확인한 결과 폴리감마글루탐산 25mg/kg, 50mg/kg를 각각 투여시 용량이 늘어남에 따라 수면시간이 늘어나고 각성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건강한 성인 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자임상시험에서는 대조군(16명)에 비해 폴리감마글루탐산 600mg/d 투여군(16명)은 수면장애척도를 나타내는 피츠버그수면질척도 점수가 2점 감소해(p<0.05) 수면의 질이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
백 교수는 “폴리감마글루탐산 복용군에서 수면장애척도 점수변화가 4주간 2점이나 감소했다. 시판중인 테아닌 투여시 8주간 1점 감소한 결과와 비교하면 짧은 기간 내 2배 효과를 보인 것”이라고 폴리감마글루탐산 수면 질 개선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어 “폴리감마글루탐산은 수면 증진 효과 뿐만아니라 비만, 혈당, 이상지혈증 효과도 개선할 수 있다”라며 “수면증진 효과에 추가적인 건강기능 개선효과도 얻을 수 있어 1석 2조의 정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백 교수는 폴리감마글루탐산의 수면의 질 개선 효과에 대한 용도특허를 한국과 일본에 출원한 상태다.
◇ 장내미생물.. 수면장애 연결고리 가능성?
현재 백 교수는 후속연구로 폴리감마글루탐산과 수면 관련성에 대한 기전연구를 수행중이다. 그는 “유력한 가설로 장내미생물과 수면의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폴리감마글루탐산이 장내미생물의 분포 변화를 일으켜 뇌에 영향을 미치고 수면 기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이다.
그는 “역학연구에서 장내미생물과 수면부족의 관계성에 대해 아직 발표된 바가 없다”며 “수면부족과 불면증이 생기면 어떤 미생물이 증가·감소하는지, 폴리감마글루탐산 투여시 수면 관련 미생물 분포변화를 확인하기 위한 메타게놈(metagenome)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백 교수는 폴리감마글루탐산의 수면 질 개선용 건강기능식품 개발 가능성 측면에서 동물모델과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2017 제2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자세히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