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김성민 기자
'아밀로이드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은 끝났다는 말이 나왔다. 지난 20년간 아밀로이드를 겨냥한 약물이 임상에서 연이어 실패했기 때문이다. 아밀로이드 결합 항체, BACE 저해제, RAGE 저해제 등 시도한 종류만 해도 매우 다앙했다.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원인이라고 생각한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더라도 대규모 임상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기에, 애초에 치료타깃이 잘못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업계는 차세대 타깃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이제까지 임상실패 결과로 볼 때 정말 아밀로이드 가설이 틀렸다고 얘기할 수 있을까? 다른 타깃은 어땠을까. 세로토닌 수용체, 신경염증, 대사, PDE (phosphodiesterase)를 타깃하는 후보물질도 대규모 임상3상에서 모두 실패하고 만다. 사실상 이제까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임상에서 성공한 예는 없으며 성공률은 0%다.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박사가 어거스티디(Auguste D)의 사후뇌조직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내는 병리단백질을 기준으로 알츠하이머병 처음 규명된 것은 1907년. 이후 100년 이상이 지났지만 환자를 치료할 방법이 없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6일 현재 미국 임상정보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현재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아밀로이드 약물은 총 157건, 이중 임상3상 단계는 20건이다. 임상3상은 바이오젠, 로슈(제넨텍), 일라이릴리 등의 글로벌 파마가 주도하고 있다. 그러면 천문학적인 임상비용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빅파마 아밀로이드 약물개발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 또 새롭게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바이오텍들은 어떤 차별성을 갖고 도전하고 있을까.
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병의 시작(trigger)
아밀로이드는 다양한 병리단백질 중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가장 특징적인 단백질로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는 1차적인 바이오마커다. 예를 들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질환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타우는 진행성핵상마비(PSP, Progressive Supranuclear Palsy), 전두측두엽치매(FTD, frontotemporal dementias) 등의 다양한 퇴행성뇌질환에서 발현되는 병리인자다. 타우병리증상(tau pathology)이라고 명명되는 범위다.
아밀로이드 가설에 따르면 아밀로이드를 원인으로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된다. 아밀로이드의 전구체는 세포막에 존재하는 APP(Amyloid precursor protein)로 원래는 신경세포 성장∙자가수선에 관여하는 단백질로 기능을 다하면 분해돼 없어진다. 그러나 BACE1(β-secretase)에 의해 잘리게 되면 Aβ40, Aβ42 등 monomer가 서로 응집돼 독성을 띄는 oligomer, fibrils, plaque를 형성하면서 문제가 시작된다. 아밀로이드 플라크는 뉴런사이에 존재해 세포 간의 신호전달을 방해, 정상적인 기능을 망가뜨리게 된다. 또한 독성을 가져 면역반응을 일으키는데 이때의 염증반응으로 신경세포가 손상을 입고 세포사멸이 일어나게 된다. 이밖에도 아밀로이드는 타우의 인산화를 촉진해 타우병리증상을 일으킨다. 미세소관(microtubule)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하던 타우가 떨어져 나오면서 신경세포의 axon이 망가지고 신경전달이 비정상화되면서 신경세포는 사멸에 이르게된다. 병리학적인 타우는 다른 뉴런으로 전파(propagation)되며 뇌 전체로 퍼져나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