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신규로 투자할 만한 유망 바이오기업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기업 수도 적을 뿐더러 너무 초기이거나 너무 밸류(가치)가 높아서 투자를 결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국내 바이오투자 시장에 수요(기업)와 공급(자금)의 불일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시장의 관심과 자금은 바이오기업 투자에 쏠리고 있지만 정작 투자할 바이오기업이 마땅치 않은 것이다. 이러한 수요 공급의 불일치로 바이오기업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탈 등 창업 및 비상장기업 투자사들이 투자 대상 바이오기업 찾기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올해도 국내 창업 및 비상장기업 투자가 바이오부문에 집중될 예정이지만 그에 걸맞는 유망 바이오기업은 한정적이어서다.
바이오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은 풍부하다 못해 흘러넘친다. 국내 바이오투자 주체는 벤처캐피탈에서 자산운용사, 신기술금융사, 기업(전략적투자), 개인까지 확장하고 있다. 중기부·금융위가 올해 조성하겠다고 밝힌 창업관련 신규조성 펀드만 3조2400억원 규모에 이르는데 이 자금의 상당부문이 바이오투자처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작년 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바이오투자 3조4249억원의 4분의 1(24.6%)이 바이오에 집중됐다.
한 벤처캐피탈회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올해 ICT쪽 투자 비중을 줄이고 바이오분야 투자를 강화할 방침을 정했다"면서 "바이오분야가 엑싯(Exit) 가능한 유일한 투자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다른 벤처캐피탈들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나 기업공개(IPO) 투자에 집중하던 자산운용사나 신기술금융사 등도 바이오전문심사역을 채용하면서 초기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바이오기업 창업 열풍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요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다른 밴처캐피탈회사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바이오투자가 활성화되면서 4~5년, 혹은 그 이상 투자 받지 못한 기업들도 혜택을 받았는데 이들 기업 역시 대부분 소진됐다"면서 "신규 창업이 늘고 있지만 아직 투자 받을 만큼 준비가 안 된 곳이 많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투자가 어려웠던 체외진단, 의료기기, 나노 분야에게도 혜택이 돌아갔다는 설명이다.
기업 수가 적다보니 기업가치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시리즈A 투자기업의 가치가 300억~400억원이 넘어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일부 벤처캐피탈들은 고밸류 우려에도 투자를 단행하고 일부는 보수적으로 대응한다. A사는 올해 선투자 바이오기업의 후속투자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며 B사는 시리즈C 투자를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시장가치가 높아져 수익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상장사의 바이오투자 임원은 "국내는 독창적인 기술을 가진 회사는 많이 없지만 시장 가치는 너무 높아졌다"면서 "현재는 해외기업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펀드가 해외 기업이나 파이프라인에도 투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연성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