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일 "고의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분식회계)가 없으며 실제로 얻은 실익도 없다"고 강조했다.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을 부인한 것. 회사측은 이어 "부당한 판단이 내려질 경우 행정소송까지도 불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금감원의 회계감리 위반 지적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금감원은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회계감리와 관련한 조치사전통지서를 통보했다. 지난 4월 돌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심사감리 과정에서 회계상 문제가 있음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위반 여부는 향후 감리위원회 심의,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의결 등을 거쳐서 최종결론이 난다.
윤호열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회계 이슈가 불가피하게 거론된 점은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회계처리의 '상이점'이지 어떤 의도성을 갖고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분식'이 아니다면서 "이제 1단계 감리 프로세스가 끝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 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 회사로 전환하면서 순이익 1조 9000억원을 흑자전환한 것을 회사 가치를 부풀리려 한 회계 기준 위반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심병화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법 회계 처리 변경은 관련 회계기준을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고 2015년 당시 안진회계법인 등 3대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오히려 관계 회사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회계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또한 상장 과정에서 금융감독원 자체 조사(2016년 5~6월), 금융감독원 위탁 한국공인회계사협회의 감리(2016년 10월) 등의 과정을 거쳤으며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2017년 4월)에 착수한 이후에도 국내 회계 전문가 6개 팀의 의견을 받아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수차례 검증과정을 거쳤음에도 뒤늦게 회계감리를 문제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젠이 콜옵션(50%-1주)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꿔 회계 처리한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먼저 바이오젠이 2014년 2회의 유상 증자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2015년 2월 유상증자에 참여했다는 점, 그리고 2015년 하반기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의사를 담은 레터(letter)를 보냈다는 점이다. 또한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 제품 판매승인에 따른 기업가치 증가로 바이오젠의 옵션 행사 가능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심 상무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이 성공하면서 지분가치가 행사가격보다 높은 깊은 내가격상태가 됐고,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바이오젠이 콜옵션에 대한 가치를 미반영한 것은 미국 US-GAAP은 시장 매매가격 등 객관적인 가치를 확인할 수 없는 옵션에 대해 자산 또는 부채로 회계처리가 불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두 회사의 합병은 2015년 7월에 발표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은 2016년 4월에 발표했고 11월에 상장해 2개의 시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단계적으로 소명하고 충실히 관련 절차를 진행하겠다. 하지만 글로벌 투자자와 고객사에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인식되는 것은 정말 곤란하며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면서 "회계위반 사안이 앞으로 증권선물위원회 등을 거쳐 부당하게 결정될 경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에 대한 고의성이 인정되면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을 추징할 수 있다. 회계처리 위반 금액이 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심사 대상에 들어가 거래가 정지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