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스펙테이터 장종원 기자
국내 연구팀이 표적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의 약물 내성을 일으키는 새로운 유전자를 찾았다.
가톨릭혈액병원, 울산과학기술원, 충남대학교 공동연구팀은 23일 글리벡 내성을 조절하는 ‘GCA(Grancalcin)’ 유전자를 발견하고 TRAF6-ULK1 의존성 자가포식 작용을 활성화하는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찾아 백혈병 동물(쥐) 모델을 통해 규명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017년 3월 차세대시퀀싱과 마이크로어레이 방법으로 만성백혈병이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하며 차세대 표적항암제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 내성을 획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COBLL1’ 단백질을 찾아낸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급성백혈병으로 진행하지 않은 환자에서 발현이 증가하며 글리벡의 강한 내성에 관여하는 GCA 단백질을 찾아냈다.
GCA 단백질은 TRAF6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며 ULK1의 K63-연관 유비퀴틴화를 증가시켜 ULK1 단백질을 안정화시킴과 동시에 활성화시켜 세포의 자가포식과정을 크게 증가시킨다. 이로 인해 지속적인 표적항암제 사용에도 불구하고 GCA 단백질이 백혈병 세포의 생존율을 높이기 때문에 내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홍태 울산과기원 교수는 “이번 연구로 GCA 유전자가 지닌 저항성 유도에 관한 성질을 밝힐 수 있었다”며 “GCA 유전자가 만성 백혈병에 대한 치료제로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데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욱 가톨릭혈액병원장은 “이번 연구로 글리벡 내성이 어떻게 발생하는지가 규명돼 새로운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기초과학연구원, 한국백혈병은행, 대웅제약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오토파지(Autophagy; IF=11.1)’에 지난달 게재됐다.
2001년 국내에 도입된 글리벡은 혈액암 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 표적을 공격해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는 획기적으로 높인 표적항암제이다. 문제는 약물의 반복 복용에 의해 약효가 저하되는 약의 내성이 생기면 백혈병 암세포가 무한히 증식해 1년 이내에 사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10%는 처음부터 글리벡 내성으로 치료되지 않는 1차 내성 환자이고, 20%는 치료에 잘 듣다가 내성이 생기는 2차 내성(재발) 환자다.