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대학이 교육과 연구를 넘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동력의 산실이 돼야 한다. 창업이 대학의 주류로 안착해야 한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지난 8월 31일을 마지막으로 26년간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생활을 마감한 김선영 바이로메드 대표의 퇴임 기념 컨퍼런스다.
김 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수정 코오롱생명과학 연구소장, 신정섭 KB인베스트먼트 본부장,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고광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권성훈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등을 비롯해 김 전 교수의 동료, 제자, 지인 등이 참여해 자리를 지켰다.
김 전 교수는 1996년 11월 바이로메드를 창업했다. 대학에서 창업한 국내 1호 바이오벤처다. 20여년간의 연구개발과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유전자치료제 2종의 글로벌 3상을 진행하는 시가총액 3조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바이로메드의 신약 개발 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2년가량 남은 정년을 포기하면서 '기업가형 사이언티스트'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김 전 교수의 이날 강의 주제는 '바이오, 성장동력 엔진으로서의 스타트업 활성화와 대학의 역할'이었다. 지난날 수많은 강연을 통해 끊임없이 강조했던 주제로 특유의 직설적 화법으로 창업을 죄악시하는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 대학 창업은 '지하운동'이다. 동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모 교수는 창업하자 선배 교수로부터 '쓸데 없는 짓 하지 말고 공부나 하지'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면서 "우리나라 대학은 교육, 연구만 하는 고전적 대학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 전 교수의 이러한 노력은 성과가 없었던 것이 아니다. 지난 20년간 어느새 서울대 내에서는 많은 바이오분야 창업 기업이 탄생했다. 강스템바이오텍, 고바이오랩, 레모넥스, 에이비온, 스파크바이오파마, 셀리드, 지피씨알, 클리노믹스, 퀀타매트릭스, 천랩 등이다. 이 중 셀리드, 퀀타매트릭스, 천랩은 내년 상장 절차를 본격 진행할 예정이며 고바이오랩은 내년 국내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의 글로벌 임상에 도전한다.
김 전 교수는 우수한 기술의 실용화를 돕는 서울대 생명공학공동연구원의 6대 원장으로 취임하면서 고바이오랩, 레모넥스 등 많은 기업들의 창업과 성장을 도왔다. 천종식 천랩 대표는 "2009년 처음 창업했을 때는 외로운 길을 걷는 것 같았다"면서 "지금은 서울대 바이오창업 교수 모임이 20명이 넘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퀀타매트릭스 권성훈 대표, 천랩 천종식 대표, 고광표 고바이오랩 대표가 회사 소개와 함께 김 전 교수와의 인연에 대해 소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