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연구개발비를 비용에 반영하거나 무형자산화하는 비중, 기준이 각기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주력연구 분야나 도달한 임상 단계가 다르고 자의적으로 분류 가능한 회계기준으로 인해 나온 당연한 결과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갑작스럽게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감리에 나서겠다고 밝혀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4일 바이오스펙테이터가 국내 바이오제약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제약사들은 대체로 연구개발비를 경상개발비로 비용으로 처리하는, 바이오회사들은 무형자산화하는 비중이 대체로 높았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872억원 중 80.8%에 해당하는 1513억원을 경상개발비로 비용 처리했다. 유한양행은 1037억원 중 714억원(68.9%), GC녹십자는 1166억원 중 968억원(83%)를 경상개발비로 분류했다. 연구개발비로 중 제조원가로 반영되는 부분을 감안하면 실제 자산화하는 비중은 평균 10% 전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골관절염치료제 인보사케이를 개발하는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연구개발비 143억 500만원 중 96%인 137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고 6억 500만원을 무형자산으로 분류했다. 회사측은 "골관절염 인보사케이 임상 3상 및 경증 3상 개발, 천연물 소재개발과 관련된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상업화단계에 가까운 임상 3상 비용 일부를 무형자산화한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하는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자산화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셀트리온은 연구개발비 2270억원 중 74%인 1688억원을 무형자산으로 나머지 580억원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2016년에는 2647억원 중 75%인 1986억원을 비용에 반영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2017년 연구개발비 2216억원 중 786억원(35.5%)을 자산으로 분류했다. 2015년 2208억원 중 1418억원(64.3%), 2016년 1537억원 중 585억원(38%)으로 자산에 반영하는 비중을 계속 낮추고 있다.
바이로메드의 경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화하는 비중이 80%를 넘어섰다. 지난해 연구개발비 311억원 중 273억원(87.8%)를, 2016년 160억원 중 126억원(78.8%)를 무형자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측은 "개발하고 있는 임상3상 단계인 VM202의 연구개발 비용은 무형자산으로 계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항암바이러스 치료제 3상을 진행하는 신라젠의 경우 연구개발비 332억원 전액을 비용으로 처리했다.
제넥신은 회계 논란 이후 연구개발비 349억원을 전액 비용으로 분류하고 무형자산으로 잡지 않았다. 코스닥 상자기업인 레고켐바이오(70억원), 엔지켐생명과학(47억 2500만원) 코넥스 상장사인 툴젠(14억 5600만원), 수젠텍(7억 5500만원) 등도 전액 비용 처리했다. 역시 코넥스기업인 안지오랩은 10억 3900만원 중 63%인 6억 5500만원을 자산화 했고 나머지는 비용처리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연구개발비와 관련해 기업이 기술적 실현 가능성 등을 고려해서 자율적으로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회계기준 때문"이라면서 "금융당국이 자산 비용 처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이에 대한 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2017년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주요 계약내용, 연구개발활동 개요, 신약개발사업의 진행경과 및 연구개발비용·정부보조금 현황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기술적 실현가능성이 떨어지지만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전문가가 어떻게 바이오제약기업이 진행하는 신약개발의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감리에 나서기 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 시장의 혼란을 막는 것이 당국이 해야할 우선순위"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감리해야할 것은 각 회사가 당초 정한 회계정책에 맞게 일관성이 있게 회계처리를 하는가"라며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은 감리범위 밖의 일이며, 또한 능력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미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에 대해 보수적인 회계 정책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이슈에 영향이 적은 반면, 일부 바이오기업은 투자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