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석 SLMS(Secret Lab of Mad Scientist) 대표
이번 연재에서는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는 고혈압 조절 약물인 칼슘 채널 차단제(Calcium channel blocker)가 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이를 가능케 한 기초 연구의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칼슘의 심장 박동과 근육 수축에서의 역할에 대한 이해
오늘날 칼슘(Calcium)은 심근 및 평활근의 수축뿐만 아니라 수많은 세포에서 2차 전령(second messanger)으로 신호전달물질로 사용된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칼모듈린(Calmodulin)과 같은 칼슘 결합 단백질에 의해서 결합되어 여러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칼슘의 생물학적인 역할을 처음 눈치챈 사람은 누구였을까? 영국의 생리학자 시드니 링거(Sydney Ringer, 1835-1910)는 19세기 말 개구리의 심장을 체외에서 지속적으로 뛰게 하는데 필요한 화학적인 요소를 찾고 있었다. 그는 개구리에서 채취한 심장을 계속 뛰게 할 수 있는 화학요소들을 찾아서 혈액과 유사한 성질을 가진 ‘수액’ 을 만들고자 했다. 그가 고안한 수액에 젖산(Lactate)이 첨가된 것이 하트만 수액(Hartman’s solution)인데 이것이 우리가 흔히 ‘링거액’ 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링거가 찾아낸 심장의 박동을 유지시키는데 필요한 물질들은 소듐(Na), 포타슘(K), 중탄산나트륨(NaHCO3) 등이었다. 이렇게 정해진 물질을 일정한 농도로 포함하고 있는 용액 내에서 개구리 심장은 일정시간 박동이 유지되었다. 그런데, 링거의 연구실의 테크니션이 자리를 비울 때 링거가 증류수를 이용하여 수액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을 이용하여 직접 수액을 만들어서 여기에 개구리 심장을 넣어 보자, 몇 시간 이상 박동이 유지되던 이전과는 다르게 개구리 심장의 박동은 몇 분이 되지 않아 잦아들었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알고보니 이전에 테크니션이 수액을 만들 때는 그는 증류수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 수돗물을 사용하였고, 그 수돗물에는 약 1mM 정도의 칼슘이 들어 있었다. 링거는 증류수로 만든 수액에 칼슘을 추가로 첨가해보자 개구리 심장의 박동은 다시 되살아났다.
이렇게 링거는 1883년 칼슘이 심장 박동에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발표하였다[1]. 그러나 심장과 근육의 박동에 왜 칼슘이 필요한지가 알려지기 위해서는 이 발견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9세기 말의 링거의 발견 이후 20세기 전반기동안 칼슘에 대한 이해는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