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진이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을 조절하는 새로운 자가포식 증진물질을 발굴했다. 이 물질은 당뇨병 치료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도 열었다.
자가포식은 기능이 상실된 미토콘드리아 등 세포 소기관과 변성 단백질, 축적된 지방을 분해해 세포 내부 항상성과 세포 생리 기능을 유지하는 과정을 말하는 것으로 자가포식이 정상적으로 조절되지 않으면 퇴행성 신경질환 및 암 등 여러 질병이 발병한다.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大隅良典) 교수가 2016년 자기포식 현상의 분자수준 기전을 발견해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한 이후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12일 연세의대에 따르면 이명식 교수(내분비내과) 연구팀은 '대사 증후군 및 당뇨병 치료를 위한 신규 자가포식 증진제(A novel autophagy enhancer as a therapeutic agent against metabolic syndrome and diabetes)' 연구를 'NATURE COMMUNICATIONS, IF=12.124' 최근호에 게재했다.
이명식 교수는 지난 10 년 간 자가포식과 당뇨병의 관계를 연구해 자가포식의 결핍이 비만 관련 당뇨병의 발생에 중요한 원인임을 규명한 바 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자가포식 활성을 증진시키면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새로운 자가포식 증진제를 발굴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연구팀은 한국화학연구원에서 제공받은 총 7520개의 화합물 라이브러리의 후보 물질을 이용해 자가포식 활성을 증가시키는 물질 중 하나인 MSL이 기존에 알려진 자가포식 증진제와 다르게 mTOR (mamalian target of rapamycin)을 조절하지 않는 상태에서 칼시뉴린을 활성화 하고, 활성된 칼시뉴린이 자가포식 주요조절 인자인 TFEB의 활성을 이끄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MSL 물질로 유도된 자가포식으로 인해 세포내에 쌓인 지방이 감소되고, 비정상적인 미토콘드리아가 효과적으로 제거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 물질이 지방 및 비정상적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함으로써 당뇨병을 치료 할 수 있는지를 실험용 마우스 모델을 통해 연구한 결과 MSL이 유전적으로 식욕이 증가된 비만 생쥐에서 당뇨병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고지방식이에 의한 당뇨병 마우스 모델에서는 MSL 이 뚜렷한 당뇨병 개선 효과를 갖지 못했다. 이에 연구팀은 광주과기원 안진희 박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MSL 물질의 활성도를 현저히 높인 MSL-7 물질을 합성한 결과, 고지방식이로 발생한 당뇨병 모델에서 부작용 없이 높은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책임을 맡은 이명식 교수는 “자가포식 증진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당뇨병 치료제 개발의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점이 중요하다"면서 "MSL은 비만 관련 당뇨질환 치료 약물로 활용 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면 당뇨병 뿐 아니라 자가포식 조절이 중요 발병 기전으로 생각되는 알츠하이머 병 등의 퇴성성 신경질환, 노화 억제 치료 분야에도 자가포식 증진제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