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충북대 교수
지난 연재에서 제넨테크의 창립 과정을 살펴보면서 알아보았듯 초기 바이오텍에서 재조합 DNA 기술을 이용하여 만들어낸 단백질 의약품은 어디까지나 기존에 천연물에서 추출하여 이미 생리적 활성이 알려진 단백질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 즉 ‘생산 프로세스’의 개선이었다. 그러나 1980년대 이러한 1세대 바이올로직 의악품의 개발과 생산이 끝난 이후, 제넨테크와 같은 바이오텍은 ‘그 다음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즉, 기존의 사업모델이 ‘이전에 알려진 단백질 의약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방법’이었다면 이들이 1980년대 이후에 봉착한 과제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약물’을 어떻게 재조합 DNA 기술 등을 이용하여 만들 것인지, 그보다 근본적으로 현재까지 약이 존재하지 않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어떤 타겟을 선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 것이다.
로버트 와인버그와 Neu
이제 제넨테크의 이야기로부터 잠깐 벗어나 제넨테크가 궁극적으로 찾게 되는 약물의 타겟이 되는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해 보자. 이를 위해서는 1970년대 후반, 즉 이전 장의 암 유전자 발견이 시작되던 1970년대 말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롤드 바무스와 마이클 비숍 등을 위시한 분자생물학자들이 바이러스 유래의 암 유전자가 실제로는 정상 세포에도 존재하는 유전자와 거의 비슷한 유전자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이와는 약간 다른 접근 방식으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했던 분자생물학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로버트 와인버그(Robert Weinberg)라는 젊은 MIT 의 조교수였다.
와인버그는 바이러스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고자 했던 동시대의 다른 분자생물학자들과는 좀 다른 접근방식으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으려 했다 [1]. 와인버그는 돌연변이에 의한 정상 유전자의 변화가 암을 유발한다는 가설하에, 암세포에서 DNA를 추출하고, 이를 인산칼슘 (Calcium Phosphate)에 의해 동물세포에 외래 DNA를 형질전환(Transfection)하는 기법을 사용하여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정상세포에서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기로 하였다. 이러한 시도에 의해서 1982년 발견된 인간 방광암 유래의 ‘암 유전자’ 는 이전에 바이러스 유래의 암 유전자로 알려진 ‘ras’와 동일한 유전자였다[2]. 이는 그 이후의 수많은 신호전달경로의 발견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 이외에 와인버그 랩에서는 쥐의 신경아세포종(Neuroblastoma) 유래의 암 유전자를 발견하였다[3]. 이 단백질은 약 185kDa 에 달하는 단백질로 인산화되며, 여태까지 발견된 다른 암 유전자와는 달리 세포막에 위치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4]. 이들은 이 유전자를 유전자 유래인 Neuroblastoma의 앞자를 따 ‘Neu’ 라고 불렀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와인버그 랩에서는 이 유전자를 발견한 이후 이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활발하게 진행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들은 이 단백질에 특이적인 항체까지도 가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마도 이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발견된 Ras의 결과에 흥분되어 정체를 알기 힘들었던 ‘Neu’ 는 접어두었는지도 모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