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중국 바이오제약기업들이 전세계 신약 후보물질을 공격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임상시험에서 안전성 등 이슈가 제기된 약물까지도 가능성을 보고 과감히 배팅하고 있다.
중국 Adlai Nortye는 노바티스의 PI3K 억제제 '부파리십(Buparlisib)'에 대한 전세계 권리를 획득했다고 12일 밝혔다. 부파리십은 세포의 성장과 대사 등에 관여하는 PI3K/AKT/mTOR 신호체계에 작용, PI3K의 기능을 억제함으로써 종양 억제 효과를 가진 경구용 표적 항암제다.
Adlai Nortye는 중국 항주에 위치한 생명공학회사로 유방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와 고형암 적응증의 프로스타글란딘 E2수용체-4(EP4) 길항제, 다양한 종양 유형에 대한 IDO(Indoleamine 2,3-dioxygenase) 억제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주 5300만달러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번 인수가 파격적인 것은 부파리십이 항호르몬제 풀베스트란트와의 병용투여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에 대한 문제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란셋 온콜로지(Lancet Oncology)에 게재된 임상연구논문에 따르면 위약군 대비 부파리십 적용군의 무진행생존기간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은 확인됐으나 임상대상자 5분의 1에게서 중증이상부작용(serious adverse events)이 발생했다. 3등급 이상의 중증이상 부작용인 ALT 수치 상승, AST 수치 상승이 관찰된 환자가 각각 22%(위약군 3%), 18%(위약군 3%)였다.
이와같은 독성반응은 PI3K 억제기전의 항암제에서 많이 관찰되는 것으로 로슈 역시 지난달 PI3K억제제 개발 중단을 선언했으며 길리어드와 애브비 역시 고배를 마셨다. Carsten Lu 대표는 "부파리십은 유방암과 다른 종양 타입에 광범위하게 적용됐으며, 두경부 편평세포암에서 다른 치료제와 병용할 경우 인상적인 효과를 보였다"며 "부파리십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하는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기업들이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국 등 해외 바이오파마의 파이프라인을 인수하는 행보가 이뿐만이 아니다.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제약 시장을 단번에 따라잡기 위해 빠진 블록을 채우듯 부족한 기술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해외 바이오파마 역시 진입이 쉽지 않은 중국 시장에 유입될 수 있는 경로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협력에 긍정적이다.
중국 면역항암제 회사 I-Mab은 국내에서도 익숙한 이름이다. I-Mab은 작년 연말 제넥신의 면역치료제 '인터루킨-7(Interleukin-7; IL-7)'의 중국판권을 총 5억6000만 달러 규모에 기술도입한 회사다. 이들은 제넥신 이외에도 Ferring pharma의 IL-6 저해제인 'Olamkicept'의 아시아 판권과 Morphosys의 다발성골수종 치료 후보물질 'CD 39 항체'의 중국권리를 인수했다.
지난 4월에는 Tonghua Dongbao pharma가 프랑스 기업 Adocia이 개발한 2종의 인슐린 제제에 대한 중국권리를 인수했다. 5000만달러 선입금(upfront) 규모의 이 거래를 통해 'BioChaperone Combo'와 'BioChaperone Lispro(Fast-acting insulin)'에 대한 중국과 몇 개의 지정 국가의 권리를 가지게 됐다. 중국은 당뇨인구가 1억 명이 넘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당뇨 관련 시장의 높은 성장이 점쳐지고 있다.
투자분야의 컨소시엄이 기업 인수에 나선 경우도 있다. 2015년, Fosun pharmaceutical Group과 WuXi pharmaTech 등이 참여한 펀드 컨소시엄이 미국의 Ambrx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고형암 및 기타 질병을 타깃으로 하는 ADC(Antibody-Drug Conjugate)를 개발하는 Ambrx는 기업공개(IPO) 실패 이후 중국 헤비급 컨소시엄에 의해 인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