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충북대 교수
이번 연재에서는 지금 항암요법의 가장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s, ICI)를 가능케 한 연구결과, 즉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의 주요 타깃인 CTLA-4와 PD-1/PD-L1의 발견 과정을 알아보도록 하자. 지금까지 알아본 다른 신약들과 마찬가지로 궁극적으로 블록버스터 신약을 낳게하는 배경이 된 연구들도 연구의 초기에는 미래의 잠재력을 전혀 짐작할 수 없었던 기초연구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면역체크포인트 억제제의 타깃들과 아이디어는 1980년대에 들어서 분자생물학적 테크닉에 의하여 T세포의 조절기전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이 하나둘씩 발견되면서 서서히 구체화된 것이다.
T세포가 활성화되기까지 필요한 것들 : MHC Recepter, CD28
1970년대에 이르러 B세포 이외에도 T세포가 항원에 특이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되었다. 특정한 병원체에 감염된 항원 전시 세포(APC:Antigen Presenting Cell)가 세포 표면에 있는 주 조직적합성 복합체(MHC : 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에 항원의 일부를 전시하면 T 세포는 이를 인지하여 해당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거나, 다른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게 된다. 그렇다면 T 세포는 어떻게 특이적인 항원을 인식할까?
이러한 의문은 1980년대 초반에 T세포 리셉터(TCR : T Cell Recepter)라고 알려진 단백질 복합체가 MHC와 항원을 인식한다는 발견으로 이어졌고, TCR의 알파/체인은 항체에서 발견되는 것과 유사한 이뮤노글로블린 슈퍼패밀리의 단백질로써 각각의 T 세포마다 다른 항원/MHC를 인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변화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알려졌다. 이후에 CD4라는 보조 리셉터를 세포 표면에 발현하는 T세포는 헬퍼 T세포로, CD8 을 가지는 T세포는 세포독성 T세포로 활성화된다는, 현재 면역학 교과서에 실려있는 기본적인 상식들이 1980년대 초반에 쏟아져 나왔다[1]. 그렇다면 T세포를 활성화하는 데는 APC에 존재하는 MHC+항원을 T세포의 TCR-CD4/CD8이 인식하는 것만으로 T세포는 활성화될까? 아니면 다른 시그널이 필요할까?와 같은 의문이 TCR의 발견 이후 본격적으로 제시되기 시작하였다.
즉 1980년대 초반에 T세포의 활성화 연구를 위해 사용되던 T세포 유래의 셀라인에서는 TCR과 이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시그널만으로 활성화가 가능했지만, 실제 동물 유래의 T세포에서는 실제로 T세포가 활성화되려면 TCR에 의한 MHC-항원의 인식 이외에도 추가적인 신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기전의 존재는 자가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자가면역관용(immune tolerance)과도 관련이 있다. 즉, T세포가 자기 자신을 함부로 공격하기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항원을 인식하는 T세포가 제거되어야 하며 이것은 주로 흉선에서 일어난다. 그러나 흉선에서 말초 조직으로 이동한 T세포 중에서는 자신의 항원을 인지하는 것들이 남아있으며, 이들의 기능이 제어되지 않는 경우 이들은 다른 세포에 손상을 주게될 것이다. 그러나 T 세포가 단순히 항원과 MHC에 의한 자극만을 받을 경우, T세포는 항체 존재하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아네르기’(anergy) 현상이 보고되었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에서 T세포는 활성화될 것인가? 이미 1970년대에 T세포의 활성화에는 항원 의존적 시그널과 항원 자체에 의존적이지 않은 두가지 신호가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었다[2]. 항원에 의해 전달되는 항원 특이적인 신호와 항원에 특이적이지 않은 신호가 동시에 작용해야 한다는 “이중 신호 가설”(Two-signal hypothesis) 중에서 항원에 의한 신호는 MHC와 항원 펩타이드를 TCR이 인식하는 것으로 전달된다는 것이 규명되었다. 그러나 남은 하나의 신호는 어떻게 전달될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