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간암은 생존율이 30%가량에 불과해 사망률이 높은 질병이다. 하지만 전치술과 간이식 등 기존 치료방법을 적용할 수 있는 환자군이 제한적이며 치료제도 넥사바(Sorafenib) 이외에는 존재하지 않아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립암센터의 김경태 박사는 지난 26일 서울시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17년 제2회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과 폐암 등의 타깃으로 잘 알려진 PLK1의 기질인식도메인(polo-box domain; PBD)과 결합하는 새로운 단백질 NCAPG2를 소개하고 이를 이용한 항암제 개발과정을 공개했다.
PLK1은 세포주기 중 세포분열준비기/분열기(G2/M)에 방추사의 발생과 염색체와의 결합, 딸세포 분열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자로 폐암, 흑색종 등 다양한 종의 암세포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된다. PLK1이 과발현하면 비정상적인 중심체가 증폭되고 이로 인해 세포의 부적절한 분리가 발생해 종양을 형성한다.
따라서 PLK1을 억제해서 종양형성을 차단하려는 노력들이 계속 됐는데 GSK와 베링거잉겔하임 등 빅파마들이 PLK1 억제기전의 항암제 개발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를 경험했다. 김 박사는 "PLK1의 촉매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 체내에서 효과를 내기 위한 용량적 한계가 존재했으며 PLK1 억제제로 적용한 약물이 비슷한 도메인을 가진 종양억제인자 PLK2와 PLK3에 결합하는 등 반응 특이성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PLK1의 기질인식도메인에 작용하는 단백질 NCAPG2가 세포 분열시 방추사와 염색체의 결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정상세포와 NCAPG2의 발현을 억제한 세포의 분열모습을 관찰하는 실험에서 NCAPG2가 존재하지 않는 세포는 방추사 형성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염색체와 정상적인 결합이 이뤄지지 않아 세포분열 진행이 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기존의 촉매인자도메인을 억제하는 것과 NCAPG2를 억제했을 때 종양형성 차이를 비교하는 실험에서 NCAPG2를 제거한 세포가 이룬 군집이 기존 도메인을 차단한 세포가 형성한 군집의 30%가량의 크기로 형성되는 결과를 얻음으로써 NCAPG2 타깃의 억제제가 종양 억제에 더 효과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김 박사는 "화학연구원의 라이브러리를 이용한 인실리코 스크리닝을 통해 NCAPG2와 PLK1의 결합부위에 작용하는 3가지 선도물질을 발굴했다. 완전히 해석된 특이적 펩타이드 서열과 구조를 가진 이 물질들은 PLK1에만 결합, 반응을 억제함으로써 이전 물질들이 가진 PLK2,PLK3와의 결합 부작용이 없다는 장점을 가진다. 물질과 그 용도에 대한 국내 특허와 해외특허가 등록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발과 전임상, 임상으로 역할이 세분화된 팀을 구성하고 있으며, 간암치료제 반응성 효율을 높이기 위한 동반진단 연구 진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바이오스펙테이터를 비롯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최한 이날 바이오파마 테크콘서트에는 약 150여명의 기업, 연구소, 대학, 투자회사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워 기술사업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2017 바이오 미래 포럼'과 함께 열려 의미를 더했다는 후문이다.
행사에서는 김 박사의 간암치료제 이외에도 오상택 국민대 교수의 '비침습적 망막혈관질환 치료제', 곽종영 아주대 교수의 '간세포 생존 및 기능 유지 3D 세포 배양 기술', 하기태 부산대 교수의 'Paeoniflorin을 활용한 불임 치료 및 착상 촉진제', 백인경 국민대 교수의 '수면의 질 개선용 건강기능식품 소재', 정구흥 서울대 교수의 'PI3K-AKT-TERT 신호전달을 저해하는 간암 치료제(Drug repositioning)' 기술 등이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