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레고켐바이오는 추가 자금 유입 없이 1년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자금규모를 최소한 유지한다는 자금조달 원칙을 지켜왔습니다. 투자 조건 보다 중요한 것은 자금 확보 시기입니다."
박세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가 4일 서울 양재 엘타워에서 열린 '바이오벤처 창업 네트워킹 데이'에서 밝힌 회사의 투자유치 전략이다. 신약 개발은 많은 비용이 드는데다 성과를 도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정교한 투자유치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레고켐바이오는 2005년 4억원의 자본금으로 창업한 이후 창투사 투자와 공모를 통해 7차례에 걸쳐 총 90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바 있다. 지난 2일 공시한 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마무리하면 총 1500억원 규모가 된다.
레고켐바이오는 이 과정에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번째는 추가 자금 유입 없이 1년 6개월을 버틸 수 잇는 자금 규모를 최소한 유지한다는 것. 두번째는 조건 보다 중요한 건 자금 확보시기라는 것이다.
실제로 2007년 시리즈A(45억원) 이후 상장전까지 3번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그 시점마다 30억~40억원대의 잔고 규모를 유지해왔다. 1년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자금으로 바탕으로 전략적인 투자유치 협상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박 부사장은 "창업 초기에는 밸류에이션에 대해 불만이 많을 수 있지만 시간은 결국 투자자의 편이다. 신약개발기업은 조건보다는 시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투자사가 제시하는 계약서 안의 수많은 조항들로 인해 다툼도 있었지만 결국 원칙대로 회사를 유지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조건에 연연하지 말고 시점에 방점을 찍어라"고 조언했다.
창업시 엔젤투자 전략도 소개했다. 레고켐바이오는 엔젤투자의 경우 실패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1인 한도를 2000만원으로 제한했으며 모집 금액도 VC 투자 유치시 1년 6개월을 버틸 수 있는 자금 규모로 설정해 모집했다. 박 부사장은 "엔젤투자의 5~10배수가 일반적이지만 레고켐의 경우 20배수로 모집했다"고 소개했다.
박 부사장은 또한 "회사가 상장 단계에 들어가면 벤처캐피탈의 레퓨테이션(reputation)이 굉장히 중요하다. 투자사 이름만 봐도 인정받는 회사가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레퓨테이션이 있는 창투사의 투자를 받고 신뢰하에 후속 투자까지 이어지는 것이 가장 좋은 펀딩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레고켐 시리즈A에 참여했던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6번의 투자(IPO 공모 제외)에 모두 참여했다.
박 부사장은 레고켐바이오 창업멤버로서의 창업 관련 노하우도 소개했다. 먼저 창업 멤버들의 지분 분배 문제다. 그는 "상장 등을 고려하면 대표이사 지분을 무조건 높아야 한다. 하지만 나머지 멤버들의 지분 분배는 속시원하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고 롤도 없었다"면서 "결국 본인의 능력과 대체가능성을 고려해 지분을 나눴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 대표이사(CEO), 연구소장(CTO), 최고재무책임자(CFO)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CEO는 깃발을 꼿는 사람, CTO는 그 목표로 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사람"이라면서 "CFO는 명분과 실리의 균형 추를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