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조정민 기자
미국의 액체생검기업 그레일(Grail)이 1년만에 새로운 혈액 기반 암 진단 연구결과를 내놨다. 50%에 그쳤던 진단 정확도를 75%까지 끌어올렸고, 단 한건의 위양성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일루미나와 그레일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메모리얼 슬로운 캐터링 암 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D Anderson 암 센터,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와 손 잡고 높은 정확도로 여러 개의 폐암 돌연변이를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액체생검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술을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혈액에 적용, 분석한 결과는 국제 학술지 'Annals of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일루미나 스핀오프 기업인 그레일은 2017년 설립 1년만에 10억 달러를 끌어모으며 주목받았다. 세포로부터 벗어나 혈액을 순환하는 DNA를 분석함으로써 다수의 암을 조기에 진단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2018년 6월 그레일이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혈액 기반의 조기 암진단 연구 결과가 초기 폐암을 50% 정도만 진단하는 것으로 나타나 혹평을 받았다. 미국 임상 종양학회 및 병리학자 협회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액체생검이 암 검사에 유용하다는 임상적 타당성과 유효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며 일상적인 임상검사로 사용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레일은 절치부심 끝에 1년여만에 새로운 기술과 연구결과를 가지고 나왔다. 새로 고안된 기술은 일루미나의 'Ultra-deep NGS' 기술을 적용해 DNA 영역을 평균 5만번 읽어내며 비종양성 신호인 클론성 조혈(clonal hematopoiesis)을 걸러내기 위해 백혈구를 분석한다. 시퀀싱 정보는 그레일이 개발한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해 판독된다.
연구진은 진행성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127명에게 해당 기술을 적용해 혈액 내 cfDNA를 통해 돌연변이를 검출 분석했다. 그 결과 조직 생검을 통해 돌연변이가 검출된 환자 91명 중 68명의 혈액 내 cfDNA NGS 분석에서 변이가 관찰돼 75%의 정확도를 보였다. 조직검사에서 변이가 검출되지 않은 19명의 경우, cfDNA 분석에서도 변이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모리얼 슬로운 캐터링 암 연구소의 Bob Li 박사는 "단 한 건도 위양성(false-positive)으로 판독되지 않고 100%의 진정한 음성률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조직생검의 아쉬운 점을 보완하는 기능을 가진 것도 확인됐다. 조직을 이용한 유전자 검사가 불충분했던 17명의 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에서 4건의 KRAS 돌연이변를 확인했는데 그 중 한명의 환자의 경우 조직생검을 통해 해당 돌연변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혈액 NGS 기술은 EGFR T790M과 C797S 변이, ERBB2 증폭 등 잠재적 치료 내성 메커니즘을 검출했다.
Bob Li 박사는 "우리가 사용한 NGS 기술은 ddPCR 방법을 통해 검출한 결과와 검출 민감도를 견줄 수 있다"며 "정확도 75%라는 수치로 조직생검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진행성 폐암 환자의 조직생검 결과 미흡하거나 조직 생검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 보완적으로 사용하거나 초기 치료 계획 수립을 위해 액체 생검이 먼저 수행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